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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9 (금)

잠실로 옮긴 '사직 아이돌' 김민석, "정수빈 선배 유니폼이 집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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롯데에서 두산으로 이적한 김민석. 배영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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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유니폼을 사신 분들께 '후회하지 않게 해드리겠다'고 했는데…. 그 약속을 지키지 못하고 떠나게 돼 죄송합니다."

프로야구 2년 차 외야수 김민석(20·두산 베어스)은 지난해 '사직 아이돌'로 불렸다. 부산의 야구팬들은 롯데 자이언츠의 1라운드(전체 3순위) 신인 김민석이 입단하자마자 아낌없는 애정을 쏟았다. 롯데의 홈인 사직구장 관중석은 김민석의 유니폼을 입은 팬들로 넘쳐났고, 구단 용품 판매점에선 김민석 관련 제품이 가장 먼저 동났다. 김민석은 막강한 팬 투표의 힘을 등에 업고 고졸 신인으로는 역대 4번째로 KBO 올스타 베스트12에 선정되는 영예도 누렸다.

그렇게 롯데의 새 '간판'이 되는 듯했던 김민석이 내년 시즌엔 두산 유니폼을 입고 새 출발한다. 지난 22일 두산과 롯데가 발표한 2대 3 트레이드를 통해 팀을 옮기게 됐다. 아직 만개하지 못한 특급 유망주의 갑작스러운 이적에 롯데 팬들은 크게 놀랐다. 김민석은 "나 역시 처음에는 잘 믿기지 않았다. (소식을 전해주신 분이) 장난치시는 줄 알았다"며 "기사가 하나둘씩 나오는 걸 보고 그제야 실감이 났다. 한동안 멍하니 앉아있었다"고 돌이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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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년 올스타전에서 당시 키움 소속이던 이정후(오른쪽)와 기념 촬영한 김민석. 고봉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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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민석은 휘문고 시절부터 '제2의 이정후'로 기대를 모은 재목이었다. 고교 선배 이정후(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와 같은 우투좌타 외야수인 데다 천부적인 타격 재능까지 닮았다는 평가를 받았다. 고교 3학년 때 전국대회와 주말리그 통산 타율이 0.516에 달했을 정도다. 실제로 프로 입단 첫해부터 남다른 잠재력을 뽐냈다. 지난해 129경기에서 안타 102개를 때려내면서 KBO리그 역대 8번째로 고졸신인 데뷔시즌 100안타를 달성했다.

다만 올 시즌엔 혹독한 2년 차 징크스를 겪었다. 김태형 감독 부임 후 첫 스프링캠프에서 치열한 외야 주전 경쟁을 이겨내지 못했다. 개막 후 2군에 주로 머물면서 1군 41경기에 출전해 타율 0.211(76타수 16안타), 6타점, 14득점을 기록하는 데 그쳤다. 김민석은 "올해는 개막 엔트리에 들지 못하면서 심리적으로 많이 흔들렸다. '빨리 결과를 내야 한다'는 생각에 마음이 급해졌다"며 "야구장에서 상대 투수가 아니라 나 자신과 싸운 시간이 더 많았던 것 같다"고 토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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롯데에서 두산으로 이적한 김민석. 사진 두산 베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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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민석은 시즌 종료 후 일본 미야자키 마무리캠프에 참가해 구슬땀을 흘렸다. 압박감을 떨쳐내고 자신감을 되찾기 위해 하루하루를 충실히 보냈다. 그러다 귀국 예정일을 이틀 앞두고 트레이드 소식을 들었다. '화수분 야구'로 유명한 두산은 좋은 야수를 잘 키워내기로 소문난 팀이다. 김민석은 마음을 긍정적으로 고쳐먹었다. 그는 "올 시즌 중후반부터 나 자신이 조금은 작아진 느낌을 받았다. 지금은 자신감이 최대치로 올라왔다"며 "(트레이드가) 내게 엄청나게 큰 동기 부여가 된 것 같다. 두산에서 다시 일어서고 싶다"고 말했다.

때마침 두산에는 김민석이 본보기로 삼을 만한 선배 외야수가 있다. 올해 KBO 수비상 중견수 부문 수상자인 베테랑 정수빈(34)이다. 김민석의 어머니는 트레이드 이후 집으로 찾아온 아들에게 '정수빈'이라는 이름이 새겨진 어린이용 두산 유니폼 하나를 꺼내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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롯데에서 두산으로 이적한 김민석. 배영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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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민석은 "아버지와 처음으로 함께 다닌 야구장이 잠실구장이었다. 당시 부모님이 '가장 좋아하는 선수가 누구냐'라고 물으셨는데 내가 정수빈 선배님 이름을 얘기해서 그 유니폼을 사주셨다고 한다"며 "어렸을 때 두산 야구를 열심히 봤던 기억이 새록새록 났다. 이렇게 선배님과 같은 팀에서 뛰게 됐으니 여쭤보고 싶은 게 많다"고 눈을 빛냈다.

이제 김민석이 입을 두산 유니폼 뒤엔 '정수빈'이 아닌 진짜 자신의 이름이 새겨진다. 그는 고향팀에서 프로 3년 차가 될 2025년을 재도약의 원년으로 삼을 생각이다. 김민석은 "그동안 많은 사랑을 보내주시고 아껴주신 롯데 팬분들께 정말 감사드린다. 반갑게 맞아주신 두산 팬들께도 감사하다"며 "두산에서는 반드시 '야구 잘하는 선수'로 기억되고 싶다"고 거듭 다짐했다.

배영은 기자 bae.younge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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