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민 몰린 지하철역 "벽까지 서 있다"…KTX 등도 지연 운행
서울 곳곳서 차량 오도 가도 못해…시민들 "내일이 더 걱정"
지하철 퇴근길, 폭설대란으로 승객들로 만원 |
(서울=연합뉴스) 이동환 김준태 이율립 최원정 기자 = 27일 서울에 많은 눈이 내리며 대중교통을 이용하는 시민들의 '퇴근 대란'이 벌어졌다.
최대 18㎝가 넘는 눈은 1907년 10월 근대적인 기상관측을 시작한 이래 11월 서울 적설 최고치다.
시민들은 퇴근길 혼잡에 대비해 발걸음을 서둘렀지만 주요 환승역과 버스정류장에 인파가 몰리면서 '귀가전쟁'은 심화하는 모습이다.
이날 오후 6시께 직접 찾은 지하철 1호선 신도림역 플랫폼에는 시민들로 복새통을 이뤘다. 한 시민은 "사람들이 벽까지 서 있다"며 혀를 내둘렀다.
강태웅(29)씨는 "평상시에도 지하철을 타지만 이렇게 길게 줄이 늘어선 것은 처음 본다"며 "바로 오는 열차를 타진 못할 것 같고, 몇 대를 떠나보내며 기다려야 할 것 같다"고 허탈한 표정을 지었다.
열차에 내리는 시민들까지 뒤섞이며 플랫폼은 발 디딜 틈 없이 가득 찼다.
한 질서유지요원은 지하철에 타려는 시민들과 내리려는 승객들 사이에 낀 채 경광봉을 바쁘게 흔들었다. "아직 올라타지 마시라. 잠시만 기다려달라"고도 외쳤다.
비슷한 시간 9호선 노량진역도 상황은 비슷했다.
박모(29)씨는 "아침에 9호선이 연착돼 평소보다 30분이 늦었다"며 "내일이 더 걱정이다. 사람이 많아 힘들어서 내일은 조금 더 일찍 나올 생각"이라고 말했다.
직장인 고국환(43)씨는 "회사에 차를 버리고 퇴근했다"며 "회사에서 지하철 역까지 버스타고 갈 거리인데 그것도 힘들 것 같아서 30분을 걸었다"고 말했다.
한국철도공사(코레일)은 1호선(급행) 5회, 수인분당선 2회, 경의중앙선 2회, 경강선 1회 등 전철을 10회 추가 운행했지만, 곳곳에서 혼란이 이어졌다.
이날 오후 5시께 지하철 1호선 회기역에서 인천 방향 열차가 단전되면서 잠시 열차 운행이 중지됐다.
오후 4시 10분께에는 경부선 석수역에서 관악역으로 이어지는 하행선로 위로 나무가 쓰러지면서 하행선 전동 열차 5개의 운행이 10분∼40분가량 지연됐다.
퇴근길 대란 예감 |
KTX 등 일반열차도 '거북이 운행'을 했다. 열차 전광판에는 '강설 및 기온 급강하로 인한 안전운행으로 지연 운행 중'이라는 안내 메시지가 나왔다.
오송역에서 서울역까지 KTX를 이용하던 맹모(28)씨는 "열차가 10분 가까이 지연 됐다"며 "열차도 느리게 가고 있어 약속 시간에 늦을 거 같다"고 말했다.
교통사고도 이어졌다. 이날 오후 6시 32분께 경부고속도로 서울방향(서초IC→반포IC) 5차로에서 추돌사고가 발생해 도로가 부분 통제됐다.
오후 5시 32분께에는 서부간선지하도로 성산방향(금천IC→2㎞ 구간) 2차로에서 차량이 고장나면서 일대 혼잡이 빚어졌다.
서울 관악구 한 아파트 앞 도로에서는 눈이 쌓여 차들이 1시간 넘게 갇혀있다는 시민들의 제보도 이어졌다.
오전 9시 50분께 성북구에서는 내리막길에 잠시 멈춘 마을버스가 운전기사 없이 미끄러져 차량과 펜스 등을 잇달아 들이받았지만, 다행히 인명 피해는 없었다.
기상청은 28일 오전까지 전국 대부분 지역에 눈 또는 비가 올 것으로 예상했다.
특히 중부 지방과 전북 동부에서는 습기를 머금어 무거운 눈이 시간당 1∼3㎝, 최고 5㎝ 안팎으로 쏟아지는 상황이 반복될 것으로 내다봤다.
dhle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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