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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19 (목)

이슈 질병과 위생관리

해남 배추농가 “김장 늦추기 캠페인 덕에 고비 넘겼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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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이은 고온-폭우로 출하 늦어져

군, 10월부터 판촉 등 적극 홍보

전국 김장 시기 1-2주 정도 늦춰져

생산량 줄었지만 값은 오히려 올라

동아일보

전남 해남군 북평면 배추밭에서 농민들이 가을배추를 수확하고 있다. 해남 배추 농가와 농협 등지에선 배추를 국산 천일염으로 절인 다음 3, 4차례 씻어 물기를 뺀 뒤 가정으로 배달한다. 해남군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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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추 농사를 지으면서 올해처럼 힘든 적이 없었는데 김장 늦추기 캠페인 덕에 어려운 고비를 잘 넘기고 있습니다.”

전남 해남군 북평면 동해마을에서 배추 농사를 짓고 있는 김광수 씨(57) 부부는 요즘 김장용 절임배추를 20kg 박스에 담아 보내는 작업을 하느라 눈코 뜰 사이 없이 바쁘다. 서울 등 수도권에서는 김장이 모두 끝났지만 김장이 늦은 남부 지방에서 고객들의 주문이 이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이 마을에서 재배하는 배추는 해남에서 최고로 친다. 해풍을 맞고 자란 데다 동해저수지에서 흘러나오는 맑은 물과 풍수한 수량으로 배추가 맛있기로 유명하다. 하지만 김 씨는 14년째 배추 농사를 지으면서 올해 처음으로 배추가 말라 죽는 피해를 입었다고 한다. 가을배추는 보통 8월 중순에 모종을 하고 11월 초에 수확하는데 고온과 폭우가 이어지면서 김 씨의 경우 1만5000평의 배추밭 가운데 20%가 말라 죽어 뿌리를 내리지 못했다. 김 씨는 죽은 배추를 모두 뽑아내고 새로 심은 데다 다른 배추도 속이 차지 않아 예년보다 수확을 늦출 수밖에 없었다. 다른 배추 재배 농가들도 사정은 마찬가지였다. 김 씨는 “다들 김장 때에 맞춰 출하하지 못하게 될까 봐 전전긍긍하고 있었는데 김장 늦추기 캠페인이 벌어지고 해남 배추 홍보맨들까지 나서 도움을 준 덕분에 수확한 배추를 모두 팔 수 있을 것 같다”며 고마워했다.

● 달고 아삭한 해남 절임배추 인기

전국적으로 김장 시기가 예년보다 1, 2주 정도 늦춰진 가운데 해남 절임배추의 인기가 좀처럼 꺾일 줄 모르고 있다. 해남은 전국 배추 재배량의 26%를 차지하는 최대 주산지로, 올해 4257ha 면적에서 배추를 재배하고 있다. 올해 생산량은 34만여 t으로, 이 중 20%가량이 지역에서 절임배추로 가공돼 판매된다.

해남 절임배추는 70∼90일 이상 충분히 키워 2.5kg 이상 속이 꽉 찬 배추만을 사용한다. 특히 국산 천일염과 깨끗한 물로 위생적인 시설에서 3, 4차례 깨끗하게 씻어 물기를 뺀 후 배달돼 바로 김치를 담글 수 있다. 절임을 해도 달고 아삭한 배추 본연의 맛이 살아 있어 김장을 담가 놓아도 쉽게 물러지지 않는 것이 특징이다. 지난해 700여 농가에서 온·오프라인을 통해 248만여 박스(20kg 기준)를 판매해 928억 원의 매출을 기록할 정도로 인기를 끌었다.

18일 해남군 직영 온라인 쇼핑몰 ‘해남미소’ 집계 결과 16일까지 절임배추 온라인 판매량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30% 정도 늘었다. 이동호 해남군 해남미소 팀장은 “올해 김장용 배추생산량은 이상기온으로 지난해보다 8% 정도 줄었지만 값은 오히려 10% 정도 올랐다”며 “남부 지방 김장은 25일 전후가 피크여서 해남 배추의 인기는 연말까지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 위기를 기회로 바꾼 김장 늦추기 캠페인

해남 절임배추의 인기는 때마침 펼쳐진 김장 늦추기 캠페인이 주효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수확기부터 시작된 해남 배추 홍보맨들의 활약도 한몫을 했다는 평가다.

해남군은 여름철 폭염과 폭우로 가을배추 출하가 예년보다 늦어질 것으로 예상하고 10월 초부터 김장 늦추기 캠페인을 벌였다. 부산과 서울 조계사, 국회를 찾아 판촉 행사를 열고 지역축제에서 관광객을 대상으로 절임배추 예약을 받기도 했다. 지난달 배추 생육 현장을 찾은 송미령 농림축산식품부 장관에게 정부 차원에서 나서 달라고 부탁했다. 배추가 본격 출하되는 11월 20일 이후로 김장 시점을 늦추면 외국산 배추 수입도 줄이고 소비자들은 보다 저렴한 값에 양질의 국산 배추로 김장을 담글 수 있다는 것을 강조했다. 김장 늦추기 캠페인은 자치단체와 군의회, 지역 국회의원은 물론이고 생산자협회, 소비자단체를 통해서도 전파됐다.

명현관 해남군수는 “배추 재배 농가들이 어느 해보다 힘든 시간을 보냈지만 김장 늦추기 캠페인이 국민적 공감대를 얻고 각계의 도움까지 더해져 위기를 기회로 바꿀 수 있었다”고 말했다.

정승호 기자 shju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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