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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7 (토)

완전히 딴 세상? 밖에선 트럭 시위, 안에선 "복귀 기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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엑스포츠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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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엑스포츠뉴스 인천, 조은혜 기자) 대한항공 정지석이 복귀한 날, 계양체육관의 안과 밖은 완전히 다른 세상인 듯했다.

대한항공은 3라운드의 시작이었던 4일 우리카드와의 홈경기에서 정지석을 선발로 기용했다. 데이트 폭력, 불법 촬영, 재물손괴 등으로 전 여자친구에게 고소를 당했던 정지석이 고소인과 합의 후 사법 절차를 어느 정도 마무리하고, 구단의 짧은 출전정지 징계까지 마친 후였다.

정지석의 출전 정지 징계는 사실상 2라운드 3경기. 여러 가지 상황을 고려하면 정지석이 3라운드 첫 경기부터 나선다고 해도 선발보다는 교체 투입될 것이란 전망이 많았지만, 정지석은 당당히 선발로 나서서 팀의 첫 서브를 책임졌다. 정지석은 서브를 넣기 전 관중석을 향한 한 번의 인사로 자신에게 있었던 많은 일에 대한 답변을 대신했다. 정지석의 말에 따르면 "부족하지만 죄송하다는 말씀을 담은 인사"였다.

하지만 이 시점에도 팬들의 트럭 시위는 진행 중이었다. 지난달 29일 대한항공 본사와 KOVO 앞에서 1차 트럭 시위를 했던 팬들은 이날 계양체육관 앞에서도 트럭 시위를 진행했다. 이들은 "정지석은 대한항공 배구단뿐만 아니라 남자 배구 전체 이미지에 심각한 손상을 입혔음에도 불구하고 KOVO와 대한항공 본사는 보여주기식 솜방망이 처벌만 진행했다"며 "최근 사회적으로도 큰 문제가 되고 있는 데이트 폭력 혐의가 있는 선수를 복귀시키려고 한다"는 분노를 쏟아냈다.

같은 시점, 첫 서브부터 서브에이스를 기록하며 자신의 복귀를 알린 정지석은 이날 16점을 기록하며 팀의 완승을 이끌었다. 백어택 3개와 서브에이스 3개, 블로킹 2개를 포함해 트리플크라운에 준하는 활약이었다. 공격 점유율이 26.47%로 링컨(41.18%)에 이어 두 번째로 높았고, 공격 성공률은 61.11%에 달했다.

토미 틸리카이넨 감독은 이런 정지석의 활약이 반가운 눈치였다. 경기 후 인터뷰에서 가장 먼저 "정지석이 다시 코트로 돌아와서 기쁘다"는 말을 꺼낸 틸리카이넨 감독은, 정지석을 선발로 내보낸 이유를 묻자 "워낙 잘하는 선수다. 코트로 돌아와서 도움이 될 수 있는 선수이기 때문"이라고 답했다.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 그저 부상에서 돌아온 선수를 말하는 듯한 내용이었다.

정지석 역시 '아직 반감을 품은 팬들이 있다'는 질문에 동문서답을 반복하다 "복귀를 했어야 하는 건지, 안 했어야 하는 건지는 내가 결정할 수도 있는 문제지만 어쨌든 나는 배구가 너무 하고 싶고, 그런 나의 의견이나 의지를 많이 반영해주신 구단 관계자분들에게 감사드린다"며 자신의 물의가 아닌, 자신의 복귀에 대해서만 초점을 맞추는 모습을 보였다.

이날 승점 3점을 챙긴 대한항공은 시즌 전적 7승6패, 승점 22점이 되면서 1위 한국전력(8승4패)과 승점 동률을 만들고 추격에 박차를 가했다. 아마 점차 더 강해질 대한항공, 하지만 팬들이 앞으로 대한항공의 승에 순수하게 기뻐할 수 있을지는 생각해봐야 할 문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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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KOVO, 트럭 시위 제보자

조은혜 기자 eunhwe@xports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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