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밀라 발리예바. /타스 연합

아시아투데이 정재호 기자 = ‘피겨 여제’ 카밀라 발리예바(16·러시아올림픽위원회)가 도핑(금지약물 사용) 위반에도 2022 베이징 동계올림픽 피겨 여자 싱글 경기에 출전한다.

스포츠중재재판소(CAS)는 14일(한국시간) 도핑 위반 통보를 받은 러시아반도핑기구(RUSADA)가 발리예바의 징계를 철회한 것과 관련해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세계반도핑기구(WADA), 국제빙상경기연맹(ISU)이 제기한 이의 신청을 기각했다. 이에 따라 발리예바는 15일 피겨 여자 싱글 쇼트프로그램에 출전한다.

지난해 12월 25일 러시아 상트페테르부르크에서 열린 러시아선수권대회에서 발리예바가 제출한 소변 샘플에서 금지 약물 성분인 트리메타지딘이 검출됐다. IOC를 대신해 이번 대회 도핑 검사를 독립으로 수행하는 국제검사기구(ITA)는 발리예바의 도핑 위반 결과를 이달 8일 확인했다. 다음날인 9일 이 사실을 통보받은 RUSADA는 발리예바에게 잠정 자격 정지 징계를 내렸지만 발리예바의 이의 제기에 이를 철회했다.

CAS는 판결 사유에 대해 “스포츠에서 공정, 과잉조처 금지, 회복할 수 없는 피해, 이해관계의 상대적인 균형 등을 고려했다”며 “베이징 동계올림픽 기간 도핑 검사를 통과하지 못한 것도 아니어서 발리예바에게 올림픽 출전을 금지하는 것은 회복할 수 없는 피해를 줄 수 있다”고 밝혔다. 문제의 도핑이 올림픽을 위해 제출한 샘플이 아니라는 러시아 측 주장이 받아들여진 것이다. 시기적인 문제도 고려했다. 지난해 12월에 진행한 도핑 검사 결과가 이달 8일에 나온 데 대해 부적절하다는 입장이다. 이를 선수의 법적 자기 방어 능력을 침해했다고 봤다. ITA가 발리예바의 도핑 위반 결과를 뒤늦게 확인한 것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으로 WADA 검사와 통보 등 전반적인 시스템이 원활하게 작동하지 못했기 때문으로 전해졌다.

CAS는 긴급청문회에서 발리예바의 도핑 징계 등을 다루지 않고 여자 싱글 경기 출전 여부만 결정했다. CAS의 이번 결정이 ‘면죄부’가 아니라는 의미다. 결국 발리예바는 대회 후 WADA의 징계를 피할 수 없을 전망이다. 다만 미성년자인 발리예바는 WADA의 미성년 선수 도핑 관련 규정에 의해 가벼운 징계를 받을 공산이 크다.

CAS의 긴급청문회는 13일과 14일 이틀에 걸쳐 화상을 통해 진행됐다. 미국·이탈리아·슬로베니아 법률가로 구성된 3인의 청문위원들이 발리예바, IOC, WADA, ISU, 러시아올림픽위원회(ROC), RUSADA 등 6자 의견을 청취한 것으로 전해졌다.

CAS의 판결 후 새러 허시랜드 미국올림픽·패럴림픽 위원장은 “매우 실망스럽다”면서 “스포츠의 진실성을 보호하고 선수, 코치, 관계자들이 가장 높은 수준에 있도록 해야 하는 건 올림픽 전체 공동체의 집단 책임”이라며 도핑 위반자의 올림픽 출전을 허용한 CAS의 결정을 비난했다. 미국은 피겨 팀 이벤트(단체전)에서 러시아올림픽위원회(ROC)에 이어 2위를 차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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