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11.29 (금)

이슈 스포츠계 사건·사고 소식

배구서 깨진 ‘침묵의 카르텔’… 다른 종목으로도 확산 조짐 [‘학폭 미투’ 파문]

댓글 1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해외 언론 ‘이재영·다영 사태’ 주목

英·佛·홍콩·일본 다수 매체 타전

최숙현·심석희 비극 상세 보도

스포츠 강국 ‘한국의 그늘’ 드러내

스포츠계 학폭 미투 잇단 돌출

2년 전 야구 키움 안우진 출장정지

작년 NC선 김유성 지명 철회도

“프로농구 등 시한폭탄 안고 가”

세계일보

이재영(오른쪽) ·이다영 자매가 지난해 열린 프로배구 컵대회에서 경기 뒤 휴식을 취하고 있는 모습. 뉴스1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겨울스포츠 최고 인기스타에서 학교폭력 가해자로 전락한 이재영· 다영(25·이상 흥국생명) 쌍둥이 자매의 파문이 좀처럼 식지 않고 있다. 이들은 지난 10일 과거 학교폭력 전력이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 폭로된 뒤 많은 사회적 지탄을 받았고, 결국 15일 소속팀과 국가대표팀으로부터 무기한 출장정지라는 징계를 받기에 이르렀다. 1988년 서울올림픽에서 한국 여자대표팀 주전 세터로 뛰며 ‘2대 연속 국가대표’로 화제를 모은 자매의 모친 김경희씨도 함께 비판을 받았다. 부모의 입김 속에 이들이 학창시절 경기 등에서 과도한 권력을 행사했다는 것. ‘쌍둥이를 국가대표로 키운 어머니’라는 부러움을 샀던 김씨는 이제 ‘경기에 관여한 어머니’로 비판의 중심에 섰다. 하루 전에는 대한민국배구협회가 김씨에게 수여한 ‘장한 어버이상’도 취소되는 등 가족 모두가 추락했다.

여기에 이들 폭로가 방아쇠가 돼 송명근(28), 심경섭(30·이상 OK금융그룹) 등 남자선수의 학교폭력 전력까지 드러났고, 이들도 마찬가지로 국가대표팀에서 무기한 출장정지 처분을 받았다.

이들의 향후 지도자 생활에도 큰 걸림돌이 놓였다. 대한민국배구협회는 “학교폭력 가해자로 판명된 선수는 지도자 자격을 획득할 때도 결격 사유가 생긴다. 지도자를 준비하는 이들에게 중징계 경력은 제한 사항이 된다”고 전했다. 가해자들이 모두 지도자가 될 수 없는 것은 아니지만 자격을 얻는 데 ‘학교 폭력 이력’은 엄청난 감점 대상이 돼 이들이 학교나 프로팀 등 협회 산하 단체의 지도자로 활약할 가능성이 크게 줄었다. 배구 인기를 견인했던 스타들이 이제는 미래를 걱정할 지경까지 이른 셈이다.

이런 극적인 몰락을 해외 언론들도 놓치지 않았다. 영국의 ‘데일리 메일’은 15일(현지시간) “쌍둥이 배구 스타가 과거 학교폭력이 알려지면서 국가대표팀 자격정지 처분을 받았다”는 제목으로 소식을 전달했다. 홍콩의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에도 이들의 이야기가 보도됐다. SCMP는 자매가 다수의 TV 예능 프로그램과 자동차 광고 등에 출연하며 유명인 지위를 누렸지만, 이들이 나온 프로그램과 광고 영상은 재빠르게 삭제 조처됐다고 설명했다. 여기에 세계 배구 소식을 전하는 ‘월드오브발리’와 프랑스의 ‘프랑스24’, 다수의 일본 매체들도 이들의 소식을 보도했다.

이들의 부끄러운 소식이 전달되며 한국 스포츠의 어두운 일면까지 속속 드러났다. 데일리 메일은 한국이 하계·동계 올림픽 10위 안에 드는 스포츠 강국이지만, 신체·언어적 폭력이 만연하다면서 최숙현(철인 3종), 심석희(쇼트트랙) 등의 사건을 사례로 소개했다.

세계일보

학교폭력 전력이 드러나 프로배구계에 파문을 일으킨 이재영·다영 쌍둥이 자매의 소식이 전세계 언론에 속속 보도됐다. 사진은 자매의 뉴스를 다룬 영국의 데일리메일 캡처.


배구계 전체가 발칵 뒤집히며, 해외에까지 뉴스가 보도될 지경이지만 파문은 쉽게 가라앉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그동안 스포츠계 ‘침묵의 카르텔’ 속에서 발언 기회를 얻지 못했던 피해자들이 이번 사태가 벌어진 뒤에야 목소리를 낼 수 있게 됐기 때문이다. 이미 추가 폭로도 나왔다. 수도권 소재 모구단 인기 선수에 대한 폭로가 지난 14일 온라인상에 올라왔고, 하루 뒤에는 해당 선수가 피해자에게 연락해 폭력 행사 진위 여부에 항의를 했다는 글까지 추가로 게시됐다. 16일에는 서울 소재 구단의 신인 선수의 초등학교 시절 폭력 행사 전력이 도마에 올랐다. 글쓴이는 “가해자가 모 배구단에 입단했다는 소식을 듣고 구단에 연락을 했지만 구단이 오히려 회유를 했다”고 주장했다.

다른 프로 종목에도 ‘학폭 미투’가 번지는 양상이다. 학교폭력이 일부 종목만의 문제가 아닌 탓이다. 프로야구에서는 이미 키움 안우진이 2018년 학교폭력 문제로 50경기 출장정지 징계를 받았다. 지난해 NC는 1차 지명했던 김유성을 문제가 불거지자 지명 철회했고, 결국 김유성은 프로 진출이 좌절됐다. 또한, 지난해 신인드래프트 당시에도 몇몇 선수들이 학교폭력 문제가 제기됐고 결국 지명이 유력했던 선수들이 프로 구단의 선택을 받지 못했다. 의혹을 받았지만 지명된 선수도 있었는데 이들은 구단이 면밀히 조사하고 해당 학교 감독에게 사실 확인서를 받는 등의 조치를 취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여전히 불안요소는 남아있다.

프로농구의 경우 이번 사태가 벌어지면서 각 구단을 통해 조사에 들어간 상태지만 확인이 불가능한 부분이 많아 난감한 상황이다. 결국, 프로야구나 프로농구 등 다른 종목들도 피해자의 폭로가 나오기 전에는 사실을 확인할 수 없다는 점에서 시한폭탄을 안고 가는 심정이다.

서필웅·송용준 기자 seoseo@segye.com

ⓒ 세상을 보는 눈, 세계일보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