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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05 (일)

다시 맞붙은 ‘고교 라이벌’… 체인지업이 직구 잡았다 [성일만 야구선임기자의 핀치히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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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갑내기 투수로 프로입단 3년차
현란한 발놀림 vs 묵직한 강펀치
10개 탈삼진 잡은 원태인 ‘우위’


파이낸셜뉴스

삼성 원태인 /사진=뉴시스 롯데 서준원 /사진=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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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8월 22일 대구 경기가 떠올랐다. 대구 원정에 나선 롯데는 서준원(21·당시 20살)을 선발로 내세웠다. 데뷔 첫해인 2019년 삼성전 선발 3경기서 2승1패 평균자책점 2.65로 강한 면을 보였다.

홈팀 삼성의 선발은 동갑내기 원태인(당시 20살). 이 둘은 고교시절부터 라이벌이었다. 사이드암 서준원(경남고)은 최고 150㎞에 이르는 무시무시한 직구로 주목받았다. 우완 정통파 원태인(경북고)은 공을 참하게 던진다는 평을 들었다. 서준원이 윽박지르는 스타일이었다면 원태인은 현란했다.

고교시절부터 이들을 주목해온 터라 관심이 갔다. 프로 입단 이후 첫 선발 맞대결 경기였다. 서준원은 1회 먼저 실기했다. 삼성은 좌타자 3명을 내리 1~3번에 포진시켰다. 사이드암은 원래 좌타자에 약하다.

대각선 투구여서 공을 놓는 순간부터 눈에 잘 들어온다. 이들에게 연속 안타를 맞고 2점을 허용했다. 원태인은 2회 카운트펀치를 허용했다. 1사 1, 2루서 7번 신본기에게 불의의 일격을 당했다. 스코어는 2-3 역전. 결국 승리는 서준원에게 돌아갔다.

2020년 서준원은 삼성전서 선발 2승1패를 기록했다. 하지만 평균자책점은 6.92로 나빠졌다. 원태인은 2019년 롯데전서 2패 10.05를 남겼다. 불안했다. 2020년엔 1승1패 3.42. 상대전적에선 서준원이 앞섰으나 원태인은 상승세였다.

프로 입단 3년차로 맞이한 지난 18일 부산 사직 경기. 이 두 투수가 나란히 마운드에 올랐다. 지난해 8월 22일과의 차이점은 원태인 선발, 서준원 불펜이었다. 결과는 원태인의 일방적 우위였다. 선발 원태인은 7이닝 무실점 승, 7회부터 마운드에 오른 서준원은 2⅓이닝 2실점했다.

서준원은 최고 구속 150㎞를 찍었지만 효과적이지 못했다. 원태인은 102개의 공을 다채롭게 던졌다. 실투는 더러 있었지만 한 번도 미끄러지지 않았다. 1회 2사 1루서 4번 이대호에게 헛스윙 삼진을 유도한 체인지업은 엄지척이었다.

7이닝 동안 잡아낸 삼진 수는 모두 10개. 지난 13일 한화전(6이닝 10K)에 이은 두 경기 연속 두 자리수 탈삼진이었다. 토종 투수 가운데는 양현종(전 KIA·2014년) 이후 7년 만이다. 통산 33번째.

원태인은 1.00으로 19일 현재 평균자책점 1위에 올라 있다. 이 가운데는 지난해까지 유난히 약했던 두산전(4월 7일·5이닝 1실점)도 포함돼 있다. 원태인은 주무기 체인지업과 반대 방향으로 휘는 슬라이더를 개발해 스스로를 업그레이드시켰다.

서준원과 원태인은 고교시절 대등한 가치주였다. 서준원은 묵직한 강펀치를 소유했고, 원태인은 날카로운 잽과 현란한 발놀림을 지니고 있었다. 계약금도 나란히 3억5000만원으로 같았다.

서준원은 첫해 4승11패, 이듬해 7승6패를 각각 기록했다. 원태인은 4승8패, 6승10패. 우열을 가리기 힘들었다. 그런데 3년차인 올해 둘의 실력이 확연히 차이나고 있다. 원인이 무얼까.

원태인은 최근 호투의 공을 포수 강민호에게 돌렸다. 확실히 롯데에는 그만한 포수가 없다. 서준원이 스피드에만 매달리는 것도 문제다. 그 사이 원태인은 또하나의 무기를 장착했다. 서준원 같은 재능을 키워내지 못하면 롯데의 2021년도 기대하기 힘들다.

texan509@fnnews.com 성일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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