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년 호흡 맞춘 '장기건 사진' 썰매에 싣고 마지막 3차 시기 주행
마지막 주행 마친 석영진(가장 오른쪽) 팀 |
(베이징=연합뉴스) 안홍석 기자 = 석영진(32·강원도청)은 베이징에 오지 못한 동료 장기건(35·강원도청)과 함께 올림픽 트랙을 달렸다.
봅슬레이 파일럿 석영진은 김형근(강원BS경기연맹), 김태양, 신예찬(이상 한국체대)과 함께 20일 중국 베이징 옌칭의 국립 슬라이딩 센터에서 열린 2022 베이징 동계올림픽 남자 4인승 경기 3차 시기에 나섰다.
석영진 팀은 2차 시기까지 26위에 그쳐, 3차 시기가 마지막 주행이 될 가능성이 매우 컸다.
4차 시기에는 3차 시기까지 20위 안의 성적을 낸 팀만 나서기 때문이다.
석영진은 후회 없이 마지막 질주를 펼쳤다. 주행을 마친 뒤 석영진은 썰매에 둔 사진을 꺼내 유니폼 안에 넣었다.
사진 속 주인공은 부인도, 부모님도 아니었다. 7년간 호흡을 맞춘 동료이자 선배인 장기건의 사진이었다.
석영진은 장기건과 2016-2017시즌부터 4인승은 물론 2인승에서도 파트너로 활약했다.
이번 시즌에도 계속 합을 맞추며 올림픽 꿈을 키워갔다.
하지만 장기건은 베이징에 오지 못했다. 출국 직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았기 때문이다.
[올림픽] 힘차게 출발하는 팀 석영진 |
석영진은 결국 김형근(강원BS경기연맹)과 급하게 새로 팀을 꾸려 이번 대회 2인승에 나섰다. 4인승 경기도 물론 장기건 없이 소화해야 했다.
장기건의 부재는 성적 부진의 원인이기도 했다. 석영진은 2인승에서 24위, 4인승에서 25위의 성적을 냈다.
조인호 대표팀 총감독은 "베테랑인 장기건이 갑자기 빠지면서 많은 게 틀어졌다"면서 "추진력을 많이 잃은 것은 물론이고, 5㎏의 납덩이를 썰매에 더 얹어야 해 스타트에서 손해를 많이 봤다"고 말했다.
봅슬레이는 무게가 무거울수록 속도에 유리하다. 그래서 썰매 무게에 한계를 두는데 남자 4인승은 썰매와 선수 무게를 더해 630㎏이 상한이다.
이보다 무게가 떨어지면 납덩이를 추가할 수 있다. 다만, 납덩이가 무거워질수록 스타트에 불리하다.
석영진 팀은 예상대로 4차 시기에 진출하지 못했다. 25위가 그대로 석영진 팀의 최종 순위가 됐다.
석영진은 2014년 소치 대회에는 브레이크맨으로 출전했고, 2018년 평창 대회에는 출전하지 못했다.
이번이 '파일럿' 석영진의 첫 올림픽 무대였으나 장기건이 곁에 없어 많은 아쉬움을 남긴 채 대회를 마치게 됐다.
그래도 사진으로나마 장기건과 함께 '마지막 질주'를 한 석영진은 믹스트존에서 "꿈의 무대인 올림픽에 섰으나 많은 분의 기대에 부응할 정도의 기록을 못 냈다"면서도 "하지만, 모든 것을 다 쏟아부었고, 나에게는 흠이 없는 경기였다"고 말했다.
ahs@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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