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년 LPGA 주요 타이틀을 나눠가진 고진영(왼쪽)과 리디아 고. 사진은 고진영이 지난 22일 시즌 최종전 CME 그룹 투어 챔피언십에서 우승하자 리디아 고가 축하하는 장면. [AFP=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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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진영(26)이 올해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 다승왕, 상금왕, 올해의 선수상 등을 수상했다. 베어트로피(최소타수상)는 또 다른 고씨인 리디아 고(24)가 받았다. 2021년 LPGA 투어의 큰 상을 고씨 둘이 싹쓸이했다.
리디아 고는 제주도에 살다가 어릴 때 뉴질랜드로 이민 갔다. 고진영의 아버지 고성태 씨는 “조상이 제주도 출신인데 100년 전쯤 육지에 와서 살기 시작했다”고 했다.
리디아 고가 워낙 특출했고, 고씨 성을 가진 사람이 많지 않기 때문에 그보다 뛰어난 고씨 골퍼가 나오지 못할 거로 기자는 예상했다.
리디아 고는 15세 때인 2012년 아마추어 신분으로 LPGA 투어에서 우승했다. 남녀 통틀어 가장 어린 나이인 17세에 세계 랭킹 1위에 올랐다.
그러나 고진영이 튀어나오더니 세계 랭킹 1위에도 오르고, LPGA 투어에서 올해의 선수상을 두 번이나 받는 등 놀라운 활약을 펼치고 있다. 리디아 고 못지않다.
리디아 고와 고진영은 공식 경기에서 골프 여제 안니카 소렌스탐과 함께 경기한 적이 없다. 그러나 소렌스탐으로부터 간접적인 영향을 받았다. 2016년 리디아 고는 소렌스탐의 29라운드 연속 언더파 기록을 앞두고 3연속 오버파를 치는 등 잠시 슬럼프에 빠졌다.
고진영은 지난달 부산에서 열린 BMW 챔피언십에서 소렌스탐의 15라운드 연속 60대 타수 기록 경신을 눈앞에 두고 71타를 쳤다.
그러나 고진영은 71타 이후 다시 11라운드 연속 60대 타수를 기록하고 있다. 그의 마지막 9경기에서 4라운드 평균 타수는 66.89타다. 최근 33라운드 중 60대 라운드가 29번이다. 70대를 친 라운드 수(4번)보다 우승 수(5번)가 더 많다. 리디아 고도 살아나고 있다. 올해 LPGA 투어에서 우승했고, 최근 3개 대회 연속 톱 10에 들었다.
올 시즌 최저타 수상은 최저타수를 친 선수가 받지 못했다. 평균 타수 1위는 넬리 코다(68.774타), 2위는 고진영(68.816타)인데 두 선수는 시즌 총 라운드의 70% 이상, 혹은 70라운드 이상이라는 최저 기준을 맞추지 못해 수상자가 되지 못했다. 리디아 고는 69.329타로 평균 타수 3위지만 최저라운드 기준을 넘어 상을 탔다.
리디아 고에겐 매우 중요한 상일지도 모른다. LPGA 투어 명예의 전당은 주요 스포츠 중 가장 입회가 어렵다. 미국 프로야구 메이저리그(MLB)의 입회자는 매년 4명 정도인데, LPGA 투어는 지금까지 입회한 선수(혹은 관계자)가 총 25명에 불과하다. 2007년 이후 LPGA 투어 명예의 전당 입회자는 박세리와 박인비뿐이다.
명예의 전당을 위해서는 27점을 채워야 한다. 일반 대회 우승 1점, 메이저대회 우승 2점, 올해의 선수상과 최저타상도 1점씩이다.
리디아 고는 LPGA 투어 16승(메이저 2승)과 올해의 선수상 한 번, 베어트로피 한 번을 타 20점이다. 올해 수상한 베어트로피가 명예의 전당에 들어가느냐 마느냐를 결정할 수도 있다.
고진영은 17점이다. LPGA 12승(메이저 2승)에 올해의 선수상 2번, 베어트로피 한 번을 받았다.
골프에서 미래는 알 수 없다. 로레나 오초아는 27점을 채우고도 결혼으로 10년 투어 활동 조항을 충족하지 못해 명예의 전당에 입회하지 못했다.
두 고씨가 모두 LPGA 투어 명예의 전당에 들어간다면 확률적으로 대단한 일이다. 제주 고씨가 아니라 골프 고씨로 본관을 바꿔야 할지도 모르겠다. 중국어로 골프는 ‘高尔夫(까얼푸)’로 쓴다.
성호준 골프전문기자 sung.hoj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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