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림픽] 베이징 17일간의 열전 마무리 |
(베이징=연합뉴스) 한종구 김진방 특파원 = 중국 정부와 관영 매체들이 20일 막을 내린 베이징 동계올림픽이 매우 성공적으로 개최됐다면서 세계에 희망을 전달하는 계기가 됐다고 자화자찬했다.
하지만 미국과 일본 매체들은 '스캔들 올림픽'으로 기억될 것이라거나 올림픽 정신에서 벗어나 정치적으로 이용됐다며 혹평했다.
◇ 중국 "중국의 성과이자 세계의 성과"
왕원빈(汪文斌)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21일 정례브리핑에서 "6년여의 준비와 16일간의 가슴 벅찬 경기 끝에 성황리에 막을 내린 것은 중국의 성과"라며 "올림픽의 성공은 세계의 성과"라고 말했다.
왕 대변인은 "베이징은 최초의 하계·동계 올림픽 개최 도시로서 역사에 기록될 만큼 전문적이고 공정한 경기 환경을 제공해 세계에 깊은 인상을 남겼다"고 극찬했다.
그는 "강력하고 효과적인 방역 조치는 향후 국제적인 굵직한 행사 개최에 성공적인 패러다임을 제공했다"고 강조했다.
관영 매체들은 베이징 올림픽이 세계에 희망을 전달했다고 평가했다.
중국공산당 기관지 인민일보는 이날 사설에서 "베이징 동계올림픽의 원만한 성공은 감염병에 시달리는 세계에 자신감과 희망을 불어넣었다"고 높이 평가했다.
[올림픽] 대회 8일째, 베이징에 내리는 눈 |
신문은 미국을 우회적으로 비판하기도 했다.
신문은 "올림픽 정신으로 단결해 국제사회의 공동 도전에 대응하자"면서 "우리는 다자주의를 이행하고 유엔을 핵심으로 하는 국제체계를 유지하며 국제법을 바탕으로 하는 국제질서를 유지하고 조화롭게 협력하는 국제 대가족을 건설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 주장은 대 중국 압박을 겨냥한 쿼드(Quad·미국·일본·호주·인도 4국 협의체)와 오커스(AUKUS·미·영국·호주 안보파트너십) 등 미국의 동맹국 규합 행보를 비난할 때 사용한 논리다.
중국 중앙(CC)TV도 평론을 통해 "베이징은 올림픽 역사에 휘황찬란한 획을 남겼다"며 "책임 있는 강대국이 인류 운명 공동체를 구축하는데 주력한다는 책임을 보여줬고, 각국 국민이 어려움을 이겨내고 꿈을 실현할 수 있도록 신념과 힘을 불어넣었다"고 추켜세웠다.
관영 환구시보(環球時報)도 사설에서 "코로나19 한겨울에 처한 각국 국민에게 따뜻함과 희망을, 불안한 세계에 평화와 단결의 힘을 불어넣었다"고 자찬했다.
환구시보는 "동계올림픽의 세계 예상을 뛰어넘는 인기는 서방의 외교적 보이콧을 실패하게 했고 일부 서방 매체의 악의적 비방을 분쇄했다"며 "베이징 동계올림픽의 성공은 중국의 성공이고, 전 세계의 성공"이라고 주장했다.
앞서 중국공산당 중앙위원회와 국무원은 전날 자국 동계올림픽 선수단에 축전을 보내 "국내외 중화권 자녀들의 애국 열정을 불러일으켰다"고 치하했다.
◇ 미·일 매체 "스캔들 올림픽…정치적으로 이용"
미국 일간 워싱턴포스트(WP)는 19일(현지시간) 사설에서 "이번 올림픽의 최종 이미지는 처참한 프리 스케이팅 후 눈물을 흘리는 발리예바가 될 것"이라고 혹평했다.
이어 "두 번 넘어지고 내내 실수했다. 모든 시련은 흐느껴우는 그를 질책하던 코치의 모습과 함께 아동학대처럼 보였다"며 "그것은 베이징 올림픽을 스캔들 올림픽으로 굳혔다"고 했다.
WP는 중국 테니스 스타 펑솨이 문제도 거론했다.
펑솨이는 중국 고위 관리의 성폭행을 폭로했다가 오랜 기간 잠적한 뒤 올림픽을 앞두고 자신의 주장을 철회했다. 중국 당국의 압박이 있었다는 설이 파다했다.
이밖에 ROC 여자 아이스하키 대표팀이 코로나19 검사 결과를 내놓지 않아 마스크 쓰고 경기를 한 장면, ROC의 피겨스케이팅 여자 싱글에서 은메달을 딴 알렉산드라 트루소바가 '나 빼고 모두 금메달이 있다. 이 스포츠가 싫다'고 소리친 모습, 중국 악플러 등도 좋지 못한 장면으로 지목했다.
이번 대회 루지 2관왕에 오른 독일 나탈리 가이젠베르거는 귀국한 후 방송 인터뷰에서 "인권 문제를 포함한 우려 때문에 베이징 올림픽 참가 여부를 놓고 오래 망설였다"며 "대회를 준비하는 동안에는 그런 문제를 생각하지 않으려 노력했지만 이제 다시는 중국에 가지 않을 것"이라며 말했다.
일본 주요 언론들은 이번 동계올림픽이 올림픽 본래 정신에서 벗어나 정치적으로 이용됐다고 비판했다.
[올림픽] 다시 넘어지는 발리예바 |
마이니치(每日)신문은 21일 "정치색의 진한 정도와 경기를 둘러싼 문제의 분출로 올림픽의 의의가 흔들렸고 '평화 제전'의 존재 방식이 다시 질문받는 대회"였다고 평가했다.
이어 "코로나19 대책을 이유로 엄중하게 통제돼 구미 제국의 '외교적 보이콧'의 이유였던 신장 위구르자치구 등 인권 문제에 대한 비판도 싹 지워졌다"고 꼬집기도 했다.
아사히(朝日)신문은 양양(楊揚) 베이징올림픽 조직위 선수 위원장이 개막 전 기자회견에서 "선수는 발언에 책임을 져야 한다"고 언급한 것을 거론하며 "선수들에게서조차 인권 비판이 거의 나오지 않은 것은 중국의 자유롭지 못한 언론 환경을 눈에 띄게 했다"고 지적했다.
일본 최대 일간지 요미우리(讀賣)신문은 중국 측이 시진핑 정권의 성공을 부각하는 한편 대회조직위원회를 통해 선수나 자원봉사자의 발언을 제한한 것이 이번 대회에 그림자를 드리웠다고 평가했다.
jkhan@yna.co.kr
chinakim@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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