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12.19 (목)

이슈 세계인의 스포츠 축제 '올림픽'

공정 잃은 올림픽, 분노의 ‘해설 보이콧’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베이징 겨울올림픽]금지약물 적발 발리예바 출전에… 국내외 해설자들 경기 분석 안해

“이 장면 안 봤어야” “할말 없어”… 선수들도 “공정한 경쟁 아냐” 일침

동아일보

“우리는 이 스케이트 경기를 보지 않았어야 했습니다.”(타라 리핀스키·미국·1998년 나가노 겨울올림픽 여자 피겨스케이팅 금메달리스트)

빙판 위에는 침묵만이 가득했다. 공정의 가치가 실종된 올림픽 무대 앞에서 모두 할 말을 잃었다. 금지약물 복용 사실이 적발되고도 15일 2022 베이징 겨울올림픽 피겨스케이팅 여자 싱글 쇼트프로그램 출전을 강행한 카밀라 발리예바(16·러시아올림픽위원회·ROC)를 바라보는 전 세계의 시선이다.

국내외 피겨 중계진은 이른바 ‘침묵 중계’로 항의의 뜻을 전했다. 미국 NBC 해설을 맡은 리핀스키와 조니 위어(올림픽 남자 싱글 출전)는 이날 발리예바가 연기한 약 3분 동안 침묵을 지켰다. 연기에 대한 분석 없이 점프와 관련해서만 짧게 발언했다. 위어는 “스케이터이자 스케이팅 팬으로서 그의 연기를 해설해야 한다는 게 매우 불편하다”고 했다. 중계 후 트위터를 통해 “맡았던 방송 중 가장 힘들었다”고 토로했다. 미국 뉴욕포스트는 ‘위어와 리핀스키의 조용한 분노’라고 표현했다.

KBS, SBS 해설진도 경기 끝까지 침묵으로 일관했고 MBC 해설진은 기술에 대해서만 간략하게 소개했다. 이호정 SBS 해설위원은 “금지 약물을 복용하고도 떳떳하게 올림픽 무대에서 연기를 한 선수에게 어떤 말도 할 수 없었다”고 설명했다. 김해진 MBC 해설위원은 “자신이 만든 도핑이라는 감옥 안에서 자유롭지 못할 것”이라고 했다.

선수들도 불공정에 대해 말문을 열었다. 이날 쇼트에서 8위를 한 미국의 얼리사 류(17)는 “도핑 선수와 (도핑 이력이 없는) 깨끗한 선수가 경쟁하는 것은 공정하지 않다”고 소신 발언을 했다. 28위로 프리스케이팅 진출에 실패한 영국의 너태샤 매케이(27)도 “피겨는 물론 모든 스포츠는 공평한 경쟁의 장에서 열려야 한다. 우리는 여기서 이런 기회를 얻지 못했다”고 말했다.

이날 82.16점으로 쇼트 1위를 한 발리예바는 경기 뒤 “감사합니다”란 말만 남긴 채 믹스트존(공동취재구역)을 빠져나갔다. 1∼3위가 참가하는 기자회견에도 불참했다. IOC는 발리예바가 입상할 경우 꽃다발을 주는 간이시상식은 물론 메달 수여식도 하지 않겠다는 방침이다.

강홍구 기자 windup@donga.com

ⓒ 동아일보 & donga.com,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