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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04 (토)

이슈 [연재] 매일경제 '정철우의 애플베이스볼'

라모스, LG 첫 홈런왕의 조건 '실투와의 전쟁'[정철우의 애플베이스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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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K스포츠 정철우 전문기자

LG 로베르토 라모스는 지난해 38개의 홈런을 치며 LG 홈런 역사를 다시 썼다. 라모스는 역대 LG선수 최다 홈런 신기록을 세웠다.

이제 관심은 그가 홈런왕까지 차지할 수 있느냐에 모아지고 있다. 아직 LG 선수로서 홈런왕을 차지한 선수는 없었다. 라모스가 홈런왕이 된다면 이 역시 첫 기록이 된다.

그리고 라모스가 홈런왕이 되면 LG는 비원의 우승에 한 걸음 더 다가서게 될 것이 분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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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모스가 사상 첫 LG 출신 홈런왕에 오를 수 있을까. 그렇게 된다면 LG는 우승에 한 걸음 더 다가서게 될 것이다. 사진=MK스포츠 DB


라모스는 과연 어떤 타자일까. 어떤 장점과 어떤 약점을 갖고 있는 타자일까.

라모스의 기록을 살펴보면 그의 약점을 찾는 것이 그리 어려운 일은 아니다.

일단 라모스는 패스트볼과 변화구의 대응력이 큰 차이를 보였다. 패스트볼은 기가 막히게 쳐냈지만 변화구에선 약점을 보인 것이 사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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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모스의 패스트볼 공략은 리그 톱 클래스의 실력을 보여줬다.

타율이 일단 0.341로 높았다. 빠른 공은 잘 골라내기도 했다. 출루율이 0.408로 높았다.

장타율은 더 무시무시했다. 0.740의 장타율을 기록하며 패스트볼 OPS가 무려 1.148이나 됐다.

패스트볼을 헛스윙하는 비율도 가장 낮았다. 22%만 헛스윙을 했을 뿐이다. 전체 투구에서 헛스윙이 차지하는 비중도 10%에 불과했다. 패스트볼 승부가 들어오면 어떻게든 쳐서 결과를 냈다는 결론에 이르게 된다.

하지만 변화구 공략에는 부족함을 드러냈다.

특히 커브는 타율이 0.125에 불과했다. 장타율도 0.406으로 떨어졌다. 우리 나라 투수들이 많이 던지는 스플리터에도 약점을 보였다.

스플리터 타율도 0.194에 불과했다. 좌완 투수가 주로 던지는 슬라이더에 대해서도 타율이 0.235에 불과했다.

패스트볼을 제외하면 3할 이상의 타율을 기록한 구종이 없었다. 라모스의 약점이 변화구에 있음을 알 수 있는 대목이다.

문제는 그 약점을 잘 공략할 수 있느냐다. 실투에 대한 라모스의 반응은 놀라울 정도다. 제대로 제구되지 않은 어설픈 공은 라모스에게 좋은 먹잇감이 될 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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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모스의 구종별 홈런 히트맵을 살펴봤다. 라모스는 일반적인 배드 볼 히터는 아니었다.

그러나 스트라이크 존에 몰려 들어오는 공에는 자비가 없었다.

하이 패스트볼에는 그다지 강점을 보이지 못했다. 높은 스트라이크 존에서 나온 홈런은 많지 않았다.

높게 공을 보여주고 낮게 공을 떨어트리면 쉽게 라모스의 스윙을 유도해낼 수 있다는 계산이 나온다.

하지만 계산대로 공을 던지지 못할 때 사고가 터진다. 어설피 제구된 공에 대해서는 엄청난 반응을 보였기 때문이다.

타율이 높지 않았던 변화구도 스트라이크 존에 스~윽 밀려 들어오는 공은 여지없이 홈런으로 연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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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화구는 대부분 실투를 놓치지 않았다는 것은 스프레이 차트를 통해서도 알 수 있다.

변화구는 밀어쳐서 홈런을 만든 경우가 거의 없었다. 밀어쳐서 친 홈런은 패스트볼 6개가 전부였다.

나머지 변화구들은 모두 잡아 당겨 홈런을 쳤다. 유인구가 올 타이밍에 공이 몰리면 그대로 반응해 큼지막한 홈런으로 연결했음을 알 수 있다. 변화구 실투에 대한 반응력이 대단히 좋았음을 알 수 있다.

이처럼 라모스는 확실한 약점을 갖고 있는 타자다. 다만 KBO리그에서 라모스의 약점을 완벽하게 공략할 만한 투수가 많지 않다는 점이 핵심 포인트다.

라모스가 2020시즌에 보여준 것 처럼 실투만 놓치지 않는 집중력을 보여준다면 라모스는 지난해 이상의 홈런도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라모스가 KBO리그 투수들과의 실투 싸움에서 또 한 번 승리를 거둘 수 있을지 지켜볼 일이다.

butyou@mae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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