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11.27 (수)

이슈 [연재] 인터풋볼 'Inter뷰'

[Inter뷰] 권창훈과 호흡 기대하는 김건희, "매탄고 시절, 많이 맞춰봤죠"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인터풋볼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인터풋볼=화성] 윤효용 기자 =수원 삼성 '아픈 손가락' 김건희가 올 시즌 남다른 활약으로 주목을 받고 있다. 자신에게 주어진 짐을 이겨내고 성숙한 플레이로 팀 공격을 중심에 서 있는 선수가 됐다. 이번 시즌은 분명 김건희에게 특별한 한 해가 될 전망이다.

김건희는 매탄 고등학교, 고려대학교 시절 이름만 들어도 알 정도의 유명한 선수였다. 큰 키에도 유연한 플레이와 드리블 능력을 선보였고 백승호, 황희찬 등과 함께 연령별 대표팀에서 뛰며 대한민국의 미래를 이끌 선수로 평가 받았다. 하지만 수원 삼성 입단 후 경쟁에서 밀리며 자신감을 잃었고 기대한 모습을 보여주지 못했다. 조나탄, 타가트, 데얀 등 외국인 공격수의 존재에 가려져 자리를 잡지 못했고 결국 빠른 군입대를 결정했다.

그러나 상주 상무에서 반전의 기회를 만들었다. 입대 초기에는 부상으로 인해 출전하지 못했지만 2019시즌 막판 10경기에서 8골 1도움을 올리며 자신감을 회복했다. 이후 수원 삼성으로 복귀해 다시 한 번 팀 주전 공격수 도전에 나섰다.

올 시즌 김건희는 무언가 다르다. '애매한 선수'라는 이미지를 벗고 박건하 감독 밑에서 날개를 펼치고 있다. 이번 시즌 기록은 16경기 6골 1도움. 수원에서 가장 많은 골을 넣으며 최전방 고민을 덜어주고 있다. 득점력뿐 아니라 장기였던 드리블 능력도 살아나고 있다. 특히 지난 29일 열린 FC서울과 슈퍼매치에서 김민우의 득점을 도운 저돌적인 드리블은 팬들 사이에서 화제가 되기 충분했다.

어느덧 26세. 이제는 증명해야 할 순간에 자신의 능력을 발휘하고 있는 김건희를 '인터풋볼'이 만나봤다.

[수원 삼성 김건희와 인터뷰]

-육각형 공격수라는 평가가 많다. 본인이 생각했을 때 플레이스타일은 어떤가

나는 원래 힘이 좋은 스타일이 아니다. 어렸을 때는 공을 잘 차는 미드필더 같은 유형이었다. (백)승호 같은 스타일이랄까. 근데 포워드를 보다보니 힘이 좋아야 겠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고등학생 때부터 웨이트를 정말 많이 했다. 힘은 타고나는 선수들이 많다. 그런 선수들에 비해 힘이 좋지 않고 큰 선수들에 비해 높이도 조금 애매하다. 좋은 경기력을 보여주면 다 좋다고 말씀해주시는데 아니면 애매한 선수가 되는 거 같다. 특히 한 부분이 특출한 선수들이 많은데, 그들과 레벨이 되려면 노력할 부분이 많다.

-타고난 체격이 있어서 원래 힘이 좋은 선수로 알려져 있다.

웨이트를 정말 많이 했다. 보디빌더들처럼 웨이트를 한 거 같다. 고등학교 때 대학교 형들과 경기를 뛰었는데 센터 포워드를 보면서 몸싸움에서 못 버티다 보니 굉장히 위축되더라. 그래서 (권)창훈이 형한테 약한 소리를 했는데, 굉장히 강하게 조언해줬다. '그럼 너는 그 정도 선수밖에 안되는 거다. 죽을 듯이 웨이트 해 봤어? 직접 해 봤어?'라고 말하더라. 창훈이형은 굉장히 강한 사람이다. 조언도 강하게 한다.

-특별함이 없다는 이야기도 있다. 육각형 공격수의 약점일 수도 있을텐데

K리그는 국내 스트라이커가 살아남기는 어려운 환경이다. 기회도 외국인 선수들과 동일 선상에서 받는 게 아니다. 경기에 나서지 못하다보니 잘하는 걸 발전시킬 수 없는 부분도 있다. 그래도 훈련 때는 좋은 모습도 항상 나온다. 개인적으로는 부드러우면서 단단한 선수가 되고 싶다. 힘, 스피드는 훈련과 노력을 통해서 갖출 수 있다고 생각한다. 그걸 무기로 가지면 나보다 피지컬이 약한 선수들을 이기면 된다. 반대로 피지컬이 강한 선수들을 상대로는 머리를 잘 써야 한다. 이걸 둘 다 할 수 있어야 영리한 선수, 피지컬이 좋은 선수들 모두를 상대할 수 있다. 세계적인 선수들을 보면 다 좋다. 해리 케인, 벤제마 모든 부분이 좋은 선수들이다.

인터풋볼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슈퍼매치에서 좋은 플레이를 펼쳤다. 김치 케인, 해리 커니, 코리안 레반도프스키 등 별명이 붙었는데, 가장 좋아하는 선수나 마음에 드는 별명이 있나

예전부터 선수들은 건반도프스키라고 불러줬다. 레반도프스키를 워낙 좋아하다보니 붙은 별명이다. 김치 케인이라는 별명은 그냥 재밌는 거 같다(그렇게 불리긴 싫다).요즘은 케인의 영상을 많이 본다. 레반도프스키가 전형적인 공격수라면 케인은 득점뿐만 아니라 밑으로 내려와 경기를 풀어주는 역할도 한다. 케인 플레이를 보고 많이 따라하려고 한다.

-대표팀 발탁에 대한 목소리도 있다.

감독님과 대표팀에 대한 대화를 많이 나눈다. 감독님께서 그런 부분에서 동기부여를 항상 많이 하신다. 내가 나이가 어리거나 경험이 많이 없다면 짧은 경기 임팩트를 보고 발탁이 될 수도 있다. 그러나 나는 어린 나이도 아니고 오래 프로에서 했다. 더 증명하고 보여줘야 한다는 이야기다. 한 시즌을 경기를 다 뛰면서 보낸 적이 없다. 그래서 감독님께서도 한 시즌을 다 뛰면 기회가 되지 않을까 생각한다. 우리 팀은 투톱을 쓰고 있지만 어렸을 때 원톱을 많이 서봐서 솔직히 더 편하다. 투톱은 해야하는 게 더 많다. 원톱은 주변에서 도움을 주면 득점에 더 집중할 수 있을 거 같다.

-고등학교 후배이자 팀 후배인 정상빈이 먼저 대표팀에 갔다. 혹시 부러운 마음이 들진 않았나.

한 두 살 차이면 그런 마음이 들었을 수도 있다. 그러나 나이 차이도 많이 나고, 흐뭇하게 보는 후배다. 처음으로 프로에 와서 아시아 챔피언스리그도 가고, 경험하면서 실력이 느는 걸 보면 지도자, 부모의 마음을 느꼈던 거 같다. 예전에 (염)기훈이형도 내가 성장하는 걸 보고 그런 말씀을 해주셨고 흐뭇해 해주셨다. 이제 후배들 보면 그런 마음이 든다.

-체격과 플레이스타일에 비해 성격이 내성적인 거 같다.

굉장히 낯가림이 심한 편이다. 두루두루 잘 지낸다기 보다 가까운 사람들과 잘 지내는 편이다. 그러나 어렸을 때부터 단체 생활을 하다보니 선수들이랑 지내는데 어려움은 없다. 이적해서 지내는 거도 어렵지 않다. 운동하다보면 금새 친해진다.

-고등학교, 대학교 시절에는 꽤 유명한 선수였다. 지금과는 어떤 점이 달랐나.

그때는 마음 먹은 대로 잘 됐다. 세계적인 스페셜 영상처럼 드리블 해서 제치는 플레이가 많았다. 지금은 그렇게 하기에 부족하다. 이번 서울전에 나왔던 장면 같은 게 매 경기 나왔던 거 같다. 프로 와서는 확실히 그런 부분이 버거웠다. 조금씩 자신감을 찾다보니 드리블을 조금 더 해보고 싶다.

-상무 시절 후반기에 좋은 활약이 있었다. 어떤 게 전환점이 됐나.

경기를 계속 못 뛰어서 군대를 가려고 마음 먹었다. 입대할 때는 타가트, 데얀 같은 선수들과 경쟁해야 했다. K리그 득점왕까지 올랐던 선수들과 경쟁하는 게 정말 쉽진 않았다. 요즘 그런 말이 있지 않나. '일을 하고 싶은데 경력직을 찾는다. 그런데 경력을 쌓을 곳이 없다'. 당시 서정원 감독님께서 (군대에) 안 갔으면 좋겠다고 하셨는데 나는 이미 무조건 가기로 마음은 상황이었다. 가기 전에는 마음이 편해지다보니 더 잘 되고 좋은 모습이 나왔다. 그래서 군대가서 잘하고 싶은 마음이 컸는데 훈련소에서 무리하게 운동하다보니 부상이 또 생겼다. 한 8개월 쉬면서 웨이트를 엄청 했다. 순수 근육량만 3kg를 늘렸던 거 같다. 또 누구와도 비교할 수 없을 정도의 간절함이 있었다. 빨리 복귀하려다 다치다 보니 감독님께서 연습 경기도 안시키시더라. 김태완 감독님은 1-0 보다 4-3, 5-4 경기를 좋아하신다. 수비를 안해도 된다고 하는 감독님은 처음이었다. 왜 상무에서 좋은 공격수가 나오는지 알 거 같았다. 수비는 무조건 골 넣는 것만 집중하라고 말해주셨다. 수원에서 축구가 다가 아니구나를 많이 느꼈고, 다른 팀에서 온 선수들과 비교를 해보면서 자신감을 많이 찾았다.

-현재 몸상태는 어떤가

몸상태는 수원에 있을 때 항상 좋았다. 신뢰를 받고 못 받고에서 자신감이 나오는 거 같다. 이임생 감독님께서 처음에 경기에 다 못 뛴 걸 안다고, 하고싶은 대로 해보라고 하셨다. 그러나 팀 상황이 안 좋아지다 보니 결국 수비만 하게 됐다. 그러다보니 불만이 또 쌓이고 팀이 워낙 안 좋다 보니 나보다 팀을 위해서 버틸 수밖에 없었다. 그렇게 생각하다보니 한 시즌이 지났다.

-박건하 감독님이 오시고 팀이 확 바뀌었다.

수원에는 굉장히 좋은 선수들이 많다. 선수들의 100%를 끌어내 주신 거 같다. 이전 몇 년간은 모든 걸 끌어내지 못했던 거 같다. 꾸준히 기회를 받지 못받다보니 플레이에 대한 자신감보다는 불안감이 컸다. 도전적인 거보다는 실수를 하지 않기 위해 안전한 것만 하다보니 공격도 안 됐고 수비하다 골도 내줬다. 이임생 감독님 체제에서도 경기력이 올라오고 있을 때 감독님께서 떠나시게 됐다.

박건하 감독님이 오신 뒤에는 뛰는 선수들이 신뢰를 받다보니 잘 할 수밖에 없는 거 같다. 오셔서 선수들 이야기 들어주시고, 심리상태도 잘 파악한 뒤 개인적으로 이야기를 다 해주셨다. 수비적인 전술적인 부분도 수정해주셨다. 예전에는 상대가 공을 돌리고 있으면 빨리 빼앗아서 공격을 나가려고 했다. 수원이란 팀은 주도권을 가져야 한다는 압박감이 있었다. 그러나 박건하 감독님께서 오셔서 '상대 팀이 공을 가지고 있다고 해서 이기는 게 아니다. 기다려라'라고 말씀해 주셨다. 체력적으로 공격수들이 쓸데 없는 힘을 많이 안 빼다보니 공격에 힘을 쏟을 수 있다. 그 점이 가장 큰 거 같다.

-매탄 출신들이 요즘 화제다.

나도 창훈이형이 프로에서 운동하는 걸 보면서 꿈을 꿨다. 같은 출신 선배가 잘되는 걸 보면 자신감을 가진다. 잘 안되는 선배들을 보면 '아, 이렇게 해서는 안 되고 더 열심히 해야 하는 구나'는 생각을 가지게 되는 거 같다.

-팀에서 중간 위치이다. 김건희는 어떤 선배인가

매탄고는 친구처럼 지내는 일이 많다. 후배들이 선배들을 이기는 경우가 많다. 평소 생활할 때는 까불고 하지만 운동장에서는 기본적인 예절이 안 되면 조금 강하게 말하긴 한다. 축구 스타일 같은 부분에 대해서는 좋은 이야기를 해주는 선배인 거 같다.

-현재 수원이 3위다. 우승이 욕심날 거 같은데?

당연히 우승에 대한 생각도 가지고 있고, 팬들도 우승하길 바랄 것이다. 그러나 울산, 전북은 항상 우승권에 있는 팀이다. 당장 우승을 한다기보다는 지금처럼 지지않는 팀이 되고 상위권에 머무는 팀이 돼야 한다. 이번 시즌 3위 안을 유지하면서 한 경기 한 경기를 잘해야 할 거 같다.

-올 시즌 전북, 울산 등 강팀들도 잘 잡는 모습을 보여줬다. 자신감도 충분할 거 같은데

포항, 전북, 울산 같은 팀들은 포백을 사용해서 공격적인 축구를 해준다. 우리는 먼저 수비를 하고 공격하기 때문에 좋은 경기를 할 수 있었다. 그러나 인천이나 대구처럼 스리백을 사용해서 먼저 수비하는 팀을 상대로는 좋은 경기력이 나오지 않았다. 이런 팀들을 잡아야 우승을 할 수 있다. 아직 더 해야할 일이 많다.

-권창훈이 대표팀에서 좋은 모습을 보여줬다. 수원에서는 어떤 플레이를 기대하고 있나

몸상태가 좋은 거 같다. 빨리 와서 같이 하고 싶다. 플레이스타일은 고등학생 때와 똑같다. 메시처럼 주고 빈 공간으로 들어가는 플레이가 좋은데 나는 그렇게 들어오면 공을 살려주는 게 자신있다. 요즘은 (김)민우형에게 그런 패스를 많이 한다. (권)창훈이 형에게 어느 위치에 공을 내주면 좋을지 알고 있다. '(예전에) 이런 플레이를 좋아했으니까 이런 플레이를 해주면 좋겠다.' 이런 생각을 했다. 예전과 똑같아서 구체적으로 플레이를 그려봤다.

Copyright ⓒ 인터풋볼.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