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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06 (월)

이슈 [연재] 파이낸셜뉴스 '성일만의 핀치히터'

강한 2번 타자의 정답은 구자욱 [성일만의 핀치히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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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이낸셜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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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의 강한 2번 타자 구자욱. /사진=뉴시스화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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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고 잠 못 이루는 밤이었다. 4월 7일 삼성은 잠실에서 두산에 0-1로 패했다. 개막일 이후 4연패였다. 8위에 그친 지난 해 악몽이 떠올랐다. 흔히 야구감독에게 가장 어려운 일은 투수교체라고 말한다.

하지만 이는 경기 도중의 일이다. 경기 전 해결해야 하는 또 하나의 어려운 숙제가 있다. 타순 짜기다. 한참 이기고 있을 땐 쉽다. 그대로 두면 된다. 연패에 빠지면 그 때부터 머리에 쥐가 난다. ‘야신’ 김성근 감독은 타순 짜기에 몰두하다 꼴딱 밤을 새운 적이 한, 두 번 아니었다.

야구의 신도 어렵다. 간혹 타격 코치에게 맡긴다. 그러나 연패에 빠진 상황서 무작정 타격코치만 바라볼 순 없다. 삼성은 개막전부터 1번 박해민, 2번 김상수, 3번 구자욱(27), 4번 피렐라 타순을 유지했다.

내리 네 경기를 패했다. 이런 상황이면 감독은 스스로에게 묻게 된다. ‘뭐가 잘못됐지?’ 4월 7일 원태인을 내고도 패했다. 5이닝 1실점, 선발투수는 제 몫을 했다. 타자들이 두산의 다섯 투수에게 한 점도 뽑아내지 못했다.

삼성 허삼영 감독은 타순 조정을 단행했다. 김상수와 구자욱을 차례로 한 계단씩 올렸다. 박해민을 3번, 피렐라는 그대로 4번에 두었다. 두산선발은 이영하, 삼성 마운드엔 2년차 이승민이었다. 무게의 추는 아무래도 두산 쪽으로 기울었다. 그런데 삼성은 이 경기서 6-1로 이겼다.

테이블세터(1,2번 타순)가 네 차례나 출루했다. 다음 날 KT전서 2번 구자욱이 폭발했다. 시즌 첫 3안타의 맹타를 휘둘렀다. 첫 장타(2루타)와 타점(3개)이 포함되어 있었다. 삼성은 2연승했다.

4월 10일 구자욱은 KT 마운드를 맹폭했다. 시즌 마수걸이 홈런 포함 3안타 3타점. 이후 5월 9일 롯데전까지 삼성의 2번 고정 출연자는 구자욱이었다. 그가 2번으로 기용되면서 삼성은 19승 8패 승률 7할(0.704)의 ‘날개 달린 사자’로 변신했다.

‘강한 2번 타자’는 최신 트렌드다. 올 시즌 추신수(SSG)를 위시해 손아섭(롯데) 이정후(키움) 페르난데스(두산) 등 여러 명이 강한 2번을 추구했다.

그러나 누구도 만족스런 결과를 내놓지 못했다. 추신수와 손아섭은 9일 경기서 1번으로 변신했다. 타격부진으로 인한 어쩔 수 없는 변화였다. 이정후와 페르난데스는 2,3번을 오가고 있다.

이제 프로야구 10개 구단 가운데 진짜 ‘강한 2번 타자’는 구자욱만 남았다. 공교롭게도 삼성은 구자욱을 2번에 기용하면서 0승 4패 후 7할 승률로 돌아섰다. 10일 현재 시즌 승률 0.613으로 KBO 평원의 포식자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2번 구자욱은 3번 타순(0.267)때 보다 월등 활발해 졌다. 2번 타순 타율은 0.366이나 된다. 시즌 5개의 홈런과 9개의 2루타 3개의 3루타 모두 2번 타순에서 뽑아냈다. 8개의 도루 역시 2번 타순에서 기록했다. 3번 타자 4경기서 6번이나 출루했지만 한 차례도 도루 시도를 하지 않았다.

공교롭게도 2번에 기용된 첫 날 바로 2개의 도루를 성공시켰다. 2번 구자욱이 펄펄 날면서 허삼영 감독의 타순 짜기는 한결 수월해졌다. 오재일이 부상에서 회복하자 상위 타순이 꽉 찼다. 그 중심에 강한 2번 타자 구자욱이 있다.

texan509@fnnews.com 성일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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