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SG 추신수가 11일 자가격리를 마치고 롯데와 SSG의 연습경기가 끝난 사직구장에서 팀에 합류한 뒤 선수단과 상견례를 하고 있다. 사직 | 박진업기자 upandup@sportsseoul.com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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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스포츠서울 장강훈기자] “제 생각은 조금 다릅니다.”
‘추추트레인’ 추신수(39·SSG)는 타구 속도나 발사각에 딱히 신경을 쓰지 않는다. 지난해 메이저리그에서 평균타구 속도 약 145㎞, 발사각 11.4도를 기록했다. 요미우리에 입단한 에릭 테임즈가 약 143㎞(약 89마일)였으니, 불혹을 앞둔 추신수의 힘에 눈길이 모일 수밖에 없다. 특히 2019년부터 2연속시즌 평균타구속도 145㎞ 이상 기록했고, 타구 발사각도 2018년 6.1도로 최저점을 찍은 이후 꾸준히 상승하고 있다. 경기를 준비하는 과정을 매우 중요하게 여기는 추신수의 루틴에 나이를 거꾸로 먹는 힘의 원천이 담겨 있지는 않을까.
그러나 추신수는 “타구속도나 발사각을 신경쓰면서 타격한적이 한 번도 없다”고 말했다. 그는 “인위적으로 조절할 수 있는 영역이 아니라고 생각한다”고 부연했다. 타구속도를 높이기 위해 강하고 빠른 스윙을 의도적으로 해봐야 소용없다는 게 추신수의 생각이다. 타구가 출발하는 발사각도 마찬가지다. 시속 150㎞로 날아드는 빠른 공이나, 홈플레이트 주변에서 예리하게 꺾이는 변화구를 원하는 각도로 되돌려 보낸다는건 불가능에 가깝다. 그저 타격 행위가 일어난 뒤 각도를 바탕으로 ‘이 선수는 올려치는 선수’라거나 ‘땅볼을 많이 때리는 타자’로 분류할 뿐이다. 평가자들의 이해를 돕기 위한 도구라는 뜻이다.
SSG 추신수(왼쪽)가 11일 자가격리를 마치고 롯데와 SSG의 연습경기가 끝난 사직구장에서 팀에 합류한 뒤 선수단과 상견례를 하면서 포수 이재원과 인사를 나누고 있다. 사직 | 박진업기자 upandup@sportsseoul.com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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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신수는 “타구속도나 발사각보다 내가 원하는 공을 정확한 타이밍으로 때려냈느냐가 더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자신만의 루틴을 신념처럼 지키는 추신수다운 답이다. 그는 “원하지 않는 공에 스윙하면, 정확한 타이밍으로 때려낼 수 없다. 타이밍이 맞지 않으면 힘이 분산돼 강한타구를 만들어낼 확률이 떨어진다. 안타나 홈런 등의 결과도 중요하지만, 매 타석 내가 원하는 공을 제대로 쳤느냐가 더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자신이 원하는 공을 투수가 던지게 하려면, 자기만의 스트라이크존이 확실해야 하고 특장점이 있는 코스도 갖고 있어야 한다. 당연히 그렇지 않은 공은 골라내거나 커트하면서 투수를 압박하는 기술도 필요하다. 이 기술은 자기만의 타이밍으로 대응할 수 있다. 배트에서 손을 놓거나, 몸을 빨리 돌리거나, 그립을 몸밖으로 빼는 듯한 동작으로 순간적인 대응을 하는 모습은 스윙 과정을 스스로 통제할 수 있을만큼 자기만의 밸런스와 타이밍을 갖고 있다는 뜻이기도 하다.
SSG 추신수가 11일 자가격리를 마치고 롯데와 SSG의 연습경기가 열린 사직구장에서 팀에 합류한 뒤 취재진과 인터뷰를 하고 있다. 사직 | 박진업기자 upandup@sportsseoul.com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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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신수의 생각을 듣고 나니, 그가 메이저리그에서도 손에 꼽히는 선구안을 가진 이유를 유추할 수 있게 됐다. 가장 좋아하는 공을 가장 정확하게 때려낸다는 생각을 갖고 있으니 스트라이크존을 핀포인트로 가릴 눈을 갖게 된게 아닌가 싶다. 시속 150㎞로 날아드는 빠른 공을 힘과 스피드로 이겨내야 하니 웨이트트레이닝과 유연성을 동시에 키우지 않으면 생존하기 어렵다. 타고난 힘도 뛰어나지만, 힘을 적절히 분배해 극대화하는 기술은 노력으로 만들어냈다. 그래서 추신수는 “스스로 나를 어떤 선수라고 평가하기에는 아직 살아갈 날이 너무 많다. 세상을 떠나는 순간 내 삶을 돌아봤을 때 드는 생각이 비로소 나에 대한 평가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야구를 대하는 자기만의 독특한 철학이 ‘메이저리거 추신수’의 또다른 동력인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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