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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8 (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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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조건 딛고 투혼으로 이룬 결실… 한국 선수단 금2·은5·동2 등 값진 성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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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일보

한국 쇼트트랙 대표팀 황대헌이 9일 중국 베이징 캐피털 실내경기장에서 열린 2022 베이징 동계올림픽 쇼트트랙 남자 1,500m 결선에서 1위로 결승선을 통과한 뒤 태극기를 들고 세리머니를 하고 있다. 베이징=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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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팬데믹 속에서 치러진 2022 베이징 동계올림픽이 20일 무사히 막을 내렸다. 한국 선수단은 편파 판정 논란과 폐쇄루프라는 어려운 상황 속에서도 금메달 2개, 은메달 5개, 동메달 2개로 종합 14위를 차지하는 성과를 냈다. 안방에서 치러진 2018 평창 동계올림픽에는 못 미치지만, 메달 개수로는 2014년 소치 동계올림픽을 웃도는 성적이다. 이기흥 대한체육회장은 베이징 메인미디어센터(MMC)에서 열린 2022 베이징 동계올림픽 결산 기자회견에서 "선수단이 아름다운 도전 정신과 투혼으로 환희와 감동을 전했다"며 "기쁨과 아쉬움이 교차하는 순간마다 선수들에게 아낌없는 박수를 보낸 국민 여러분께 거듭 감사의 말씀을 전한다"고 밝혔다.

쇼트트랙은 이번 올림픽에서 금메달 2개(남 1,500m·여 1,500m)와 은메달 3개(남 5,000m 계주·여 3,000m 계주·여 1,000m)를 수확하며 한국이 쇼트트랙의 세계 최강자임을 다시 한번 확인했다. 개최국 중국과 네덜란드는 나란히 금메달 2개·은메달 1개·동메달 1개에 머물렀다.

이번 올림픽은 시작 전부터 전망이 그리 밝진 못했다. 체육회에서도 금메달 1, 2개만을 예상했다. 이 회장은 "국정농단 사태 이후 적폐청산 과정에서 빙상연맹이 거의 와해됐다. 선수와 지도자들이 거의 중국으로 넘어갔다. 경쟁국에서 우리의 전략을 거의 다 알고 있었고, 편파 판정문제도 예상되는 상황이었다"고 돌아봤다. 체육회와 선수단의 우려처럼 텃세 판정은 일부 현실이 되기도 했다.

하지만 미처 예상 못한 게 있었다. 끝까지 포기하지 않는 태극전사들의 투혼이다. 대회 초반 위기에 부딪힌 선수들은 동요하기보단 벽을 향해 다시 자신을 내던졌고, 결국 승리를 쟁취했다. 자신의 주종목인 남자 1,000m에서 실격을 당한 뒤에도 의연한 자세를 잃지 않던 황대헌(22)은 결국 판정이 개입할 여지 없는 압도적인 격차의 레이스로 베이징 동계올림픽 한국의 첫 금메달을 거머쥐었다. 여자 3,000m 계주와 여자 1,000m에서 은메달을 따낸 뒤, "'한 바퀴만 더'라는 아쉬움을 이번에는 넘어서겠다"고 했던 최민정(24)은 결국 주종목 1,500m에서 포디움 가장 높은 곳에 오르며 올림픽 2연패에 성공했다. 대표팀이 흔들릴 적마다 중심을 잡아 준 맏형 곽윤기(33)는 남자 5,000m 계주 마지막 주자로 나서 밴쿠버 올림픽 이후 12년 만에 은메달을 따냈다.

스피드스케이팅에서는 은메달 2개(남자 500m·남자 매스스타트)와 동메달 2개(남자 1,500m·남자 매스스타트)라는 값진 결과를 냈다. 차민규와 김민석이 새 역사를 썼다. 차민규는 평창에 이어 은메달을 목에 걸며 빙속 500m에서 처음으로 2연속 메달의 쾌거를 이뤘다. 김민석은 유럽 선수들의 전유물로 여겨졌던 1,500m에서 2대회 연속 동메달을 따냈다. 이승훈은 매스스타트 동메달로 동계올림픽에서는 한국인 최다 메달 단독 1위가 됐다. 평창 대회 매스스타트에서 막내로 출전, 이승훈의 페이스메이커 역할을 했던 정재원은 이번엔 에이스로 성장해 이승훈보다 먼저 결승선을 통과했다.

설상 종목에선 메달을 획득하지 못하며 아쉬움을 남겼다. 옌칭지역을 총괄한 김용빈 부단장(대한컬링연맹회장)은 "평창 동계올림픽 이후 관련 시설들의 운영이 사실상 중단되면서 설상 선수들이 국내에서 제대로 된 훈련을 할 수 없었다"며 지원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그는 "스포츠는 국가의 투자나 국민의 사랑이 어느 정도 모아져야 성적으로 이어질 수 있다. 경기장이 있음에도 바라만 봐야 하는 선수들의 애타는 마음과 꺾인 의지가 성적으로 나타났다고 생각한다"고 소신 발언을 했다.

이날 이 회장은 이번 대회 초반 쇼트트랙 판정 논란과 관련한 국제스포츠중재재판소(CAS) 제소 계획을 철회했다고 공표했다. 법무법인 김앤장과 실무적인 준비를 마쳤지만 이후 주심이 바뀌는 등 판정이 나아진 데다 문제의 경기가 준결선으로 실익이 없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이 회장은 "판정 후 국제빙상경기연맹(ISU) 회장과 5번 정도 만났다. 국내 여론과 우리의 대응을 강력하게 이야기했다"고 말했다. 이어 "우리 선수들과 지도자들이 내년 한국에서 세계쇼트트랙선수권대회도 열리는데 (CAS 제소는) 썩 바람직하지 않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최종적으로 제소는 하지 않았지만, 충분히 문제제기를 했다"고 덧붙였다.

한편 체육회는 이날 기자회견에서 2024년 평창 동계유스올림픽의 일부 종목을 북한에서 개최하기로 자체 결정하고, 관련 내용을 북한에 서면 전달했다고 밝혔다. 세계 청소년들의 축제인 동계유스올림픽은 80여 개국 3,000여 명의 선수단이 참석하는 매머드급 대회다. 유치 신청 당시 국제올림픽위원회(IOC)에 북한과의 공조 가능성을 설파했던 강원도와 체육회는 남은 기간 이를 실현하기 위해 북한을 대화 테이블로 끌어낸다는 생각이다. 이 회장은 "마식령은 스키장이 잘 돼 있다. 평양 스케이트장은 직접 가봤는데 아주 괜찮았다. 북한에서 두 가지 종목을 하는 것을 생각 중"이라며 "평창과 강릉뿐 아니라 무주까지 포함해 평화체전으로 했으면 좋겠다는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체육회는 10월 서울에서 열리는 국가올림픽위원회연합회(ANOC) 총회에서 각 국가 대표자들에게 분산 개최의 당위성을 주장할 계획이다.


베이징 최동순 기자 dosool@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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