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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9 (금)

이슈 세계 속 한류

불고기 먹고 BTS 즐겨요…베이징 도전장 낸 귀화 삼총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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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지 프리쉐, 바이애슬론 랍신·압바꾸모바

평창올림픽 앞두고 특별 귀화로 한국행

"베이징 시상대에서 애국가 열창하고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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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에서 귀화한 루지 여자싱글 국가대표 아일린 크리스티나 프리쉐. 장진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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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년 전 평창 겨울올림픽 당시 태극마크를 단 귀화 선수는 19명이었다. 한국 선수단 144명 중 13.2%에 이를 정도로 규모가 컸다. 아이스하키(11명)·피겨스케이팅(2명)·바이애슬론(3명)·크로스컨트리스키(1명)·루지(1명)·프리스타일스키(1명) 등 활약한 종목도 다양했다. 이들은 ▲해당 종목의 국제 경쟁력을 높이고 ▲국내 선수들에게 롤 모델을 제시한다는 두 가지 핵심 과제를 달성하기 위해 최선을 다했다.

평창올림픽을 마친 뒤 대다수의 귀화 선수가 한국을 떠났다. 일부는 은퇴했고, 일부는 더 좋은 조건을 제시한 팀 또는 국가를 선택했다. 교포 출신 선수들은 자신이 성장한 나라로 되돌아갔다. 남자 아이스하키대표팀 골리 맷 달튼(36·안양한라)처럼 한국 국적을 유지했지만, 본선 출전권 확보에 실패해 아쉬움 속에 올림픽 무대를 밟지 못한 케이스도 있다.

베이징 올림픽 개막(다음달 4일)을 앞둔 현재, 태극마크를 달고 출전하는 귀화 선수는 두 종목 세 명 뿐이다. 루지(누워서 타는 썰매 종목) 여자 싱글(1인승)의 아일린 크리스티나 프리쉐(30·경기주택도시공사)와 바이애슬론(크로스컨트리와 사격을 합친 종목) 남자부 티모페이 랍신(34·전남체육회), 여자부 예카테리나 압바꾸모바(32·석정마크써밋)가 전부다. 세 선수 모두 평창에 이어 2회 연속 한국인으로 올림픽 무대를 밟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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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년 전 평창올림픽을 앞두고 연습주행에서 역주하는 프리쉐. 중앙포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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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 출신으로 7년 전 한국 국적을 취득한 프리쉐는 베이징에서 인간승리 드라마를 준비 중이다. 2019년 2월 열린 2018~19시즌 루지월드컵 8차대회 레이스 도중 시속 150km로 질주하다 트랙 벽과 부딪히며 썰매가 전복되는 대형 사고를 당했다. 양 손바닥뼈와 허리뼈, 꼬리뼈가 한꺼번에 부러지는 중상을 입고 수술대에 올랐다. 두 달간 꼼짝 못하고 병상에 누워 지내야했다. 이를 악물고 재활에 매달려 2020~21시즌에 복귀했지만, 부상 부위의 통증은 여전히 그를 괴롭힌다.

프리쉐는 “평창 때(8위)와 비교하면 기대치는 낮다.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인해 올림픽이 열리는 옌칭 슬라이딩센터 트랙을 충분히 경험해보지 못했기 때문”이라면서도 “4년 전보다 경험이 풍부해졌고, 정신적으로 단단해진 건 긍정적인 부분”이라고 말했다.

프리쉐에겐 올림픽 메달권 진입 못지않게 ‘한국인 되기’도 중요한 과제다. 평소 서툴러도 한국어로 대화하고, BTS 노래를 듣고, 불고기를 즐겨 먹는다. 훈련을 하지 않을 때 집(서울 송파구) 근처 한국어 학당에 등록해 공부하고, 외국인이 많은 이태원은 일부러 피한다. 귀화 당시 “독일과 이중국적을 허용해주겠다”는 제의를 받았지만, 한국에 집중하고 싶어 일부러 독일 국적을 말소했다.

프리쉐는 “한국은 이제 내 삶의 일부다. 모든 게 빠르고 편리한 한국식 스타일이 마음에 든다”면서 “언젠가 금메달을 따면 시상대 위에서 불러보고 싶어 애국가를 열심히 연습했다. 20년 넘게 불러온 독일 국가는 이제 가사조차 잘 기억이 나지 않는다”며 웃었다. 그는 “4년 전 평창에서 나는 여러 명의 ‘뉴 코리안’ 중 한 명이었다. 베이징에선 당당한 한국인으로 응원 받고 싶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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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년 세계선수권에서 우승한 직후의 랍신(가운데). [사진 국제바이애슬론연맹 홈페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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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년 나란히 러시아에서 건너온 랍신과 압바꾸모바는 노르딕 스키(북유럽에서 유래한 설상 종목)의 간판 바이애슬론에 출전한다. 바이애슬론은 정해진 길이의 크로스컨트리 코스를 스키로 이동한 뒤 복사(엎드려 쏘기)와 입사(서서 쏘기) 등 두 가지 자세로 사격을 실시해 순위를 매기는 종목이다. 고도의 체력과 집중력을 겸비해야 좋은 성적을 낼 수 있다.

랍신에게 베이징올림픽은 설욕의 무대다. 바이애슬론 강국인 러시아에서 지난 2008년 대표팀에 선발된 이후 월드컵에서 6차례나 우승하며 기량을 입증했지만, 경기 외적 요소에 주저앉았다. 선수들 간 파벌 싸움이 벌어진 2016년 이후 석연찮은 이유로 대표팀 엔트리에서 제외되는 일이 늘었다. 좌절의 시간을 보내던 랍신은 2017년 평창올림픽을 앞두고 그간 꾸준히 러브콜을 보낸 한국행을 선택하며 새출발을 선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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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창올림픽 바이애슬론 남자 10km 스프린트 경기 도중 사격하는 랍신.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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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극마크를 단 이후 랍신은 꾸준히 상승곡선을 그렸다. 2017년 월드컵 13위를 기록했고, 평창올림픽에서 남자 10km 스프린트 16위에 올랐다. 2019년 세계선수권에서는 7.5km 스프린트와 7.5km 수퍼스프린트에서 잇달아 우승하며 2관왕에 올랐다. 세 대회 모두 한국 바이애슬론 사상 최고 성적이다.

랍신은 “베이징에선 우선 10위권 진입을 1차 목표로 정했지만, 상황이 맞아 떨어지면 메달권 진입도 가능하다”면서 “올림픽 시상대 맨 위에서 태극기를 바라보며 애국가 부르는 장면을 매일 상상한다. 은퇴 이후엔 한국에 바이애슬론 학교를 설립하는 게 꿈”이라고 각오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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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창올림픽 당시 바이애슬론 여자 7.5km 스프린트에서 설원을 가로지르는 압바꾸모바. [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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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선수(32·전북체육회)와 함께 여자부에 출전하는 압바꾸모바는 러시아 청소년대표 출신이다. 2015년 겨울 유니버시아드 개인 은메달, 2015년 여름 세계선수권에서 혼성계주 금메달을 땄다. 평창에서 여자 15km 개인종목 16위로 랍신과 더불어 올림픽 역대 최고 성적을 냈다. 대회 직후 다른 나라로 귀화하겠다는 의사를 밝히기도 했지만, 이내 마음을 바꿔 태극마크를 유지했다. 바이애슬론 선수의 경우 30대 중반 이후부터 전성기가 시작되는 만큼, 랍신과 압바꾸모바 모두 이번 대회 뿐만 아니라 이후 전망도 밝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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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일린 크리스티나 프리쉐. 중앙포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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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일린 크리스티나 프리쉐는…

출생 – 1992년 8월25일 독일

체격 – 1m75cm·70kg

종목 – 루지(여자 1인승)

소속팀 – 경기주택도시공사

세계랭킹 – 22위

주요 이력 – 평창올림픽 여자 1인승 8위·팀릴레이 9위(2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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티모페이 랍신. 중앙포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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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티모페이 랍신은…

출생 – 1988년 2월3일 러시아

체격 – 1m83cm·75kg

종목 – 바이애슬론

소속팀 – 전남체육회

세계랭킹 - 45위

주요 이력 – 평창올림픽 남자 10km 스프린트 16위(2018), 세계선수권 7.5km 스프린트·7.5km 수퍼스프린트 2관왕(2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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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이징올림픽 바이애슬론 국가대표 예카테리나 압바꾸모바. 장진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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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예카테리나 압바꾸모바는…

출생 – 1990년 10월26일 러시아

체격 – 1m62cm·54kg

종목 – 바이애슬론

소속팀 – 석정마크써밋

세계랭킹 – 61위

주요 이력 – 평창올림픽 여자 15km 개인종목 16위

송지훈 기자 song.jiho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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