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쇼트트랙 대표팀 황대헌이 2022 베이징 동계올림픽 개막 사흘째인 7일 오후 중국 베이징 캐피탈 실내 경기장에서 열린 쇼트트랙 남자 1000m 준결승 1조 경기를 마친 뒤 전광판을 바라보고 있다. 그는 이 경기에서 석연찮은 심판 판정으로 실격 처리돼 결승 진출에 실패했다. 베이징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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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서울 | 김용일기자] “바람만 스쳐도 실격당할 수 있다.”

2022 베이징동계올림픽을 앞두고 남자 쇼트트랙 대표팀 ‘맏형’ 곽윤기가 작심하고 내뱉은 이 한마디는 현실이 되고 있다. 너나할 것 없이 이번 대회 쇼트트랙에 한해서는 ‘반중 감정’이 커지는 분위기다.

충격적인 결과가 이틀째 이어졌다. 첫날 혼성계주에서 미끄러지며 예선 탈락한 한국 쇼트트랙이 이틀째 개인전에서 명예회복을 노렸으나 또다시 ‘노골드’에 그쳤다. 개최국 중국을 향한 편파 판정과 더불어 ‘마가 낀 듯’ 부상과 레이스 중 미끄러지는 변수에 휘말리며 고개를 숙였다.

가장 큰 공분을 산 건 남자 1000m 메달 사냥에 나선 남자 대표팀 ‘기둥’ 황대헌(23·강원도청)의 실격 판정이다. 그는 7일 중국 베이징 캐피털 인도어 경기장에서 열린 대회 쇼트트랙 남자 1000m 준결승 1조에서 조 1위로 결승선을 통과했다. 초반 같은 조에 묶인 개최국 중국의 런쯔웨이, 리원룽의 팀플레이에 3위로 나섰으나 결승선을 4바퀴 남겨두고 인코스를 파고들어 선두로 나섰다. 이후 안정적인 레이스를 펼친 황대헌은 1위로 결승선을 밟았다. 하지만 심판진은 비디오 판독을 거쳤고 황대헌이 추월 과정에서 레인 변경이 늦었다며 페널티를 매겼다. 런쯔웨이, 리원룽이 나란히 결승에 진출했다.

황대헌의 이 상황을 심판은 반칙으로 인정해 실격 처리했다. 베이징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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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준서. 베이징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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준결승 2조에 나선 이준서(22·한국체대)도 조 2위를 기록했으나 페널티 불운에 울어야 했다. 이준서는 2~3위를 오가다가 결승선 1바퀴를 남겨두고 인코스에 진입해 최종 2위로 통과했다. 그러나 심판진은 그가 헝가리 사오린 산도르 류와 접촉 과정에서 역시 레인 변경 반칙을 범했다고 지적했다. 그 결과 중국의 우다징이 2위로 도약해 결승행 티켓을 따냈다.

대표팀의 충격적인 실격패는 거센 후폭풍을 부를 것으로 예상된다. 이날 경기를 중계한 KBS 이정수 해설위원은 “우리 선수들은 박수 갈채를 받을 플레이를 보여줬다. 이건 우리나라 선수만 보여줄 수 있는 스킬이며 운영능력이었다. 완벽했다”라고 심판진의 황당 판정에 불만을 감추지 않았다. 경기후 믹스트존의 황대헌, 이준서는 심판 판정에 대해 말을 아꼈다. 취재진의 질문에 말없이 통로를 지나갔다.

결국 중국 선수 3명이나 1000m 결승에 올랐고 런쯔웨이가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결승도 황당한 판정이었다. 사오린 산도르 류가 본래 1위로 결승선에 통과했는데 심판진은 무리한 코스 변경을 지적하며 페널티를 매겼다. 중국 쇼트트랙은 전날 혼성계주 준결승에서 런쯔웨이가 장위팅과 교대 과정에서 터치 없이 레이스를 벌였음에도 페널티 없이 결승에 진출, 금메달을 따냈다. 이날도 올림픽 정신을 망각하게 하는 지나친 ‘홈 텃세’로 빈축을 샀고, 장내에 야유도 쏟아졌다.

한국 박장혁이 스케이트에 부상을 입은 뒤 고통스러워하고 있다. 베이징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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쇼트트랙 여자 500m 준준결승 3조 경기에서 한국 최민정이 코너를 돌다 균형을 잃고 넘어지고 있다. 베이징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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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은 이날 앞선 레이스부터 불운이 감지됐다. 준준결승 1조에 묶였던 박장혁(24·스포츠토토)은 결승선을 3바퀴 남겨두고 피에트로 시겔(이탈리아)의 무리한 레이스에 걸려 넘어졌다. 이어 뒤따르던 우다징과 연달아 충돌했는데 일어나서 레이스를 이어가려고 했으나 그대로 주저앉았다. 의료진이 투입된 끝에 그는 들것에 실려 병원으로 이송됐다. 왼 손등이 찢어지는 부상을 입은 것으로 알려졌다. 박상혁은 시겔이 페널티를 받으면서 어드밴스를 받아 준결승에 진출했으나 기권했다.

여자 대표팀의 간판 최민정(24·성남시청)은 앞서 열린 여자 500m 준준결승 3조 레이스 중 미끄러지며 역시 조기 탈락했다. 초반 아리아나 폰타나(이탈리아)에 이어 2위로 스타트를 끊어 흐름을 유지했으나 2바퀴를 남겨두고 곡선 주로에서 넘어졌다. 그는 오른 주먹으로 얼음을 치며 아쉬워했다. 4년 전 평창 대회 500m 결승에서 2위로 골인하고도 실격 판정을 받았던 그는 베이징에서 명예 회복을 노렸으나 또다시 고개를 숙였다. 그는 경기 직후 “빙질 문제는 아니었다. 속도나 컨디션엔 이상이 없는 것 같았는데…”라며 울먹였다.

한편, 윤홍근 선수단장은 8일 오전 긴급 기자회견을 메인 미디어센터에서 열고 편파 판정에 대한 항의 메시지를 내놓을 예정이다. 윤 단장은 쇼트트랙 남자 1000ｍ 준결승 판정에 대해 국제스포츠중재재판소(CAS)에 제소하기로 했다. 한국 외에도 이번 대회에서 중국 편파 판정에 피해를 입은 여러 나라의 동참 여부도 관심사로 떠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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