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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7 (토)

‘KBO의 일그러진 영웅’ 히어로즈, 구성원 자격있나 [MK시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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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년에 한 번씩 사건과 사고가 발생하는 키움 히어로즈가 2021년에도 사고를 쳤다. 이 정도면 구단 내에 ‘도덕 불감증’이 만연한 것으로 봐야 한다.

한국야구위원회(KBO)는 23일 서울 강남구 도곡동 야구회관 컨퍼런스룸에서 상벌위원회를 개최하고 키움 구단, 키움 한현희, 안우진, 한화 이글스 구단, 한화 주현상, 윤대경에 대해 방역 수칙 위반과 관련해 심의했다.

한현희, 안우진은 경기를 앞둔 날임에도 불구하고 늦은 시간 수원 원정 숙소를 이탈해 서울 호텔에서 장시간 음주를 하는 등 책임이 엄중하다고 판단해 36경기 출장 정지, 제재금 500만 원을 결정했다.

매일경제

히어로즈가 프로야구에 들어온지도 15년을 향해 간다. 하지만 히어로즈는 프로야구의 영웅이라는 이미지보다는 문제아라는 이미지가 더 강한 것도 사실이다. 숱한 사건, 사고의 중심에 서 있었기 때문이다. 사진=김재현 기자


한화 주현상, 윤대경에 대해서는 5인 이상 사적 모임 금지를 위반했으나 해당 모임을 사전에 인지하지 못했고 회피하려고 노력한 점이 참작돼 10경기 출장 정지와 제재금 200만 원을 결정했다.

키움 구단에게는 1억 원, 한화에는 5000만 원의 제재금을 부과했다. 키움의 경우 제재금이 2배 이상 나왔다.

같은 술자리에 참석해 방역 수칙 위반을 한 사안에 대해 키움과 한화의 징계에 차이가 있던 것은 KBO가 선수관리라는 측면을 심각하게 봤기 때문이다. 키움은 소속 선수가 원정 숙소를 무단 이탈했고 다음 날 경기가 있었는데도 늦은 시간까지 음주를 하는 등 선수 관리에 문제점이 더 크다고 판단했다.

키움으로서는 억울한 기색도 엿보인다. 안그래도 숱한 사건·사고의 중심에 서있던 키움이다. 이번 일도 일과 시간 이후에 발생했다. 불가항력 측면이 없진 않다.

하지만 ‘KBO리그의 문제아’ 히어로즈라면 얘기가 달라질 수 있다. 사고를 하도 쳐왔기에 더욱 더 신경 썼어야 하는 게 맞다.

수년 간 젊은 선수들을 앞세워 상위권 성적을 유지해오고 있는 히어로즈지만, 도덕적인 문제에서는 10개 구단 중 최하위라는 게 야구계의 지배적인 시선이다.

히어로즈 소속 선수들이 숱한 사고를 쳐왔던 게 사실이다. 무혐의였지만 박동원과 조상우가 원정 숙소에 여성들을 불어 들였다가 성폭행으로 고발을 당한 게 3년 전 일이다. 이 사건의 핵심은 성폭행 여부보다는 원정 숙소에 외부인을 끌어들였다는 것이다. 그만큼 선수단 관리가 엉망이었던 히어로즈인데, 3년 만에 비슷한 일이 터져버렸다.

지난해 6월 KBO리그 복귀를 추진했던 강정호도 히어로즈에서 불씨를 잉태했다. 음주운전 3회로 법원으로부터 삼진 아웃을 당했던 강정호는 거센 비난 여론에 KBO의 솜방망이 징계에도 스스로 복귀를 포기했다. 메이저리 피츠버그 파이어리츠 시절인 2016년 12월 음주운전 사고를 내며 히어로즈 소속이던 2009년과 2011년 음주운전 사실까지 알려졌다. 하지만 구단 측은 “파악하지 못했다”는 궁색한 변명만 내놓은 게 전부였다.

또 지난해 성희롱 사실이 발각돼 계약 해지한 윤영삼 같은 경우는 히어로즈 스스로 선수 관리 실패라고 인정했다. 2019시즌 불펜의 핵으로 떠오른 키움이지만, 지난해 대만 스프링캠프 숙소에서 난동을 부린 불미스러운 일도 있었다.

이 밖에 출소하긴 했지만, 대주주인 이장석 전 대표는 배임과 횡령 등 혐의로 옥살이를 했고, KBO로부터 관리를 받기도 했다. 여기에 구단 정상화를 위해 이사회 의장으로 부임한 허민 의장은 자체 청백전에 투수로 출전하는 기행을 일삼으며 갑질 논란을 일으켰고, 이를 촬영한 팬을 사찰하려는 시도까지 했다는 폭로가 나오며 KBO로부터 2개월 직무정지를 당하기도 했다.

이번에는 코로나19 대유행 와중에 선수들이 원정 숙소를 이탈해 서울 강남 술판으로 달려가는 있을 수 없는 사고가 발생했다.

이 정도면 사건·사고가 연례행사인 구단이다. 선수 관리 실패, 도덕 불감증 등 불명예스런 수식어로 점철돼있는 히어로즈가 과연 프로야구 구성원 자격에 맞는지부터 따져봐야 한다.

선수 관리 실패가 반복되는 것도 구단 능력이라고 볼 수밖에 없다. 총재까지 머리를 조아리며 사과하게 만든 사태의 주동자가 히어로즈 구단이다. 이들을 동반자로 계속 함께 해야 할지 프로야구 전체가 고민해봐야 할 시간이다.

[안준철 MK스포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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