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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17 (일)

“니 땀시 살어야”…이젠 21살 김도영 시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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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율 3위, 홈런 2위, 득점 1위, 장타율 1위…21세 최연소기록 연일 경신

경향신문

지난 5월 12일 광주기아챔피언스필드에서 열린 한국프로야구 SSG 랜더스와 KIA 타이거즈의 더블헤더 2차전. KIA 김도영이 5회말에 소크라테스의 희생플라이로 홈을 밟은 뒤 동료 선수들과 하이파이브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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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간경향] ‘도영아, 니 땀시 살어야.’

올 시즌 한국프로야구(KBO리그)를 관통한 유행어 중 하나다. 줄여서 ‘도니살’이라고 불리는 이 말은 선수 한 명을 향한 팬들의 절절한 마음이 담겨 있다. 바로 올 시즌 가장 뜨거운 활약을 한 KIA 타이거즈 김도영(21)이 주인공이다.

2022년 광주동성고를 졸업하고 KIA에 입단한 김도영은 3년차를 맞이한 올해 기량이 만개했다. 141경기에 출장해 타율 0.347, 38홈런, 109타점, 40도루를 기록했다.

타율 3위, 홈런 2위, 득점 1위(143득점), 안타 3위(189안타), 출루율 3위(0.420), 장타율 1위(0.647) 등 타격 모든 부문에서 리그 최상위권에 이름을 올렸다. 정규시즌이 끝나기도 전에 시즌 최우수선수(MVP)는 김도영으로 거의 확정됐다는 말이 나왔다. 팬들이 MVP 트로피에 ‘김도여’까지 새겨져 있다고 표현할 정도였다.

김도영은 만 21세 시즌에 KBO리그의 역사를 바꾸는 기록들을 써 내려갔다.

지난 4월에는 한 달 동안 홈런 10개와 도루 14개로 프로야구 역사상 처음 ‘월간 10홈런-10도루’를 달성한 선수가 됐다. 전반기 81경기에서만 23홈런, 26도루를 달성하며 ‘20-20 클럽’ 가입을 확정했다. 전반기 20-20 달성은 KBO에서 지금까지 5번만 나온 희귀한 기록이다.

4타석 만에 내추럴 사이클링 히트

지난 7월 23일 광주 NC전에서는 단타-2루타-3루타-홈런을 순서대로 쳐내 이른바 ‘내추럴 사이클링 히트’를 달성했다. 1996년 4월 14일 한화전에서 롯데 자이언츠 김응국이 최초로 이 기록의 주인공이 된 뒤 28년 만이다. 당시 김응국은 첫 타석에서 안타를 친 뒤 두 번째 타석에서는 유격수 땅볼로 아웃을 당했고, 다음 타석부터 2루타-3루타-홈런을 차례로 기록했다. 김도영은 단 4타석 만에 이를 해냈다.

김도영이 사이클링 히트를 기록할 때 나이는 정확히 20세 9개월 21일. 2004년 한화 신종길(20세 8개월 21일)에 이어 두 번째로 어린 사이클링 히트 달성자로도 이름을 올렸다.

김도영이 달성한 기록에는 ‘최초’라는 수식어가 계속 붙었다.

지난 8월 15일 고척 키움전에서는 올 시즌 111경기 만에 KBO리그 역대 9번째 ‘30홈런-30도루’ 기록을 세웠다. 20세 10개월 13일로 역대 최연소였고, 경기 수 역시 가장 적었다. 1996년 현대 유니콘스 박재홍이 세운 최연소 기록(22세 11개월 27일)과 2015년 NC 다이노스 에릭 테임즈의 최소경기 기록(112경기)을 동시에 갈아 치웠다.

김도영은 2015년 에릭 테임즈 외에는 아무도 달성하지 못했던 ‘40홈런-40도루’도 노렸다. 그러나 홈런에서 2개가 부족했다.

경향신문

지난 10월 25일 오후 대구 삼성라이온즈파크에서 열린 2024 신한 SOL뱅크 KBO 포스트시즌 한국시리즈 3차전 삼성 라이온즈와 KIA 타이거즈의 경기. 8회초 2사 2루에서 KIA 김도영이 1타점 적시타를 쳤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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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도영은 광주동성고 재학 시절 ‘제2의 이종범’이라고 불렸다. KIA는 2022년 신인드래프트에서 광속구 투수 문동주(한화)와 저울질 끝에 김도영을 가장 먼저 지명했다. 바로 계약금 4억원을 안기며 기대감을 표했다.

하지만 프로의 벽은 높았다. 스포트라이트를 한 몸에 받았고, 그만큼 부담감도 적지 않았다. 김도영은 데뷔 첫해인 2022년 103경기에 출장해 타율 0.237, 3홈런, 19타점을 기록했다. 그해 8월 17일 SSG전에서는 수비하다 타구에 손을 맞아 10바늘을 꿰매 2주 동안 자리를 비웠다. 당시 8월에 타격감을 점차 끌어올리던 상태여서 아쉬움을 남겼다.

2023년에는 개막하자마자 부상을 당했다. SSG와의 개막 두 번째 경기에서 주루하다 베이스를 잘 못 밟아 왼발 등뼈가 골절됐다. 시즌을 제대로 시작하기도 전부터 16주 넘게 전력에서 이탈했다. 후반기에 돌아와 84경기에서 타율 0.303, 7홈런, 47타점, 25도루 등으로 선전했지만 아쉬움이 남을 수밖에 없었다. 2023시즌 후 열린 아시아프로야구 챔피언십(APBC) 일본과의 결승전에서 또 주루하다 다쳤다. 시즌 내내 상대 투수가 아닌 부상과 싸워야 했다.

그러나 이런 시련이 김도영을 더욱 성장하게 했다. 이범호 KIA 감독은 김도영이 3년차에 기량이 만개한 데는 그동안의 시련이 도움이 됐다고 봤다. 이범호 감독은 올 시즌 중 인터뷰에서 “김도영이 신인 때부터 문제없이 바로 올라왔으면 올 시즌 이 정도의 성적은 내기 쉽지 않았을 것으로 생각한다”며 “프로에서 어떻게 하면 성적을 낼 수 있고 몸 관리를 해야 하는지에 대해 알아서 올해 많은 것을 보여줄 수 있다. 고생한 부분들이 지금 나오고 있다”고 했다.

김도영도 “첫해도, 두 번째 해도 좋은 성적은 아니었지만 배운 게 많았다. 정말 의미 있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는 “첫해는 더그아웃에서 야구를 보면서 흐름을 많이 느꼈고, 두 번째 해는 타석에서 어떤 계획을 세우고 임해야 하는지 등을 배웠다”라고 말했다.

이런 시간이 쌓이다 보니 마음의 불안감이 사라졌고, 매사에 최선을 다할 수 있었다. 부상을 당하지 않기 위해 스파이크 하나도 허투루 신지 않았다. 조금이라도 불편한 신발은 신지 않고 잘 맞는 신발은 여러 켤레 받아놓고 썼다.

이런 활약을 펼친 김도영 덕분에 KIA도 승승장구했다. 시즌 초반부터 선두권을 달리더니 정규시즌을 1위로 마쳤고, 한국시리즈 직행 티켓을 따냈다.

대만과 1차전에서도 적시타

김도영 역시 데뷔 후 처음으로 한국시리즈를 맞이했다. 1차전을 앞두고 전날 밤 3시간 동안 뒤척였던 김도영은 한국시리즈에서도 기량을 뽐냈다. 4차전을 제외하고는 매 경기 안타를 뽑아냈다. 특히 2차전에서는 포스트시즌 첫 홈런포를 신고하기도 했다. KIA는 5차전에서 4승 1패로 우위를 점하며 통합 우승을 달성했고, 김도영도 프로 데뷔 후 처음으로 우승의 기쁨을 누렸다.

김도영의 올 시즌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프리미어12 대표팀에서도 선발돼 지난 11월 13일 대만과 1차전에서 적시타를 때리는 등 국제무대에서도 통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보여줬다.

다만 수비 부분에서는 보완해야 할 점이 있다. 3루수인 김도영의 올 시즌 실책은 30개로 이 부문에서도 1위를 기록했다.

시즌 중 KIA 코치진들은 김도영의 수비 불안을 지우기 위해 각 구단 3루수 선배들의 조언을 받게 하는 등 노력을 기울였다. 이 부문의 보완까지 된다면 김도영은 다음 시즌은 물론 앞으로도 KBO리그를 호령하는 ‘호랑이’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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