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자 높이뛰기에서 우승한 뒤 "우크라이나를 위해" 외쳐
러시아 국적의 세계 최강 라시츠케네는 출전 불발
우크라이나 국기 들고 환호하는 마후치크 |
(서울=연합뉴스) 하남직 기자 = 육상 여자 높이뛰기 '신성' 야로슬라바 마후치크(21·우크라이나)는 중계 카메라가 자신을 비추자, 두 손으로 하트를 그려 유니폼에 달린 우크라이나 국기를 감쌌다.
우승이 확정된 뒤에는 우크라이나 국기로 어깨를 감싼 채 트랙을 뛰었다.
'여자 높이뛰기 현역 최강' 마리야 라시츠케네(29·러시아)는 세계육상연맹이 '러시아·벨라루스 선수 출전 금지' 결정하면서 2022 세계실내육상선수권대회에 출전하지 못했다.
마후치크는 19일(현지시간) 세르비아 베오그라드 스타크 아레나에서 열린 대회 여자 높이뛰기 결선에서 2m02를 뛰어 우승했다. 2위는 2m00을 넘은 엘리너 패터슨(26·호주)이 차지했다.
경기 뒤 마후치크는 "이 메달은 조국 우크라이나, 우크라이나의 모든 국민과 군인을 위한 것"이라며 "우크라이나에는 끔찍한 일이 벌어지고 있다. 내 휴대전화에 수백 통의 메시지가 왔다. 폭격, 위험을 알리는 사이렌 등이 메시지에 담겼다"고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을 화두에 올렸다.
그는 "러시아는 지금 우크라이나의 국민과 아이들, 미래를 말살하려고 한다"며 "우크라이나 사람들은 우크라이나에서의 삶에 만족하고 있다. 대체 러시아가 무슨 명분으로 전쟁을 벌이는지 모르겠다. 많은 러시아인이 가짜 뉴스에 속고 있는 것 같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아버지를 우크라이나에 두고, 어머니·언니와 함께 세르비아에 도착한 마후치크는 "훈련에 집중하기 어려운 환경이었다. 그래도 코치와 가족들이 '우크라이나를 위해 필드에서 싸워달라'고 당부했다"며 "내겐 정말 중요한 경기였다"고 말했다.
마후치크에게 박수 보내는 패터슨 |
함께 경기를 치른 동료, 경기를 지켜본 관중들도 마후치크를 격려했다.
마후치크가 우승을 확정한 뒤 스타크 아레나를 찾은 많은 팬이 '우크라이나'를 외쳤다.
2위를 차지한 패터슨은 "마후치크가 어려운 상황을 이겨내고, 대단한 성과를 냈다. 마후치크의 우승을 축하한다"고 말했다. 패터슨은 우크라이나를 상징하는 파란색과 노란색으로 손톱을 물들이며 '우크라이나를 응원하는 마음'을 드러내기도 했다.
마후치크는 당분간 우크라이나로 돌아갈 수 없다.
그는 "일단 독일로 이동해 훈련할 계획이다. 4월에는 꼭 우크라이나로 돌아가 가족, 친구들과 만났으면 한다"고 종전을 기원했다.
jiks79@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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