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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이징올림픽] "어쩌다 이지경...국가적 실책" 발리예바 동정론 이어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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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의 국가적 실책 지적 확산

5년전 러시아에 미온적 대응한 IOC·CAS도 책임

아시아투데이

카밀라 발리예바. /타스 연합



아시아투데이 정재호 기자 = 도핑(금지약물 복용) 위반에 연루된 ‘피겨 여제’ 카밀라 발리예바(16·러시아올림픽위원회)를 두고 동정론이 확산하고 있다. 금지약물을 복용한 것은 잘못이지만 미성년자를 이 지경에 내몬 것은 러시아의 국가적 실책이라는 지적이다. 국제 스포츠계의 소극적인 대응도 도마에 올랐다.

국제올림픽위원회(IOC)는 지난 11일(한국시간) 2022 베이징 동계올림픽에 참가하고 있는 발리예바의 도핑 위반이 사실이라고 확인했다. 러시아가 작년 12월 25일 채취한 발리예바의 소변 샘플에서 금지약물인 트리메타지딘 양성 반응이 나왔다는 것이다. 러시아반도핑기구(RUSADA)는 발리예바에게 잠정 자격 정지 처분을 내렸다가 그의 이의 신청에 징계를 철회했다. ‘면죄부’를 준 과정이 석연치 않다는 지적이다. 너무 쉽게 징계가 철회된 것을 두고 당국의 개입 여부가 의심되는 상황이다.

로이터 통신은 최근 “많은 사람이 발리예바가 어떻게 금지 약물을 접하게 됐는지에 크게 분노하며 발리예바 주변의 코치, 의사, 관계자들을 더욱 비난한다”고 소개했다. 1984년 사라예보, 1988년 캘거리 동계올림픽 피겨 여자 싱글 2회 연속 우승자인 카타리나 비트(57·독일)도 “책임있는 어른들이 알고도 발리예바에게 이런 일을 한 게 사실이라면 비인간적”이라고 강력하게 비판했다. 2018 평창 동계올림픽 피겨 단체전 동메달리스트인 애덤 리펀(33·미국) 역시 “이런 끔찍한 상황으로 발리예바를 몰아간 이들을 반드시 처벌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IOC와 스포츠중재재판소(CAS)도 도마에 올랐다. 러시아는 2016년 리우데자네이루 하계올림픽 직전 국가차원에서 조직적으로 선수들의 도핑에 관여했다는 보고서가 폭로되며 지금까지 국제 스포츠계의 제재를 받고 있다. IOC는 이 보고서의 내용을 근거로 2017년 12월 국가올림픽위원회(NOC)인 러시아올림픽위원회의 자격을 정지했다. 세계반도핑기구(WADA)도 2019년 러시아에 대해 향후 4년간 올림픽 등 국제대회 출전 금지 징계를 내렸지만 CAS가 징계 기간을 2년으로 줄였다.

러시아는 올림픽에서 국가이름을 사용할 수 없다. 베이징 동계올림픽에서도 러시아올림픽위원회(ROC)로 참가 중이다. 2018 평창 동계올림픽에서는 ‘러시아출신올림픽선수들(OAR)’이라는 희한한 이름으로 등장했다. 미국과 영국 등 서방국을 중심으로 한 반도핑기구는 러시아 선수들을 IOC에서 완전히 배제할 것을 끊임없이 주장했다. 그러나 IOC는 ‘ROC’ ‘OAR’ 등으로 이들의 올림픽 출전을 허용했다. CAS의 솜방망이 처벌 역시 러시아가 도핑을 가볍게 여기도록 하는 여지를 남기고 말았다.

롭 쾰러 전 WADA 사무차장은 “4년 동안 러시아를 제재하지 않아 러시아 당국이 변화의 필요성을 느끼지 못했다”며 “WADA를 비롯해 IOC와 CAS는 정정당당한 스포츠보다 러시아 스포츠의 힘과 영향력을 더 선호했다”고 꼬집었다.

발리예바는 15일 피겨 여자 싱글 출전을 앞두고 있다. 발리예바의 출전 여부 CAS의 긴급청문회를 거쳐 14일 공개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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