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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엑스포츠뉴스 윤승재 기자) “가장 화가 나는 건, 이 선수, 이 일로 인해서 다른 출전 선수들이 피해를 봐야 한다는 것이 정말 화가 납니다.”

피겨 스케이팅 선수 출신 곽민정 KBS 해설위원은 카밀라 발리예바(15, 러시아올림픽위원회)의 연기가 끝나자 답답함을 감추지 못했다. 도핑이 적발된 선수가 올림픽에 출전해 선수들의 분위기를 어수선하게 만든 것에 대한 탄식이었다.

발리예바는 15일 중국 베이징의 캐피털 실내 경기장에서 열린 2022 베이징 동계올림픽 피겨 스케이팅 여자 싱글 쇼트 프로그램에서 기술 점수 44.51점, 표현 점수 37.65점으로 합계 82.16점을 받았다. 참가한 30명의 선수 가운데 가장 높은 점수를 받은 그는 프리스케이팅에 진출한다.

하지만 발리예바의 1위는 환영받지 못했다. 대회 전 도핑 사실이 적발됐기 때문. 발리예바는 지난해 12월 자국 대회에서 제출한 샘플에서 금지 약물 성분인 트리메타지딘이 검출돼 RUSADA(러시아반도핑기구)로부터 징계를 받았으나, 이후 RUSADA가 징계를 철회하면서 올림픽에 출전했다. 이에 IOC(국제올림픽위원회), ISU(국제빙상연맹)가 CAS(국제스포츠중재재판소)에 제소했으나, CAS가 14일 이를 기각하며 발리예바의 올림픽 출전이 가능해졌다.

CAS 결정에 따라, IOC는 발리예바의 올림픽 출전을 막을 수 없다. 대신 IOC와 ISU는 그를 철저히 무시하는 방향을 택했다. 원래 쇼트 프로그램에 참가하는 30명 중 이중 상위 24명에게만 프리스케이팅 기회가 주어지는데, ISU가 그 인원을 25명으로 늘렸다. 발리예바를 논외 선수로 취급하겠다는 이야기. 도핑 선수를 무시하겠다는 취지는 통쾌하지만 결국 오랜 규정까지 고치면서 논란이 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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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울러 발리예바가 메달을 딸 경우, IOC는 간이 시상식과 메달 수여식을 모두 열지 않겠다고 선언했다. 이 역시 발리예바의 정정당당하지 못한 메달을 인정하지 않겠다는 취지였다. 하지만 문제는 이 경우 메달을 딴 다른 선수들이 피해를 본다. 4년에 한 번 열리는 올림픽, 일생일대 개인 최고의 순간을 ‘도핑 선수’ 때문에 맞이할 수 없다. 곽민정 해설위원이 분노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그의 연기에 싸늘한 시선이 이어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그러나 발리예바와 러시아올림픽위원회 코치진은 당당했다. 연기를 마친 발리예바는 눈물을 흘리며 키스 앤 크라이 존으로 이동한 뒤, 자신의 점수가 발표되자 고개를 절레절레 흔드는 모습이 포착됐다. 조직적인 도핑을 주도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는 코치진 역시 카메라 앞에 당당히 서 발리예바를 격려했다. 발리예바는 앞서 열린 CAS 청문회에서 “할아버지 심장 치료제가 섞여 (소변 샘플이) 오염됐다”라며 도핑 적발의 억울함을 호소하기도 했다.

쇼트 1위, 발리예바의 메달은 매우 유력한 상황이다. 17일 프리스케이팅에서 판가름이 날 예정인 가운데, 그를 향한 싸늘한 시선도 여전할 것으로 보인다.

사진=연합뉴스

윤승재 기자 yogiyoon@xports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