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별리그 0-3 패배 그대로 되갚은 3-0 완승…"포항의 저력 보였다"
나고야와의 ACL 8강전에서 지시하는 김기동 감독 |
(전주=연합뉴스) 최송아 기자 = "와신상담!"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ACL)에서 12년 만에 포항 스틸러스의 4강 진출을 이끈 김기동 감독은 조별리그에서 이기지 못한 나고야 그램퍼스(일본)와의 '리턴 매치'에서 설욕하려는 간절함이 승리로 이어졌다고 만족스러워했다.
김 감독은 17일 전주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2021 ACL 8강전을 마치고 기자회견에서 "이 경기를 준비하면서 와신상담했다. 이기고 싶은 마음이 정말 간절했다"고 강조했다.
이날 포항은 임상협의 멀티 골 등을 앞세워 나고야를 3-0으로 완파, 2009년 이후 12년 만에 ACL 4강에 진입했다.
앞서 올해 ACL 조별리그 같은 조에서 경쟁하며 한 번도 승리를 따내지 못하고 상대 전적 1무 1패에 그쳤던 나고야에 완승을 따낸터라 기쁨이 두 배였다.
김기동 감독은 "조별리그에서 0-3으로 졌을 땐 퇴장이 한 명 있었는데, 팬들은 11명 대 10명으로 경기한 것 말고 스코어만 생각하더라"면서 "패배를 갚아 주고 싶은 마음이 간절해 많이 준비했고, 그대로 선수들이 움직여 준 덕분에 승리했다"고 각별한 기쁨을 전했다.
포항은 이날 전반 다소 밀리는 흐름 속에 실점 위기를 여러 차례 넘긴 뒤 후반에 3골을 몰아쳤다.
김 감독은 "초반 15분 정도 우리 페이스로 가다가 쉬운 실수로 주도권을 내주면서 전반에 어려운 상황을 겪었다. 상대 공격 시 빌드업 위치 선정 등에 대해 하프 타임에 짚어줬고, 우리가 먼저 득점하면 상대 밸런스가 무너질 것이라고 주지시켰다"고 전했다.
이어 "탄탄한 수비를 자랑하고 밸런스를 유지하며 축구를 하는 나고야가 실점 이후 공격적으로 나서다 보니 공간이 생겼고, 우리가 좋은 경기를 할 수 있었던 것 같다"고 평가했다.
승리 결정지은 임상협 |
결승 골을 포함한 멀티 골 활약을 펼친 임상협에 대해선 "지구력과 스피드, 기술 모두 좋고 가진 게 많은 선수인데, 올 초에 접했을 땐 자기가 잘할 수 있는 걸 인지하지 못한 채 그냥 공을 차는 느낌이었다. 이제는 자연스럽게 장점을 살리는 경기를 하고 있다"고 칭찬했다.
핵심 선수의 이적과 선수들의 잇따른 부상 등으로 힘겨운 시즌을 보내면서도 '아시아 4강'에 든 저력을 김 감독은 '근본'에서 찾았다.
그는 "우리가 가진 포항만의 색깔, 정통성, 초창기부터 국내 프로축구를 이끌어 온 역사를 선수들이 잘 이해하고 있어서 중요한 경기에서 집중력이 나오는 것 같다. 오늘 우리의 저력을 보였다고 생각한다"고 자부심을 드러냈다.
포항이 일본 팀과의 ACL 17차례 맞대결에서 10승 5무 2패로 강한 면모를 보인 데 대해선 "모든 경기를 준비하며 분석관, 코치진이 고민하고 노력하는데, 그런 게 잘 이뤄지는 거 아닌가 싶다. 한일전이라서 집중력을 더 발휘하는 것도 있다고 본다"며 "좋은 징크스를 이어가고자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포항은 이날 오후 7시부터 이어지는 전북 현대-울산 현대의 8강전 승자와 20일 4강전에서 격돌한다.
김 감독은 "아직 4강 상대에 대해선 생각해 본 적이 없다"면서 "어느 팀이 올라오든 리그에서 상대했던 팀이고, 이겨야 결승에 가니까 우선 편안하게 7시 경기를 보고 그다음을 생각하겠다"며 빙긋이 웃었다.
한편 이번엔 포항을 꺾지 못한 나고야의 마시모 피카덴티 감독은 "전반엔 경기 운영이 잘 됐다. 충분히 이길 기회가 있었고, 나쁜 경기가 아니었으나 이렇게 끝나게 돼 아쉽다"며 "이런 것 또한 축구의 일부"라고 패배를 곱씹었다.
songa@yna.co.kr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이 기사의 카테고리는 언론사의 분류를 따릅니다.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