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09.21 (토)

이슈 난민과 국제사회

갈 곳 잃었던 베네수엘라 난민 복서, 우루과이에 새 둥지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난민팀으로 올림픽 출전한 세야, 트리니다드 귀국길 막힌 후 망명지 모색

연합뉴스

2020 도쿄올림픽에 난민팀으로 출전한 베네수엘라 복서 세야
[로이터=연합뉴스 자료사진]


(멕시코시티=연합뉴스) 고미혜 특파원 = 난민팀으로 2020 도쿄올림픽에 출전했던 베네수엘라 출신 복싱 선수가 우루과이에 새 보금자리를 마련하게 됐다.

엘드릭 세야(24)는 10일(현지시간) 인스타그램에 우루과이 수도 몬테비데오에서 올린 사진과 함께 "이 나라에서 새롭게 시작할 수 있게 됐다"며 "망설임 없이 문을 열어준" 우루과이에 고마움을 표시했다.

세야는 이번 올림픽에 오륜기를 달고 출전한 29명의 난민 선수단 중 한 명이었다.

9살 때 동네 무료 강습을 통해 처음 복싱을 접한 세야는 18살에 베네수엘라 국가대표로도 발탁됐다. 그러나 경제난을 겪고 있던 베네수엘라에선 선수들에 대한 지원도 열악했고, 세야는 7개월 만에 다른 선수들과 함께 팀을 나와야 했다.

그는 이후 2018년 이웃 트리니다드토바고에서 열린 복싱 대회에 참가했다가 그 길로 망명을 신청했다.

트리니다드에서 세야는 다른 베네수엘라 이민자들과 마찬가지로 하루 벌어 하루 먹고 사는 생활을 해야 했지만, 복서의 꿈을 완전히 놓지는 않았다.

그는 올림픽 당시 로이터통신과의 인터뷰에서 "콘크리트를 혼합하면서 이 일이 내 복싱 커리어에 어떻게 도움이 될지를 생각했다. 유리를 자르고 페인트칠을 하면서도 마음속엔 하고픈 일을 늘 담아 두었다"고 말했다.

연합뉴스

우루과이 정착 소식 전한 세야 인스타그램


세야는 2016 리우올림픽에 처음으로 난민 선수단이 출전했다는 사실을 접하고 도쿄올림픽 참가를 위해 이곳저곳에 이메일을 보냈고 결국 난민팀의 일원이 될 수 있었다.

꿈에 그렸던 올림픽 무대는 짧았다.

세야는 미들급 1회전에서 도미니카공화국 선수에 67초 만에 패했다.

아쉬움을 느낄 새도 없이 올림픽 후 트리니다드토바고로 돌아갈 수 없다는 비보도 전해졌다. 그의 부친은 베네수엘라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세야의 여권이 만료돼 트리니다드토바고에서 비자 발급을 거부했다고 전했다.

세야의 부친은 유엔난민기구에 도움을 요청했고, 마침내 새 거처를 찾을 수 있게 됐다.

한편 세야의 어려운 처지가 알려졌을 무렵 호르헤 아레아사 베네수엘라 외교장관은 "세야는 난민이 아니다. 아무도 그를 쫓고 있지 않고 그는 원하면 언제나 베네수엘라로 올 수 있다"며 유엔난민기구가 그를 "이념적으로 이용하고 있다"고 비난하기도 했다.

mihye@yna.co.kr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