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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쟁 같은 투혼 ‘기적의 2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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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로스컨트리 오픈 계주서 또 金
낮에는 경기, 밤엔 가족 걱정에도
“조국 평화 위해 모든 걸 쏟아냈다”
전 세계에 강렬한 평화의 메시지
파슨스 위원장 “포용·화합 희망”
서울신문

우크라이나 선수들이 13일 중국 허베이성 장자커우 국립바이애슬론센터에서 열린 2022 베이징동계패럴림픽 크로스컨트리스키 4×2.5㎞ 오픈 계주에서 1위를 차지한 후 함께 모여 기뻐하고 있다.장자커우 로이터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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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세계가 우크라이나의 이름을 듣도록 최선을 다하겠다”는 약속을 끝까지 지켰다. 우크라이나 선수들이 2022 베이징동계패럴림픽 마지막날 금메달 1개를 추가하며 다시 한번 우크라이나의 이름을 전 세계에 알렸다. 러시아의 침공 속에서도 선수들은 종합 2위라는 최고의 성적으로 강렬한 평화의 메시지를 전했다.

우크라이나는 13일 중국 허베이성 장자커우에서 열린 베이징패럴림픽 크로스컨트리스키 4×2.5㎞ 오픈 계주에서 28분05초03으로 1위를 차지했다. 우크라이나는 금메달 11개, 은메달 10개, 동메달 8개로 개최국 중국(금18·은20·동23)에 이어 2위로 대회를 마쳤다. 2006 토리노동계패럴림픽 3위를 넘는 역대 최고 성적이다.

앤드루 파슨스(45) 국제패럴림픽위원회(IPC) 위원장이 지난 12일 “가족과 국가가 공격을 받고 있다는 사실을 알고 높은 수준에서 경쟁하는 것은 정말 믿을 수 없는 일”이라고 했던 것처럼 우크라이나 선수들의 선전은 많은 감동을 줬다. 선수들은 매일 가족 걱정으로 제대로 잠도 못 자고 눈이 충혈된 채로 경기에 나섰지만 조국의 평화를 위해 힘을 냈다. 바이애슬론에서는 세 차례나 금, 은, 동메달을 싹쓸이하며 시상대를 우크라이나 국기로 물들이기도 했다.

선수들이 대회 중에 전한 사연은 안타까움을 더했다. 아나스타시아 라레티나(20)는 우크라이나 군인인 아버지가 러시아군에 잡혔다는 소식을 들었다. 드미트로 수이아르코(26)는 체르니히우의 집이, 류드밀라 리아셴코(28)는 하르키우에 있는 집이 파괴됐다고 전했다. 율리아 바텐코바 바우만(39)은 “가족과 연락할 때마다 총소리와 폭격 소리가 들린다”며 심적 고통을 호소했다. 낮에는 경기를 하고, 밤이면 사랑하는 사람들과 연락하며 고통이 깊어지는 환경 속에서도 선수들은 “우크라이나와 우리의 군대 그리고 가족에게 바친다”, “우크라이나를 위해 모든 걸 쏟아부었다”, “항상 우크라이나 사람들이 자랑스럽다”, “우크라이나를 사랑한다” 등의 말로 희망의 메시지를 전했다.

개회식에서 평화를 외쳤던 파슨스 위원장은 이날 폐회식에서도 “서로 다른 차이가 우리를 하나로 단결시켜 줬다”면서 “단결을 통해 우리는 포용, 화합, 평화에 대한 희망을 본다. 인류는 대화가 주도하는 세상에서 살기를 희망한다”고 또다시 평화를 호소했다. 그는 선수들에게 “4년 후 밀라노·코르티나패럴림픽에서 다시 만나기를 요청드린다. 그곳에서 뛰어난 기량으로 전 세계에 영감을 보여 달라”고 당부했다.

우크라이나 선수들의 바람과 달리 전쟁은 여전히 진행 중이다. 선수들은 대회가 끝나면 난민 신세가 된다. 우크라이나에 이번 대회 첫 메달을 안긴 타라스 라드(23)는 “우크라이나로 돌아가 참전하겠다”는 의사를 밝혔지만 뜻대로 이뤄질지는 미지수다. 발레리 슈시케비치(68) 우크라이나 패럴림픽위원장은 선수들을 다른 유럽국가로 피신시킬 계획이지만 비용 등의 현실적인 문제가 많다고 호소했다. 파슨스 위원장은 별도의 피신 계획을 시사하면서도 보안을 위해 자세하게 밝히지 않았다.

류재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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