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티비뉴스=김현록 기자]배우 윤여정이 아카데미 시상식 공식 기자회견에서 "진심이 통한 것 같다"며 한국의 팬들을 향해 수상 소감을 밝혔다.

26일(한국시간) 오전 미국 로스엔젤레스 유니언 스테이션과 할리우드 돌비극장에서 열린 제93회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윤여정은 영화 '미나리'로 여우조연상을 수상했다. 이로써 윤여정은 102년 한국영화 역사 최초로 아카데미 연기상을 수상한 배우가 됐다.

윤여정은 LA 한국 영사관으로 옮겨 한국 취재진을 대상으로 진행된 기자회견에서 "아직도 정신이 없다. 수상을 생각하지 못했다"면서 "'미나리'는 진심으로 만든 영화다. 그 진심이 통한 것 같다"고 겸손한 수상 소감을 밝혔다.

수상소감에서 1947년생 동갑내기인 배우 글렌 클로즈에게 특별한 애정을 드러냈던 윤여정은 실제로 글렌 클로즈가 수상하길 진심으로 바랐다고 고백하기도. "2000년도 쯤 영국에 갔을 때 '욕망이라는 이름의 마지막 전차' 연극을 하는 걸 보고 정말 대단하다고 생각했다"고 털어놨다.

윤여정은 "요행수를 안 믿는 사람이다. 인생을 오래 살아 배반도 많이 당했다. 제가 받을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았다"면서 "영어도 못하지만 그거보다 잘할 수 있는데 엉망진창으로 (수상소감을) 했다. 그게 좀 창피하다"고 너스레를 떨었다.

윤여정은 "아카데미가 전부는 아닌 것"이라며 "동양사람들에게는 아카데미의 벽이 트럼프의 벽보다 높다고들 하는데, 꼭 최고가 되어야 하나"고 반문하며 "그냥 다들 최중만 했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그는 "저의 연기 철학은 열등의식에서 시작됐을 것이다. 연극영화과 출신도 아니고 아르바이트 하다가 시작했다. 약점을 아니까 열심히 대사를 외워서 피해를 주지 말자, 그것이 저의 시작이었다"고 털어놨다. 또 "절실해야 한다는 것은 알았다. 편안하게, 내가 연기를 좋아해서 하는 것과는 다르다. 저는 정말 절실하게, 먹고살려고 했다. 대본이 저에게는 성경같았다. 많이 노력한다"고 고백했다.

아카데미까지 사로잡은 입담에 대해서는 그저 "제가 오래 살았잖아요. 좋은 친구들과 수다를 잘 떤다. 수다에서 입담이 나왔나보다"고 너스레를 떨었다.

윤여정은 최고의 순간이 언제냐는 질문에 "나에게 최고의 순간은 없을 거다. 난 최고라는 말을 싫어한다"며 "영어 잘하는 애들이 충고하더라. 내가 경쟁을 싫어하고 1등 되는거 좋아하지 않는다는 걸 어디가서 말 하지 말라고. 그런데 난 최고 그런거 좋아하지 않는다. 그냥 다 최중(最中)으로만 살면 되는 것 아닌가"라며 여전한 입담을 뽐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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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나리'의 제작자이기도 한 할리우드 톱스타 브래드 피트로부터 상을 건네받은 윤여정은 무대 뒤에서 브래드 피트와 있었던 일화를 전하기도 했다. 다음 영화 때 돈 좀 더 써달라고 했더니 '조금' 쓰겠다고 하더라고 웃음지었다.

그는 "나뿐만 아니라 사람들이 좋아한다, 팬이 정말 많다고 하니까 브래드 피트가 꼭 오겠다고 했다. 꼭 오라고 했다. 약속한다고 하더라"며 "하지만 미국 사람들 단어가 화려해서 그 말을 믿지 않는다. 늙어서 남의 말에 잘 안 넘어간다"고 너스레를 떨었다.

그는 "상을 타서 정말 보답할 수 있어서 너무 다행이다. 영화를 찍으면서 계획한 것도 없고 어쩌다 하다보니까 여기까지 왔다. 사람들이 너무 응원하다보니까. 그 사람들은 성원인데 나는 '이걸 못 받으면 어떻게 하나'가 됐다"면서 "스트레스에 실핏줄이 다 터졌다"고 토로했다.

윤여정은 이어 "저는 받을 생각도 없고 노미네이트만으로도 영광이라고 생각했"며 "2002년 월드컵할 때, 운동선수들의 심정을 알겠더라. 김연아는 얼마나 힘들었을까. 태어나서 처음 받는 스트레스였다. 그것이 즐겁지는 않았다"고 고백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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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티비뉴스=김현록 기자 roky@spotv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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