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겨 여자싱글 은메달 트루소바 "다시는 올림픽 따위 도전 않겠다"
[올림픽] 우여곡절 끝에 열린 플라워 세리머니 |
(서울=연합뉴스) 신창용 기자 = 금메달리스트는 믿기지 않는 결과에 어안이 벙벙했고, 은메달리스트는 다신 피겨를 안 하겠다며 악을 썼다.
모두가 금메달을 점쳤던 선수는 '도핑 파문'에 허덕이며 4위라는 초라한 성적에 말없이 눈물만 흘렸다.
2022 베이징 동계올림픽 피겨스케이팅 여자 싱글 종목의 꽃다발 시상식 직전, 금·은메달리스트를 배출한 러시아올림픽위원회의 분위기는 눈부신 결과와는 달리 난장판이나 다름없었다.
러시아올림픽위원회는 17일 중국 베이징 캐피털 실내경기장에서 끝난 피겨스케이팅 여자 싱글에서 금, 은메달을 휩쓸었다.
안나 셰르바코바(255.95점), 알렉산드라 트루소바(251.73점)가 나란히 금, 은메달을 차지했다. 동메달은 일본의 사카모토 가오리(233.13점)가 가져갔다.
강력한 우승 후보로 지목됐으나 '도핑 파문'에 휩싸였던 카밀라 발리예바는 심각한 점프 난조 속에 224.09점으로 4위에 머물렀다.
은메달리스트 트루소바는 자신의 최종 순위를 확인한 뒤 오열하며 은퇴를 암시하는 말을 한 데 이어 시상대에서 '손가락 욕설' 논란까지 불러일으켰다.
트루소바는 이날 프리스케이팅에서 올림픽 프리스케이팅의 새 역사를 썼다.
단일 프로그램에서 다섯 차례나 쿼드러플(4회전) 점프를 넘어지지 않고 착지한 올림픽 최초의 여자 선수가 됐다.
트루소바는 쇼트프로그램에선 트리플 악셀 점프에서 넘어져 언더로테이티드(under rotated·점프의 회전수가 90도 이상 180도 이하로 모자라는 경우) 판정을 받았고, 트리플 플립에서도 어텐션(에지 사용주의) 판정을 받아 74.60점에 그쳤다.
프리스케이팅에선 첫 쿼드러플 플립에 어텐션, 쿼드러플 토루프와 연결 트리플 토루프에서는 착지 실수로 수행점수(GOE) 가 깎였다.
이어 쿼드러플 러츠에 쿼터 랜딩(점프 회전수가 90도 수준에서 모자라는 경우) 판정을 받았지만, 지금까지 그가 보여준 프리스케이팅 중 가장 잘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하지만 트루소바는 셰르바코바에게 합계 총점에서 4.22점 뒤져 1위로 올라서지 못했다.
[올림픽] 은메달 차지한 알렉산드라 트루소바의 연기 |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트루소바는 최종 순위를 확인한 뒤 예테리 투트베리제 코치를 밀쳐내고 "다시는 올림픽 따위는 도전하지 않겠다"며 절규했다.
트루소바는 "나 빼고 모두 금메달이 있다. 난 스케이팅이 싫다. 정말로 싫다. 이 스포츠가 싫다. 나는 다시는 스케이트를 타지 않을 것이다. 절대로"라며" 이제 불가능하다. 그러니 할 수 없다"고 소리치며 울었다.
모두 금메달이 있다는 트루소바의 말은 단체전을 얘기한 것으로 보인다.
단체전에 못 나간 것이 불만이었던 트루소바는 개인전에서도 결국 금메달을 따지 못하자 폭발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후 트루소바는 시상식에서 빙둔둔 인형을 들면서 가운뎃손가락을 들어 보이는 동작으로 또 다른 논란을 불러왔다.
손가락 욕설을 한 것 아니냐는 추정이 나오고 있지만, 또 다른 사진에선 가운뎃손가락을 편 모습이 보이지 않아 해프닝일 가능성도 적지 않다.
트루소바는 이어진 공식 기자회견에서 "나는 3년 동안 메이저 대회에서 우승한 적이 없다. 나는 항상 목표를 향해 노력했다. 나는 항상 더 많은 쿼드러플(4회전) 점프를 추가했다"면서 "그러면 나는 우승할 줄 알았다. 하지만 그런 일은 일어나지 않았다. 그래서 화가 났다"고 씁쓸해했다.
트루소바는 세계에서 유일하게 4회전 점프 4종(러츠, 플립, 살코, 토루프)을 공식적으로 성공한 여자 선수로 유명하다.
트루소바는 주니어세계선수권을 평정했으나 2019년 시니어 무대 데뷔 이후에는 정상에 서지 못했다.
지난해 스톡홀름에서 열린 세계선수권에서 동메달을 땄고, 2020년과 2022년 유럽선수권에서도 동메달이 최고 성적이었다.
트루소바는 '왜 울었냐'는 물음에 "그냥 그러고 싶었다. 그래서 울었다"면서 "3주 동안 엄마도 강아지도 없이 지냈다. 그래서 울었다"는 답을 내놨다.
[올림픽] 은메달 트루소바 |
changyong@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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