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확진자 4명 뛰었다, 프로농구 코트 '코로나 쑥대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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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일 울산동천체육관에서 열린 프로농구 경기 도중 몸싸움을 벌이는 현대모비스와 SK 선수들. [사진 KB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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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남자프로농구에서 코로나19 확진자 4명이 경기를 뛰는 황당한 일이 벌어졌다. 코트가 ‘코로나 쑥대밭’이 됐다.

울산 현대모비스와 서울 SK는 지난 15일 오후 울산동천체육관에서 정규리그 경기를 치렀다. 경기 당일 오전에 현대모비스 선수 2명이 PCR(유전자증폭) 검사, 선수 1명이 신속항원검사에서 코로나19 양성판정 통보를 받았다.

현대모비스 선수단 전원은 오전에 PCR 검사를 받았다. 팁오프 두 시간을 앞두고 현대모비스는 선수 6명(스태프 포함 7명)이 PCR 재검사를 받아야 한다는 연락을 받았다. 재검사를 할 경우 확진 판정을 받을 위험이 있는 만큼, 현대모비스는 프로농구연맹 KBL에 경기 연기를 요청했으나 받아 들여지지 않았다.

현대모비스는 39도 고열에 시달린 선수를 포함해 증세를 보인 주축 선수 4명을 경기장에 데려오지 않았다. 재검사 대상자였던 선수 4명과 스태프 1명은 어쩔 수 없이 경기에 참가했다. 엔트리가 모자라 경기장에 오지 않은 선수 이름까지 넣었다. 현대모비스는 선수 보호차원에서 마스크 착용 여부를 KBL에 질의했으나 이 역시 받아 들여지지 않았다. 경기에서는 현대모비스가 70-76으로 졌다. 우려대로 그날 밤부터 16일까지 재검사 선수 6명 중 6명이 확진 통보를 받았다.

상대팀이었던 SK 선수단도 16일 코로나19 검사를 받아야 했다. 이날 밤 결과가 나올 예정인데, 추가 확진자 발생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농구는 서로 몸을 맞대는 격한 스포츠라서 선수간 코로나19 전파 가능성이 높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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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일 울산동천체육관에서 열린 프로농구 현대모비스와 경기에서 SK 워니(가운데)가 슛을 시도하고 있다. [사진 KB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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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L 관계자는 “정부 방역 지침과 자체 대응 매뉴얼에 따라 경기를 진행했다. 신속항원검사에서 음성이었고, PCR 검사 양성이 나오기 전이었다. 재검사에 대한 구단의 의견이 있었지만, PCR 최종 결과가 나오지 않은 부분으로 판단했다”고 밝혔다. KBL 매뉴얼에는 ▶접촉의심자가 발생하면 선수단 전원 신속항원검사 시행 ▶신속항원검사 양성시 PCR 검사 시행 ▶선수단 전원 검사 음성 판정 이전까지 훈련 및 경기 참가 불가 ▶선수단 음성 판정 확인시 정상 경기 진행이라고 적혀있다. 팀 당 최소 12명의 선수가 나설 수 있으면 경기를 진행한다.

하지만 허점이 있다. 만약 A선수가 PCR 재검사 대상자여도 최종 확진 판정을 받기 전까지는 경기를 해야 한다. 코로나19 의심자인데도 울며 겨자 먹기로 경기를 치러야 하는 셈이다.

16일 현재 프로농구에서 총 58명(선수는 46명)이 양성판정을 받았다. 수원 KT와 안양 KGC인삼공사에서는 집단감염이 발생했다. 대구 한국가스공사를 제외하고 10팀 중 9팀에서 확진자가 나왔다. 현대모비스는 2군 숙소를 따로 잡는 등 방역에 심혈을 기울였지만 코로나19를 피하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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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농구 수원 KT 가드 허훈이 15일 자신의 인스타그램 스토리에 남긴 글이다. 국내프로농구에 코로나19 확진자가 속출하고 있는데도, 리그를 강행하는 프로농구연맹 KBL을 향한 메시지다. [사진 허훈 인스타그램]



앞서 코로나19 확진자가 속출하는데도 리그를 강행하자 선수들도 폭발했다. KT 허훈은 지난 15일 자신의 인스타그램에 “도대체 무슨 생각을 갖고 있는 걸까요? 선수 건강 문제는 신경도 안 써주나”란 글을 남겼다. SK 최준용 역시 “KBL 관계자분들. 선수들 보호는 없나요? 저희 선수들도 다 가족이 있고 소중한 주변 사람들이 있어요. 그냥 진행 시키고 나 몰라라 하고. 걸리면 그냥 걸리는 건가요. 이렇게 하다가 정말 희생자가 한 명 나와야 그때 대처하실 거에요? 제발 선수 보호 좀 해주세요”라고 KBL을 향해 직격탄을 날렸다. 팬들도 ‘#kbl우리선수들을지켜주세요’라는 해시태그를 달며 선수들을 지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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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농구 서울 SK 최준용도 인스타그램을 통해 KBL에 직격탄을 날렸다. [사진 최준용 인스타그램]



KBL은 16일에야 리그를 중단하고 조기 휴식기에 돌입한다고 발표했다. 16~20일 예정됐던 3경기를 연기하고 국가대표 휴식기에 들어갔다. 한 농구 관계자는 “화나고 열 받는다. 선수와 팬들이 지적하니까 이제야 멈추는건가. 확진자가 발생한 초기에 일주일이라도 리그를 멈췄어야 했다”고 지적했다.

한편 남자프로배구도 리그 중단을 결정했다. 한국배구연맹(KOVO)는 16일 “대한항공(확진자 13명)과 현대캐피탈(확진자 7명)이 리그 정상 운영 기준인 12명 엔트리를 충족하지 못해 리그 중단을 결정했다”고 밝혔다.

박린 기자 rpark7@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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