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O리그 진출 첫 시즌 최고령 20-20 달성
"오승환과 대결 기분 좋아…더 이기고 싶었다"
추신수가 6일 인천SSG랜더스필드에서 시즌 결산 인터뷰를 가졌다. © 뉴스1 |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
(인천=뉴스1) 이상철 기자 = KBO리그에서 첫 시즌을 마친 추신수(39·SSG 랜더스)가 행복하게 야구를 했다고 소회를 밝혔다. 주축 선수들의 부상 속에 아쉽게 포스트시즌 진출이 좌절된 것에 아쉬움을 토로하면서도 희망을 봤다고 자평했다.
추신수는 6일 인천SSG랜더스필드에서 가진 시즌 결산 인터뷰에서 "성적이 만족스럽거나 아쉽거나 항상 시즌을 마치면 미련과 후회가 남는다. 올해 성적은 내가 기대했던 것보다 부족했는데 팀 성적이 무척 아쉽다. 감독님, 코치님, 선수들, 프런트 모두가 노력했는데 마지막 한 경기로 인해 포스트시즌 탈락이 결정 났다"고 밝혔다.
메이저리그에서 16년 동안 뛰었던 추신수는 지난 2월 SK 와이번스를 인수한 SSG의 1호 영입 선수로 계약해 화제를 모았다. 연봉은 27억원으로 역대 프로야구 최고 대우였다.
추신수의 가세로 우승후보로 꼽혔던 SSG는 정규시즌 최종전 패배로 6위에 그치며 포스트시즌 진출에 실패했다. 시즌 초반 선두권 경쟁을 벌였으나 박종훈, 문승원, 아담 르위키 등이 부상으로 전력에서 이탈하면서 선발진이 붕괴된 것이 뼈아팠다.
추신수는 "우승하러 한국에 왔는데 팀 성적이 너무 아쉽다. 20년 동안 뛰면서 팀의 선발 투수 5명이 한 시즌을 제대로 소화하지 못한 것은 처음이었다"며 "그렇지만 1~3선발이 없는 어려운 여건에 포기하고 싶었을 텐데 끝까지 최선을 다한 선수단에 박수를 보내고 싶다"고 말했다.
비록 가을야구 초대장을 받지 못했으나 추신수는 시즌 내내 주목을 받았다. 그리고 그는 137경기에 출전해 타율 0.265(461타수 122안타) 21홈런 25도루 69타점 84득점 OPS(출루율+장타율) 0.860의 성적을 거뒀다. 타율은 낮지만 뛰어난 선구안으로 4사구 115개를 얻으며 출루율(0.409) 6위에 올랐다. 아울러 KBO리그 최고령 20(홈런)-20(도루)을 달성했다.
추신수는 "개인적으로 안타, 홈런보다 출루를 우선시하는 편이다. (안타가 아니더라도) 사구, 볼넷 등 어떻게든 출루하는 게 최고"라며 "타율이 조금 아쉽고 출루율도 내 기대보다 낮다. 하지만 출루율 4할, 볼넷 100개 이상, 도루 20개 이상 등을 거두며 내가 아직 더 뛸 수 있다는 걸 확인한 시즌이어서 만족한다"고 말했다.
2000년 부산고 졸업 후 메이저리그에 도전장을 내밀었고, 오랫동안 미국에서 활동했던 그에게 한국생활은 큰 행복감을 줬다. 특히 더그아웃에서 동료들과 영어가 아닌 한국어로 대화를 나누는 것은 특별한 경험이었다.
추신수는 "한국어 실력이 많이 늘었다"며 껄껄 웃은 뒤 "젊은 선수들이 즐겨 쓰는 '아아(아이스 아메리카노)' '한드(한국드라마)' 등 줄임말을 알게 됐다. 한국어로 선수들과 농담을 나누며 웃고 떠는 것이 좋고 행복했다"고 지난 1년 한국 생활을 돌아봤다.
아울러 오랫동안 떨어져 지냈던 부모님과 함께 지낼 수도 있었다. 추신수는 "부모님께서 무척 좋아하셨다. 예전에는 (오프시즌 귀국해서) 만나도 식사만 하고 헤어졌는데 같이 생활했다. 손빨래도 해주시고 끼니도 챙겨주셨다. 어머니께서 20년 만에 함께 살게 됐다며 눈물을 흘리시기도 했다"고 전했다.
24일 오후 인천 미추홀구 문학동 SSG 랜더스필드에서 열린 프로야구 '2021 KBO리그 SSG 랜더스와 LG 트윈스의 경기에서 8회말 SSG 공격 선두타자 추신수가 안타를 치고 1루로 향하고 있다. 2021.6.24/뉴스1 © News1 이승배 기자 |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
추신수는 슈퍼스타로 KBO리그의 모든 선수들이 그와 만남을 고대했다. 거꾸로 추신수에게도 특별한 시간이었다.
그는 "직접 보니 최정(SSG), 나성범(NC 다이노스) 등 뛰어난 실력을 갖춘 선수들이 많았다. 처음에는 삼진을 당했을 때 자존심이 크게 상했다. 그렇지만 나도 메이저리그에서 좋은 투수를 상대로 좋은 결과를 냈을 때 큰 자신감을 얻었다. KBO리그의 젊은 투수들도 나를 아웃시키면서 자신감을 얻고 발전한다면 그 또한 도움을 준 것으로 생각한다. 물론 일부러 삼진 아웃을 당한 적은 없다"고 했다.
가장 기억에 남는 투수는 KT 위즈의 고영표다. 추신수는 고영표와 7차례 맞붙어 한 번도 출루하지 못하고 5차례 삼진 아웃을 기록했다.
추신수는 "메이저리그의 언더핸드 투수는 체인지업을 잘 안 던진다. 고영표를 상대할 때는 내가 마치 바보가 된 것 같다. 고영표의 체인지업은 공이 없어지는 느낌이 들어 도저히 못 치겠더라. 내가 못 치는 영상을 봐도 웃긴다"고 미소를 지었다.
오승환(삼성 라이온즈), 이대호(롯데 자이언츠) 등 친구들과 그라운드에서 대결한 것도 잊지 못할 추억이다.
추신수는 "진짜 기분이 좋았다. (오)승환이와 맞붙었을 땐 아드레날린이 분비돼 더 이기고 싶었다"고 되돌아봤다. 추신수는 오승환과 두 번 상대해 1타수 1안타 1볼넷을 기록했다.
후배들에게 조언도 잊지 않았다. 추신수는 "KBO리그 선수들이 좀 더 프로 의식을 가졌으면 좋겠다는 바람이 있다"며 "한 경기 한 경기를 더 소중하게 생각해야 한다. 평상 야구를 할 수 없다. 정규시즌 마지막 경기처럼 매 경기를 뛰었다면 분명 다른 결과를 얻었을 것이다. 타율 0.290과 0.3000은 다르다. 500타석 중 집중하지 못해 안타를 치지 못할 때가 있는데 그 경우를 줄여야 한다"고 당부했다.
이어 "승환이가 적지 않은 나이에 대단한 기록(44세이브·1위)을 세웠다. 그가 한 경기를 준비하는 모습을 보면 좋은 성적을 거둘 수밖에 없다는 걸 알 수 있다. 다만 후배들이 그걸 단순히 보는 것에 그치지 말고 배워서 자기 것으로 습득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한 후배들이 더 쾌적한 환경에서 야구를 할 수 있기를 바랐다.
추신수는 "야구 경기는 미국이나 한국에서 같지만 한 경기를 준비하는 과정이 너무 많이 달랐다"며 "원정팀의 경우 선수들이 쉬거나 치료를 받을 수 있는 공간이 없는 등 열악한 환경이다. 선수와 코치가 한 공간에서 지내야 해 익숙하지 않기도 했다. 많은 걸 기대하는 건 아니다. 적어도 선수들이 프로로서 동등하게 준비할 수 있도록 개선되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26일 오후 경남 창원NC파크에서 열린 '2021 프로야구 신한은행 SOL KBO리그' NC 다이노스와 SSG 랜더스 경기에서 6회초 2사 주자 없는 상황 SSG 추신수가 홈런을 치고 홈에서 최정과 기쁨을 나누고 있다. 2021.10.26/뉴스1 © News1 여주연 기자 |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
rok1954@news1.kr
[© 뉴스1코리아(news1.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의 카테고리는 언론사의 분류를 따릅니다.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