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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행 이력’ 감독 잘나가는 V리그, 학폭사태 극복할 수 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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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행 사건 휘말렸던 이들 현역 감독으로 활동

자정 능력 부족한 배구 프로리그

리그 간판 스타 학폭 사태에도 대응 능력 의구심

[이데일리 장영락 기자] 사커, 북두. 오랜 배구팬이라면 쓴웃음을 짓게 되는 현직 감독들의 별명이다. 사커는 경기를 못했다는 이유로 선수들을 엎드리게 해 놓고 ‘사커킥’을 날렸다는 신영철 우리카드 감독, 북두(80년대 일본 액션만화 ‘북두의 권’에서 따온 표현)는 전 국가대표 윙스파이커 박철우의 뺨을 후려쳐 시커먼 피멍을 남긴 이상렬 KB손해보험 감독의 별명이다.

이 두 사람은 여전히 현역 감독으로 활동 중이다. 신 감독은 2005년 사건 당시 겨우 6개월 자격정지 처분을 받은 뒤 다음 시즌에야 해임됐다. 이후 2년만에 현장 복귀해 2010년에는 대한항공 감독으로 취임했고, 이번 시즌까지 감독 생활을 이어가고 있다.

이 감독 역시 2009년 대표팀 코치 신분으로 박철우(현 한국전력)를 폭행해 무기한 자격 정지 중징계를 받았으나 시간이 조금 지나 대학 감독, 프로리그 해설위원 등으로 활발히 활동한 끝에, 지난해 KB손해보험 감독으로 복귀했다. 이번 시즌에는 리그 2위의 좋은 성적까지 기록 중이다.

박철우 폭행 사건은 당시 피해를 입은 박철우가 얼굴과 복부에 상흔이 뚜렷한 채로 기자회견까지 해 주목을 받았으나, 결국 가해자는 성공적으로 배구계에 복귀하는 결말을 맺었다.

이 감독 역시 최근의 논란을 의식한 듯 한 매체와의 인터뷰에서는 “저는 경험자이기 때문에 우리가 더더욱 조심해야 한다고 당부하고 있다. 선수들에게 사죄하는 마음으로 지도하고 있다“는 말을 남기기도 했다.

이데일리

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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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배구판이 리그 대표급 선수의 ‘학폭 사태’로 망신을 당하고 있는 상황에서도 자정 가능성을 기대하기 어려운 것은, 이처럼 여전히 현재진행형인 리그의 낮은 도덕적 감수성 때문이다.

시간이 많이 흘렀다는 지적도 가능하지만, 그 많은 시간 한국 배구계는 여전히 가혹행위에 둔감할 정도로 학생 선수들의 사회적 적응성이 떨어지는 문제를 해결하지 못했다. 폭로된 선수들 외에도 배구계 학폭 고발이 이어질 조짐이 보여 그동안 이어졌던 문제를 적당히 덮어두는 데 그쳤던 것이 현실로 드러나고 있다.

실제로 이번 학폭 당사자로 남은 경기 출장을 포기한 송명근은 대학 시절 이 감독과 인연이 있다. 송명근이 논란의 사건에도 문제 없이 자신을 지도하는 감독을 보고 과거 자신의 행위에 대해 안도했을지도 모른다고 비난한들, 이에 대해 항변할 여지도 그다지 없는 셈이다.

실업 시절부터 선수 싹쓸이, 혹사, 구타 등 논란이 끊이지 않았던 배구계는 팬뿐만 아니라 일반 시민들의 눈과 귀가 집중된 이번 사건을 통해 최대 위기를 맞은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구단과의 갈등이 의심되는 상황에서 은퇴선수가 극단적 선택을 하는 일이 있은 뒤 얼마되지 않은 시점이라 상황은 더욱 심각해 보인다.

그러나 이런 사정에 무딘 것인지 사건이 불거진 뒤 얼마 되지도 않아 프로배구연맹은 배구협회와 소속팀 징계가 있어 연맹 차원의 징계는 어렵다는 입장을 밝혔다. 구기종목 가운데서도 배구가 일반협회와 프로 단체의 불협화음이 유달리 심한 것을 감안하면, 극단적으로 대표팀 발탁은 없어도 프로 선수 생활은 가능한 상황도 예상할 수 있는 입장이다. 또 과거처럼 적당히 사태가 진정되기를 기다리는 태도도 언뜻 읽힌다.

배구계 학폭 사태로 ‘학폭 미투’가 사회 전반으로 확장되는 분위기가 감지되는 상황을 감안하면 이같은 대응은 사태를 바라보는 대중들의 일반적 기대와는 크게 동떨어져 보인다. 남은 배구계 대응에 더욱 주목할 수밖에 없는 이유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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