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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림픽] 설원에 등장한 호랑이…프랑스 스노보드 선수, 깜짝 분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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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퇴 무대 앞두고 무릎 다친 르페브르 "세상에 더 재미있는 일 많기를"

연합뉴스

호랑이 코스튬을 입고 경기엔 나선 르페브르
[로이터=연합뉴스]


(베이징=연합뉴스) 김동찬 기자 = '눈 위에 호랑이가 나타났다!'

올림픽과 같은 큰 무대를 '즐기라'고 하지만 이 선수보다 더 2022 베이징 동계올림픽을 즐긴 선수는 없을 것 같다.

프랑스의 스노보더 뤼실 르페브르(27)는 14일 중국 베이징 서우강 빅에어 경기장에서 열린 베이징올림픽 스노보드 여자 빅에어 예선에 호랑이로 분장하고 나타났다.

얼굴에 호랑이 가면을 쓴 정도가 아니고 인형극에 나오는 호랑이처럼 몸 전체를 호랑이로 표현했다. 긴 꼬리까지 달고 나왔다.

출전 선수 30명 가운데 12위 안에 들어야 결선에 오를 수 있는 중요한 무대였지만 그는 출발대에 서서도 손으로 호랑이 흉내를 내면서 장난치는 데만 정신이 팔린 듯했다.

그는 심지어 점프하면서도 아무런 기술을 구사하지 않고 공중에서조차 '어흥' 하며 포효하는 듯한 몸동작을 해 보인 것이 전부였다.

결과는 20.00점으로 출전 선수 30명 중 아예 기권한 한 명을 제외한 꼴찌 29위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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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페브르의 경기 모습.
[AFP=연합뉴스]



최하위였지만 그의 독특한 호랑이 복장에 경기장 내 반응은 가장 뜨거웠다.

호랑이 옷을 입고 등장하면서부터 장내 아나운서가 웃음을 참지 못했고, 경기장에 모인 팬들과 취재진 모두 그의 독특한 복장을 카메라에 담느라 바빴다.

르페브르의 이날 퍼포먼스에는 이유가 있었다.

그는 꼴찌를 했지만, 경기 후 인터뷰에서는 1위 선수보다 더 많은 인기를 끌었다. 물론 이날 경기는 예선이었기 때문에 1위에 큰 의미가 없기 때문이기도 했다.

르페브르는 "사실 5일에 열린 슬로프스타일 경기 도중 무릎을 다쳐서 오늘 경기는 제대로 뛰기 어려웠다"며 "이 경기가 나의 마지막 은퇴 무대라 꼭 나오고 싶어서 생각해낸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스위스 국가대표로 친하게 지내는 니콜라 위베르가 마침 호랑이 코스튬을 갖고 있길래 빌려달라고 했다"며 "올해 중국이 호랑이의 해라고 해서 내가 이걸 입고 나가면 모든 사람이 내 사진을 찍으려고 할 것 같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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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이징 선수촌에서 사진을 찍은 르페브르
[르페브르 소셜 미디어 사진. 재판매 및 DB 금지]



슬로프스타일에서도 부상 탓에 27위에 그친 르페브르는 "세상에 어렵고 힘든 일이 많지만 좀 더 재미있는 일이 많으면 좋겠다는 메시지를 세상에 전하고 싶었다"고 덧붙였다.

그는 어린 시절 부상 경력에 대해서도 공개했다.

르페브르는 "세 살 때 허리를 다쳐 의사로부터 운동을 하지 못하거나 걷지도 못하게 될 수 있다는 진단 결과를 받았다"며 "그러나 나는 스노보드 선수가 됐고 올림픽에 두 번이나 출전했다"고 자신을 자랑스러워했다.

2019-2020시즌에는 국제스키연맹(FIS) 스노보드 월드컵 슬로프스타일 부문 7위까지 올랐던 그는 "가족들에게 감사하게 생각하고, 은퇴 후에는 아버지의 세일링 스쿨 일을 돕거나 어린 스노보드 선수를 가르치는 일을 하겠다"고 말했다.

emailid@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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