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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3 (토)

이슈 [연재] OSEN '홍윤표의 휘뚜루 마뚜루'

[홍윤표의 휘뚜루 마뚜루] ‘투저타저 2021년’, 우리를 경악하게 한 김현수의 타율 급락, 사사구, 실책 폭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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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목에 과물들이 무르익어 있는 사태처럼/ 나를 경악케 하는 것은 없다.(…)’고 박성룡 시인은 노래했는데(그의 시 ‘果木’ 중에서 인용), 추수가 끝난 2021년 프로야구 KBO리그에서는 예전에 보지 못했던 ‘이상한 기록들’이 우리를 뜨악하게 만든다. 철석같이 믿었던 어떤 고정관념이 깨졌을 때, 우리는 당혹감을 느끼기 쉽다.

올해 KBO리그의 기록을 되짚어 살펴보니 우선 ‘믿어 의심치 않았던’ 김현수(33. LG 트윈스→FA)의 ‘3할’ 타율이 눈에 띄지 않는다. 김현수는 잘 알려져 있다시피 ‘타격 기계’라는 소리까지 들을 정도로 정교한 타격을 자랑하던 타자였으나 뜻밖에도 그의 타율은 2할 8푼 5리에 그쳤다. 김현수의 성적을 타율에만 국한 시켜놓고 보면 2008년 이후 가장 저조한 기록이다.

2008년에 타격왕( .357)으로 우뚝 섰던 그는 그 후 2018년에도 다시 타율 1위를 기록하면서 KBO리그의 대표적인 교타자로 이름을 날렸던 터였다. 김현수가 3할 타율을 기록하지 못한 것은 2012년( .291)에 이어 이번이 두 번째이다.

비록 타율은 낮았으나 김현수의 다른 타격 성적(17홈런, 96타점)은 LG팀 내에서는 가장 앞에 있었다. 김현수에 대한 가장 부정적인 인식은 가을야구에 유독 약하다는 점일 것이다. 그는 올해도 두산 베어스와의 준플레이오프에서 14타수 2안타로 맥을 추지 못해 그런 일반의 인식을 여전히 불식시키지 못했다.

김현수와 더불어 웬만한 타자라면 너도나도 기록했던 3할대 타자들도 급감했다. 그에 대해 코로나 탓 등 여러 해석이 가능하겠지만, 3할대 타자가 2012년 이후 가장 적은 13명에 그쳤다. 지난해 (23명)에 비해 무려 10명이나 줄었다. 사상 최다였던 2016년(40명)은 물론 2018년(34명)과 비교한다면 격세지감마저 느낄 정도다. 도쿄올림픽 참사와 연관 지어 타율 거품이 본격적으로 꺼지고 있다는 비판적인 해석을 할 수 있는 지표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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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KBO리그는 유난히 사사구가 폭증하고 실책도 남발됐다. 코로나 바이러스 사태를 명분 삼기는 했으나 편법 운영으로 인해 사사구와 실책이 대폭 늘어났다는 것은 곧바로 리그 질 저하로 직결되는 심각한 문제다.

KBO는 7월 27일 KBO리그 후반기에 한시적으로 연장전을 폐지하기로 공표했다. 그 바람에 무승부가 속출한 것은 예상대로였다. 2020년에 13게임이었던 무승부 경기가 올해는 50게임으로 무려 3배 이상 늘어났다. 그에 따라 웃지 못할 일들이 속출했고 무승부가 많았던 팀들(SSG나 LG는 14게임)은 속절없이 아쉬움을 삼켜야 했다.

사사구(볼넷+몸에 맞는 볼)와 실책은 역대 최다 수준이었다. 올해 10개 구단이 내준 사사구는 모두 6683개로 지난해 6030개에 비해 부쩍 많아졌다. 투수들의 제구력이 그만큼 형편없다는 증거다. 10개 구단 가운데 한국시리즈 우승팀인 KT 위즈(582→532개)와 정규리그 2위인 삼성 라이온즈(609→581개)만 개선됐을 뿐 대부분 악화됐다. 특히 한화 이글스(668→774개)와 롯데 자이언츠(505→746개), KIA 타이거즈(629→726개)는 ‘나쁜 기록’과 성적이 그대로 연계됐다.

리그 전체 실책이 급증한 것도 눈에 띈다. 지난해 961개였던 실책 수가 올해는 무려 1037개나 됐다. 이는 2016년(1045개)에 이어 역대 두 번째로 많은 것이다. 자연히 수비력이 갈수록 떨어지고 있다는 우려를 자아냈다. 실책의 급증 이유에 대해 박종훈 KBO 경기운영위원 같은 이는 구장 정비 문제로 보기도 했다.

한 시즌 동안 경기 현장을 지켜봤던 박종훈 위원은 “잘하는 데도 있지만 그라운드 컨디션이 나빠서 불규칙 바운드가 많았다. 알 까는 것들, 튀어 오르는 것들 따위는 그라운드의 영향을 받아 나오는 결과인데 그게 다 선수들의 실책으로 연결됐다”면서 구장관리가 제대로 안 되는 점을 지적했다.

박종훈 위원은 이런저런 지표의 악화를 두고 마냥 부정적으로만 볼 필요가 없다고 언급했다. 신진 투수들이나 이정후(키움 히어로즈)로 상징되는 젊은 타자들의 성장이 두드러지고 있어 희망적이라는 평가다.

어두운 현상만으로 KBO리그를 재단할 수는 없겠다. 그야 어찌 됐든 올해는 ‘투저타저’로 기억할 수밖에 없는 한해였다는 것은 분명하다.

글/ 홍윤표 OSEN 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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