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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이징올림픽]트라우마 극복한 최민정, 이젠 눈물 대신 미소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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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11일 베이징 캐피털 실내 경기장에서 열린 2022 베이징 동계올림픽 쇼트트랙 여자 1000미터 결승전이 끝난 뒤 열린 플라워세리머니에서 은메달을 획득한 최민정이 단상에 올라 기념촬영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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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스타in 이석무 기자] 한국 여자 쇼트트랙 에이스 최민정(성남시청)이 2022 베이징 동계올림픽 여자 1000m에서 감동의 은메달을 목에 걸었다.

최민정은 11일 중국 베이징의 캐피털 실내경기장에서 열린 베이징 동계올림픽 쇼트트랙 여자 1000m 결승에서 1분28초443을 기록, 쉬자너 스휠팅(네덜란드·1분28초391)에 이어 은메달을 획득했다.

최민정은 경기를 마친 뒤 ‘폭풍 오열’했다. 보는 이가 더 안타까울 정도로 많은 눈물을 쏟았다. 코칭스태프와 대표팀 동료들이 위로를 했지만 한참이나 오열은 이어졌다. 경기장을 빠져나와 취재진과의 믹스트존 인터뷰를 할때도 울음은 멈출줄 몰랐다.

최민정이 이번 올림픽을 앞두고 얼마나 마음고생이 심했는지를 알 수 있다. 특히 이날 은메달을 따낸 1000m는 최민정에게 트라우마로 남아있는 종목이다. 바로 4년 전 평창 동계올림픽에서 최민정이 심석희와 부딪혀 넘어진 종목이었기 때문이다.

당시 결승전에서 최민정은 마지막 바퀴를 남기고 스피드를 올리기 시작했다. 이때 그런데 대표팀 동료 심석희(서울시청)와의 충돌이 벌어졌다. 결국 최민정과 심석희는 함께 넘어졌고 두 선수 모두 메달 획득에 실패했다. 당시에도 최민정은 큰 충격을 받고 한없이 눈물을 쏟았다.

거기서 끝났더라면 그냥 운이 없었다라고 스스로를 위로할 수 있었다. 그런데 이 1000m 결승 경기가 베이징 동계올림픽을 앞두고 다시 논란의 도마 위에 올랐다. 지난해 10월 심석희가 평창 대회 당시 국가대표 코치 A와 동료, 코치 등을 비방하는 내용이 담긴 메시지를 주고받은 사실이 드러났다.

특히 그 가운데는 1000m 결승에서 고의로 충돌한 것이 아닌가라는 의심을 살만한 내용도 들어있었다. 심석희는 자신을 둘러싼 논란에 대해 일부 인정하고 사과했다. 하지만 고의 충돌 의혹에 대해선 “절대 그런 생각이나 행동을 하지 않았다”고 부인했다.

심석희가 정말로 고의충돌을 한 것인지는 확인할 수 없지만 어쨌든 최민정은 그 사건으로 큰 충격을 받았다. 극심한 스트레스와 더불어 정신적인 어려움과 불안 증세까지 시달렸다.

최민정으로선 아픈 기억이 생생한 여자 1000m에 다시 출전하는 것이 쉽지 않은 결정이었다. 큰 용기가 필요했다. 하지만 최민정은 아픔과 부담을 극복하고 출발선에 섰다. 마음을 굳게 먹고 온 힘을 다해 달렸고 그 결과는 값진 은메달이었다.

경기가 끝난 뒤에야 최민정은 참았던 눈물을 쏟았다. 금메달을 놓친 아쉬움 때문이 아니라 그동안 힘들게 준비했던 기억들이 떠올라서였다.

최민정은 경기 후 인터뷰에서 “저도 이렇게 많이 울 줄 몰랐다”며 “준비 과정이 되게 힘들었는데 그 힘든 시간이 은메달이라는 결과로 나와 북받친 것 같다”고 소감을 전했다.

이어 “평창 대회 충돌 사건은 힘들었지만 나를 더 성장하게 해준 고마운 시간”이라며 “그런 힘든 과정이 오늘 은메달이라는 결과로 나온 것 같다”고 덧붙였다.

최민정은 1000m 은메달로 마음 한 켠에 깊이 자리해있던 큰 짐을 어느정도 벗었다. 이제는 남은 경기에서 조금 더 편안하게 경기를 치를 수 있을 전망이다. 공교롭게도 최민정에게 남은 종목은 4년 전 평창에서 2관왕에 올랐던 1500m와 3000m계주다.

최민정은 4년 전과 비교해 한층 성장했다. 그는 “평창 때는 마냥 기뻤는데, 이번엔 좀 많은 감정이 들었다”며 “금이든, 은이든 또 500m에서는 넘어진 것도 제게는 다 의미 있는 결과”라고 강조했다. 이제 남은 올림픽에서 최민정에게 눈물이 아닌 미소를 기대해도 좋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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