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속에서 성공적인 올림픽, 존재의 이유 더욱 두드러져"
발리예바 사태 두고는 "잘못 저지른 사람 드러나면 강력하게 조처해야"
임기 2년 남아…"선거 더 체계적으로 준비해 3번째 선수위원 배출되길"
대회 개막에 앞서 성화 봉송자로 나선 유승민 IOC 선수위원 |
(베이징=연합뉴스) 안홍석 기자 =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선수위원인 유승민 대한탁구협회 회장은 "성적뿐 아니라 국민들에게 힘을 줬다는 점에서 국가대표 본연의 임무를 잘 해냈다"며 2022 베이징 동계올림픽에 출전한 후배들을 칭찬했다.
유 위원은 대회 폐막을 사흘 앞둔 18일 연합뉴스와 한 통화에서 "(후배들이) 최상의 경기력으로 (코로나19로 힘들어하는 국민에게) 희망과 감동을 줬다. 새로 국가대표가 될 후배들에게 귀감이 될 모습을 보여줬다"고 말했다.
유 위원은 대회 기간 베이징을 지키면서 원격으로 코로나19로 격리된 선수들을 돌보고 여러 IOC 회의에 참석하는 한편, 짬을 내 경기장을 찾아 한국 선수들을 응원했다.
주로 빙상 경기가 열린 경기장을 방문한 유 위원은 쇼트트랙 대표선수들이 '중국 텃세 판정' 등 난관을 뚫어내고 금메달 2개를 거머쥐는 과정을 생생하게 지켜봤다.
[올림픽] 최민정의 금메달 미소 |
유 위원은 한국 선수단뿐 아니라 IOC도 이번 대회를 성공적으로 치러냈다고 평가했다.
그는 "코로나19의 위협 속에서 두 번의 올림픽을 치르면서, 사람들에게 희망을 주는 올림픽의 존재 이유가 더 두드러졌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러시아올림픽위원회(ROC) 여자 피겨 선수 카밀라 발리예바의 도핑 사태에 대해서는 "토마스 바흐 IOC 위원장이 말한 것처럼, 진실이 밝혀졌을 때 잘못을 저지른 사람이 드러난다면 강력한 조처를 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2016년 리우데자네이루 하계올림픽에서 선수위원으로 선출된 유 위원은 2년 뒤 파리 대회에서 임기를 마친다.
유 위원은 파리에서 한국 스포츠가 새 선수위원을 배출하려면 더 체계적으로 선거를 준비할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
다음은 유 위원과의 일문일답.
[올림픽]코치와 기쁨 나누는 황대헌 |
-- 한국 선수단 성적에 대해 비관적인 전망이 있었지만, 대한체육회가 목표 최대치로 잡은 금메달 2개를 따냈다. 분위기도 좋다. 후배들 활약 어떻게 평가하나.
-- 이제 국민들이 메달 개수보다는 선수들이 도전하는 모습 자체에서 더 크게 감동하는 것 같다.
▲ 많이 바뀐 것 같다. 이번 대회에 출전한 우리 신세대 선수들은 메달을 놓쳤다고 해서 기분이 '다운'돼 다른 경기에 스스로 지장을 주는 경우가 없었다. 그런 부분에서 선수들도, 팬들도 많이 변해가고 있다.
다만, 국가대표 선수라면 반드시 이기려고 노력해야 한다는 점은 변하지 않는다. 선수는 상대를, 결과를, 그리고 승부 자체를 존중해야 한다. 메달을 목표로 마음을 다해 노력할 때, 다른 가치들도 빛난다.
[올림픽] 다시 넘어지는 발리예바 |
-- '발리예바 사태'에 대해 경기인 출신으로서 어떻게 생각하나. IOC가 잘 대처했다고 보나.
▲ 먼저, 발리예바가 실제로 도핑을 했는지 대한 결론은 아직 나오지 않았다. (발리예바는 도핑 검사에서 양성 반응을 보였으나 스포츠중재재판소는 그가 도핑 규정을 위반했는지 규명되지 않았다고 판단했다.)
다만, 이번 사태는 도핑은 조금이라도 허용돼서는 안 되며, 도핑과 관련한 부정으로부터 깨끗한 선수를 보호하기 위해 끊임없이 노력해야 한다는 점을 다시 일깨워줬다. IOC도 깨끗한 선수를 보호하기 위해 발리예바가 메달권에 들면 시상식을 열지 않기로 한 것이다.
토마스 바흐 위원장이 말한 것처럼, 진실이 밝혀졌을 때 잘못을 저지른 사람이 드러난다면 강력한 조처를 해야 한다. 무엇보다, 어떻게 보면 가장 큰 피해자일 수 있는 열다섯 살 발리예바가 더 상처를 입지 않도록 도와야 한다.
[올림픽] 쇼트트랙 경기 지켜보는 황희와 반기문 |
-- 코로나19 속에서 치러진 두 번째 올림픽이다. 잘 치러졌다고 보나.
▲ 굉장히 안전하게 치러졌다는 점에서 성공적인 대회였다고 평가한다. 폐쇄 루프 내에서 확진자가 나오긴 했지만, 전체 참가자 수에 비하면 매우 낮은 비율이었다. 한 명의 확진자도 안 나온 날도 있다.
이런 상황에서 올림픽을 한다는 게 굉장히 어려운 일인데, 모두가 합심해 그 어려운 일을 해냈다. 코로나19의 위협 속에서 두 번의 올림픽을 치르면서, 사람들에게 희망을 주는 올림픽의 존재 이유가 더 두드러졌다고 생각한다.
-- 그런데 코로나19 때문에 쉽게 돌아다니지도 못하는 상황에서 선수위원 활동은 어떻게 했나.
▲ 숙소에 앉아서 거의 온종일 화상회의를 했다.(웃음) 이번 대회에서는 선수위원회 부위원장으로서 코로나19로 격리된 선수들에게 최대한 좋은 환경을 제공하기 위해 실시간으로 지원하고 대응하는 업무가 많았다. 격리된 선수들이 어려운 점이나 불만 사항이 있으면, 곧바로 대응하며 해결책을 찾으려고 노력했다.
성화 봉송자로 나선 유승민 IOC 선수위원 |
-- 쇼트트랙 판정 논란 국면에서 한국의 스포츠 외교력이 부족하다는 비판이 또 나왔다.
▲ 이런 이슈가 있을 때마다 부각이 되는 지적사항인데, 이번에는 문제가 발생한 그 날 바로 밤샘 회의를 할 정도로 상황을 심각하게 받아들이고 빠르게 대응했다. 우리가 한 일을 외부에 다 노출할 수는 없다. 대처를 잘했다고 확실하게 말할 수 있다.
스포츠 외교는 나와 이기흥 대한체육회 회장, 두 명의 IOC 위원만 하는 게 아니다. 체육회 임원과 국제팀 직원들, 종목별 협회 임원들 모두 함께하는 것이다. 내가 만나 본 외국 스포츠인들은 우리 스포츠 외교력이 부족하다고는 전혀 생각하지 않는다.
-- 임기가 2년 남았다. 한국 스포츠가 2년 뒤 새 선수위원을 배출하려면 어떻게 해야 하나.
▲ 6년 전 리우 올림픽 때 어떻게 준비해야 하는지 잘 모르는 상태에서 선거를 치러야 했다. 한국이 후보로 내세우는 선수가 선거가 치러지는 올림픽 몇 달 전부터 국제 세미나 등에 참석해 얼굴을 알리고 교류하는 등 미리 체계적으로 준비하는 과정을 거친다면 더 수월할 것 같다.
선수위원으로 활동하면서 체육회로부터 여러 도움을 받았다. 다만, 다음 선수위원은 행정적으로 더 체계적인 지원을 받는다면 스포츠 외교력을 강화하는 데 큰 도움이 될 것이다.
IOC 위원이 한 명 더 있고 없고는, 국제 스포츠 무대에서 큰 차이를 불러온다. 한국 스포츠가 잘 준비해서 2년 뒤 파리에서 3번째 선수위원을 배출하면 좋겠다.
ahs@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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