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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17 (일)

이슈 '텍사스' 추신수 MLB 활약상

볼수록 놀라운 추신수의 노하우[SS 시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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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서울

SSG 추신수가 25일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린 2021 KBO리그 키움전 6회초 2사만루 내야땅볼을 치고 있다. 고척 | 최승섭기자 thunder@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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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서울 장강훈기자] 야구 ‘직관’의 묘미 중 하나는 중계화면에 잡히지 않는 선수들의 미세한 움직임을 마음껏 볼 수 있다는 점이다. 이른바 ‘직캠’ 같은 영상물을 개인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게재할 수 없다는 게 아쉬울 정도로 생존을 위한 선수들의 움직임이 치열하다.

팀에 보이지 않는 영향력으로 공동 선두 고공 비행을 이끌고 있는 SSG 추신수(39)는 생존을 위한 사투에 누구보다 진심이다. 추신수의 움직임을 눈으로 쫓다보면 메이저리그 베테랑의 노하우 깊이를 가늠할 수 있다. 단순히 베테랑이라서가 아니라, 경기를 얼마나 치열하게 준비하고, 성과를 내기 위해 애를 쓰는 게 느껴질 정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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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SG 추신수가 18일 인천 SSG 랜던스필드에서 열린 2021 KBO리그 SSG와 KIA의 경기 3회말 1사 KIA 선발 남재현에 삼진 아웃을 당한 뒤 덕아웃으로 들어가고 있다. 인천 | 박진업기자 upandup@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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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삼 놀란 장면은 상대 투수와 볼 카운트에 따라 타석을 옮겨다닌다는 점이다. 일반적으로 KBO리그 타자들은 배터박스 포수쪽과 홈플레이트쪽이 만나는 꼭지점에 뒷 발을 놓는다. 최대한 뒤에서 타격하면 공을 더 길게 볼 수 있다는 심리적 안정감 때문이다. 플레이트에 바짝 붙어 있으면, 제구가 좋지 않은 KBO리그 투수들이 몸쪽을 공략하는데 주저하게 된다. 투구를 몸에 맞을 확률이 높아진다는 두려움이 있지만, 타석에 서는 위치로 운신의 폭을 넓힐 수 있다는 계산이 깔린 선택이다.

그런데 지난 25일 서울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린 키움과 정규시즌 원정경기에 2번 지명타자로 나선 추신수는 타석 위치를 규정하기 애매했다. 일반적으로 구속이 느리거나 변화구를 많이 던지는 투수를 상대할 때 포수쪽이 아닌 홈플레이트와 나란히 서는 선수들이 더러 있다. 볼이 변하기 전에 타격하려는 의도다. 추신수는 포수로부터 발 넓이 하나 들어갈 정도의 공간을 떼고 타석에 섰다. 플레이트에서도 발 길이 하나 만큼만 뒤로 물러섰다. KBO리그 스트라이크존에 적응을 못한 측면도 있지만, 집요한 몸쪽 공략과 느린 구속을 모두 잡기 위한 일종의 승부수로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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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SG 추신수가 18일 인천 SSG 랜던스필드에서 열린 2021 KBO리그 SSG와 KIA의 경기 7회말 무사 KIA 투수 김현준에 삼진 아웃을 당한 뒤 아쉬워하고 있다. 박진업기자 upandup@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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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미있는 점은 2스트라이크가 되면 포수쪽으로 다가서 더 신중하게 볼을 골라내려는 의지를 드러낸 장면이다. 겨우 발하나이지만, 히팅포인트로만 따지면 볼 2개가량 차이가 날 수 있는 움직임이다. 익숙한 타석 위치를 옮기는 데 두려움을 갖는 게 타자들의 일반적인 심리인데, 추신수는 한 타석에서도 볼카운트에 따라 타석을 옮긴다. 자신의 선구안과 스윙 스피드를 명확히 인지하지 않으면 할 수 없는 행동이다.

투수 유형과 구위에 따라 무게와 길이, 밸런스가 각기 다른 배트를 사용한다는 점도 KBO리그에서 쉽게 접할 수 없던 장면이다. 흘러 나가는 구종이 많은 투수와, 대각선으로 날아드는 구종은 히팅 포인트에 차이를 줄 수밖에 없다. 인위적으로 히팅 포인트를 조정한다는 게 말처럼 쉽지 않으니, 배트의 원심력이나 무게를 이용해 보완하려는 노력을 하는 셈이다. 실제로 오른손 정통파 투수를 상대할 때와 잠수함 투수를 맞이할 때 다른 배트를 들고 나오는 모습이 포착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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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SG 추신수가 17일 인천 SSG 랜더스필드에서 열린 KIA와 홈경기에서 1회말 솔로 홈런을 때려낸 뒤 전형도 코치와 주먹을 맞대고 있다. 제공=SSG랜더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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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 것 아닌 듯 하지만, 세세한 것까지 최상의 경기력을 내기 위한 노력을 아끼지 않는다. 비록 지표성적은 아직 만족할 수준이 아니지만, 그의 훈련과 경기준비 자세 등이 후배들에게 큰영향을 끼친다는 코칭스태프의 평가가 괜히 나온게 아니다. 그라운드 위에서 추신수의 일거수일투족은 눈으로 쫓는 것만으로도 즐겁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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