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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서울|LA=문상열전문기자] 메이저리그는 감독 후보 대상에서 포수 출신을 선호한다. 야구의 시작이 포수로부터 시작되기 때문이다. 2년 연속 감독상을 수상한 탬파베이 레이스 케빈 캐시, 샌디에이고 파드리스로 이적한 봅 멜빈 등은 포수 출신이다.
투수는 감독 후보 대상으로는 최하위급이다. MLB에서는 투수를 ‘어슬레틱’으로 평가하지 않는다. 볼 던지는 투수로 역할을 묶어 버린다. 현재 공석중인 뉴욕 메츠, 오클랜드 에이스를 제외한 28개팀 감독 가운데 투수 출신은 콜로라도 로키스 베테랑 감독 버드 블랙(64)이 유일하다. 투수로 가장 성공한 케이스는 마이너리그 출신 토미 라소다 전 LA 다저스 감독이다. 월드시리즈 2회 우승을 이끌었다.
KBO리그도 잠시 포수 출신이 감독 후보 1순위에 오른 적이 있다. 조범현(SK-KIA), 김경문(두산-NC)이 동시에 사령탑에 있었고, 그 뒤를 김태형(두산)이 이었다.
그러나 여전히 KBO리그는 투수 출신이 선호 대상이다. 공석중인 KIA를 제외한 9개팀에 투수 출신은 2명. 한국시리즈 챔피언을 이끈 KT 이강철, SSG 김원형이다. 퍼센테이지를 보면 매우 높은 수치다.
초창기 투수 출신은 현재보다 더 선호대상이었다. 1루수 출신 김응용 감독을 제외한 레전더리 3김 김영덕, 김성근, 김인식 등이 모두 투수 출신이었다. 사실 프로야구 초창기에는 3김이 투수 출신으로 선호대상이었다기 보다는 워낙 풍부한 지도자 경력을 갖고 있었다. 특히 김영덕 감독은 일본프로야구에서 투수 생활을 해온 터라 장기레이스 운영에서는 타의 추종을 불허했다.
현재 KBO리그를 쥐락펴락하는 이는 두산의 김태형 감독이다. 선수들을 향한 발언을 보면 거의 안하무인에 야구판은 내 손안에 있다는 느낌을 준다. 한국시리즈에서 투타의 힘이 떨어져 KT에 4전 전패를 당했지만 앞의 3차례 시리즈는 ‘김태형에 의한 김태형의 시리즈’였다.
경험이 부족한 키움 홍원기, LG 류지현, 삼성 허삼영 등 세 감독은 김태형 감독에 놀아났다고 해도 지나치지 않을 정도로 전략에서 완패를 당했다. 하지만 이강철 감독은 당하지 않았다. 자신이 구상한 야구를 KS 무대에서도 그대로 펼쳤다.
경기감각 면에서 불리했던 KS 1차전 3회까지 두산 페이스였고, 이후 KT가 주도했다. 이 감독은 주자가 나가면 보내기번트, 히트 앤드 런 작전을 적절히 구사해 오히려 김태형 감독을 흔들어 놓았다. KT는 정규시즌에서 가장 많은 69개의 희생번트를 성공했다. 번트작전은 선취점을 뽑으려는 의도다. 투수 출신답게 KT 마운드의 힘을 정확하게 판단했다. KS 사상 최초의 선발투수 4승도 앞으로 나오기 힘든 성과다.
초창기 3김 감독을 제외하고 투수 출신들이 가장 애를 먹는 게 작전 구사 능력이다. 투수 교체는 전문이지만 전체적인 야구를 보는 눈이 떨어지는 편이다. 지난 시즌 중도에 교체된 감독이 선수들에게 불신을 당한 이유는 작전 구사 능력이 떨어져서였다. 작전 구사는 순발력을 요하는 판단이다. 이제는 원로축에 속하는 모 투수 출신 감독도 작전을 내지 못해 코치가 일일이 사인을 내보냈다.
이 감독은 투수 출신이면서 이런 우려를 KS 무대에서 불식시켰다. 해태 출신으로 가장 해태가 컬러가 적은 이 감독의 2021년 통합 우승의 성공은 결코 ‘Fluke(요행수)’는 아니었음을 증명했다. 키움과 두산에서 벤치코치를 역임한 경험이 큰 재산이 됐다. 앞으로 남은 과제는 KS 우승을 멀티로 이룰 수 있을지 여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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