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05.19 (일)

류현진, 그는 이제 고개를 젓지 않는다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포수 잰슨과 호흡 ‘척척’…뭘 원하든지 ‘쏙쏙’

[경향신문]

포수 출신 해설자 벅 마르티네스
“지금 공은 다음 공을 위한 포석
어떻게 야구하는지 아는 투수”
몬토요 감독 “벤치도 예측 불가”

스포츠넷에서 토론토 경기 중계를 해설하는 벅 마르티네스는 포수 출신이다. 1970~1980년대 캔자스시티, 밀워키, 토론토 등을 거치며 1049경기에 나섰다. 2001~2002년에는 토론토 감독을 지냈다.

류현진이 양키스전에 선발 등판한 14일 벅 마르티네스를 포함한 중계진의 류현진 칭찬이 끊이지 않았다. 마르티네스는 류현진에 대해 “어떻게 야구하는지 아는 투수”라며 “지금 던지는 모든 공이 다음 공을 위한 포석”이라고 설명했다. 공 하나하나를 허투루 낭비하는 법이 없다. 바깥쪽 비슷한 코스에 구종을 달리해 던지고, 몸쪽 깊숙이 들어갔다가 다시 바깥으로 돌아나온다. 마르티네스는 “타자의 타이밍을 뺏는 게 예술 같다. 타자의 공간 앞뒤와 위아래를 너무 잘 활용한다”고 말했다.

아메리칸리그 신인왕이자 홈런왕 출신 에런 저지를 삼진과 땅볼 2개로 처리했다. 캐스터가 “저지는 100마일짜리 공도 홈런으로 만드는 타자인데, 류현진의 91마일 포심에도 타이밍이 밀린다”고 말했다. 그만큼 타자의 타이밍을 무너뜨리는 환상적인 제구력을 지녔다는 뜻이다.



경향신문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토론토가 경기 중반 5-0으로 앞서나가자 중계진에도 여유가 생겼다. 캐스터가 포수 출신 마르티네스에게 물었다.

“류현진 같은 투수의 공을 받는 포수의 느낌은 어떨까요. 내 생각엔 미치광이 과학자 느낌일 것 같다. 이것도 요구해 보고, 저것도 요구해 보고 말이죠.”

마르티네스가 이에 동의하며 말했다. “지난해 포수 대니 잰슨은 진짜 힘들었을 것 같다. 류현진이 고개를 정말 많이 흔들었다. 포수 입장에서는 그럴 때 ‘뭐 이렇게 던질 수 있는 게 많아’라는 생각이 든다.”

포수 입장에서는 선택할 대상이 많으니 그중에 하나를 골라 사인을 내기가 어렵다. 투 피치 투수라면 2가지 중 하나만 고르면 되는데, 류현진은 기본 4가지 구종에다 그 공을 모든 코스에 다 던질 수 있는 투수다. 실제 지난해 잰슨은 류현진이 고개를 끄덕일 때까지 계속해서 손가락을 움직이며 여러 가지 사인을 내야 했다.

찰리 몬토요 감독은 14일 경기 뒤 “벤치에서도 류현진이 다음에 무슨 공을 던질지 예상할 수가 없다”고 말했다. 같은 팀 벤치에서도 모를 정도니까, 이를 상대해야 하는 타자의 입장은 굳이 상상할 필요도 없다.

마르티네스는 “그런데 올해는 류현진과 잰슨이 같은 페이지를 보고 있다”고 말했다. 류현진과 잰슨의 호흡이 딱딱 맞아떨어지고 있다는 뜻이다. 류현진은 실제로 경기 중 사인 교환 시간이 크게 줄었다. 사인을 맞추기 위해 멈추는 시간이 줄어드니까 투구 템포를 일정하게 유지할 수 있고, 이는 더욱 안정된 제구로 이어진다. 류현진은 14일 양키스전에서 심판까지 홀리는 환상적인 제구로 강타선을 6.2이닝 4안타 1실점(비자책)으로 틀어막았다. 삼진이 7개나 됐다.

류현진은 올 시즌 개막을 하루 앞둔 기자회견에서 포수 잰슨에 대해 “이제 말 안 해도 될 만큼 서로 어느 공을 던져야 할지, 어떤 상황에서 어떤 공을 던져야 할지 잘 안다”며 “잰슨이 앉아 있으면 편안한 마음으로 등판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용균 기자 noda@kyunghyang.com

▶ [인터랙티브] 나의 탄소발자국은 얼마?
▶ 경향신문 바로가기
▶ 경향신문 구독신청하기

©경향신문(www.khan.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