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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4 (일)

이슈 세계 속 한류

BTS·기생충·오징어게임, 다음은?…“K예능의 시대 올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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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Editor's Note

"매일 아침 한국의 미디어 기업이 뉴욕 증시에서 활개치는 건방진 꿈을 꾼다."

2017년 출간한 트렌드북 『유튜브 온리』에서 노가영 작가는 자신의 꿈을 이렇게 소개했습니다. 그 후 5년, 노 작가의 꿈이 ‘더 이상 건방지지 않은 ’ 세상이 됐습니다. 방탄소년단(BTS)·기생충·미나리·오징어게임 등 K콘텐트가 전 세계를 휩쓸고 있기 때문이죠.

노 작가는 극장·영화배급사, 통신기업의 사업구조기획실·미디어전략실 등에서 일하며 ‘K콘텐트 산업’의 성장을 현장에서 지켜봤습니다. 그 경험을 바탕으로 매년 콘텐트 사업의 새 트렌드를 분석하는 『콘텐츠가 전부다』 시리즈를 펴내고 있습니다.

BTS·기생충·미나리·오징어게임의 대성공 이후, K콘텐트는 어디로 갈까요? 노 작가의 전망을 들어봤습니다.

※ 이 기사는 ‘성장의 경험을 나누는 콘텐트 구독 서비스’ 폴인(fol:in)의 “콘텐츠 비즈니스 설계자들 2022” 3화 중 일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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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마포구 중앙일보에서 폴인과 인터뷰하는 노가영 작가. 노 작가는 "디지털 크리에이터가 팬과 콘텐트를 '직거래'하는 '크리에이터 이코노미' 생태계가 열리고 있다"고 분석했다. ⓒ최지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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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으로의 콘텐트 시장은 더욱 '취향의 파편화' 형태로 갈 겁니다. 수백억~수천억 원 단위의 드라마·영화 시장도 여전하겠지만, 또 하나의 축인 디지털 크리에이터 시장도 집중해야 합니다.



매일 새로운 '콘텐트 판', 어떻게 봐야 할까



Q. 2021년 폴인과의 인터뷰에서 당시 콘텐트 판의 흐름을 소개했습니다. 돌이켜 보면 1년 만에 그 판이 많이 바뀌었는데요. 그때와 비교하면 어떤 게 눈에 띄나요?

디즈니플러스 이야기를 하고 싶어요. 지금 디즈니플러스 행보를 보면, 전 세계적으로 성장 중입니다. 2024년 2억명을 목표로 성장하면서 넷플릭스와 함께 확실한 양강 구도를 굳힐 겁니다. 하지만 한국 시장에선 조금 달라요. 물론 2021년 11월 론칭 이후 4개월밖에 안 됐지만, 넷플릭스를 따라잡았다고 하기에는 사용자 수가 부족합니다.

원인을 알아보려면 넷플릭스의 성장 곡선을 볼 필요가 있습니다. 2018년 이후 넷플릭스가 성장한 것의 핵심에는 '로컬 콘텐츠'가 있어요. 저는 커리어 초반을 극장·영화 산업 종사자로 보냈는데요. 그때 영화 매출을 보면 한국은 해외와 자국의 비중이 5대5 비율을 이뤘어요. 그런 국가가 전 세계적으로 몇 안 됩니다. 인도와 태국 정도뿐이죠. 그만큼 한국은 자국 콘텐트 소비 성향이 강합니다.

이런 점을 볼 때 2016년 넷플릭스의 초기 가입자 수는 10만~20만명 수준에서 왔다 갔다 했어요. 한국어 콘텐트는 '옥자'가 유일했죠. 하지만 2018년부터 CJ E&M과 JTBC의 콘텐츠가 공급되고, 추후 K오리지널 콘텐츠가 늘어나면서 급성장했습니다. 물론 팬데믹 기간에 더 탄력을 받았고요. 최근에는 '오징어 게임' '지옥' '지금 우리 학교는(지우학)' '소년심판' 모두 성공하고 있죠.

물론 디즈니플러스도 넷플릭스의 성장곡선을 분석했기에 이 부분을 잘 알고 있을 겁니다. 이미 다양한 로컬 제작사와 협업 중이죠. 다만 콘텐트라는 게 '뚝딱' 나오는 것이 아니니, 시간이 필요해 보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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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nsplas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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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하나 볼 부분은 두 서비스가 콘텐트를 공개하는 방식입니다. 저는 두 기업의 다른 철학으로 디즈니플러스는 헤리티지(Heritage), 넷플릭스는 스피드(Speed)로 연결하는데요. 대표적인 차이가 '빈지와칭(Binge Watching)'입니다. 한 시즌을 한 번에 공개하는 넷플릭스의 방식이죠.

반면 디즈니플러스는 신규 콘텐트를 매주 하나씩 공개하는 방식을 주로 택해요. '콘텐트 제국'다운 프라이드(pride)라고 해석해야 할까요. 한편으로는 사용자들이 필요한 것만 보고 빠져나갈 수 있으니 이 방법을 선택했다고 할 수 있는데요. 저는 이게 공급자 마인드라고 생각합니다.

디즈니플러스가 최근 내놓은 드라마 '그리드'를 생각해보세요. 장르물이니 소설처럼 몰입해 빠져들어야 하는데, 매주 하나씩 나오면 시청자 입장에서 흐름이 끊길 수밖에 없습니다. 이미 우리는 빈지와칭에 익숙해져 있기도 하고요.

Q. 최근 주목하는 콘텐트로는 어떤 게 있나요?

개인적으로는 tvN 드라마 '스물다섯 스물하나'에요. 시청률 높은 것뿐 아니라 '응답하라 시리즈'의 2022년 버전이라 불리는 화제성을 얻고 있죠. 또 등장하는 캐릭터들이 '그 시대의 MZ세대'라고 생각하고 보면 흥미로운 지점들이 보입니다.

산업의 변화 측면으로는 2가지를 주목하고 있어요. 먼저 '아티스트 자체가 콘텐트가 될 수 있다'는 측면에서 틱톡커 허영주 크리에이터가 있습니다. 허 작가는 블록체인 커뮤니티를 기반으로 세계 최초의 '크립토(Crypto) 아이돌'을 만들었어요. '엑시 시스터즈(Axi sisters)'라는 3인조 걸그룹이죠. 이들은 블록체인 커뮤니티의 언어와 문화를 춤과 노래로 구현하고 있습니다. 예를 들어 '와그미(WAGMI)'라는 곡은 크립토씬(Crypto Scene)의 유행어인 'We all Gonna Make It'의 줄임말이죠. '우리는 할 수 있다'는 구호가 반복적으로 등장해요.

허 크리에이터는 관련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했습니다. 자신이 600만명 팔로워를 가진 틱톡커여도 이들과는 광고로 연결될 수밖에 없는데, 크립토 커뮤니티 속에선 '찐팬'으로 연결될 수 있다고요. 이렇게 걸그룹에서 틱톡커, 블록체인 기반의 크립토 아이돌까지 확장한 크리에이터 1인의 행보를 보면, 전통 엔터테인먼트를 지나 파편화되는 디지털 콘텐트 산업이 한눈에 보이기도 합니다.



다른 하나는 넷플릭스가 내놓은 '소년심판'이에요.
이건 앞서 언급한 콘텐트와는 맥락이 조금 다릅니다. '소년심판'에는 '오징어 게임'이나 '지우학'에서 보이는 #좀비 #데스게임 같은 B급 정서가 없어요. 그래서 잘 되면 좋겠다는 응원의 마음이 컸습니다. 정통 드라마가 북미를 정복하는 걸 보고 싶었거든요. 물론 비영어권 1위라는 훌륭한 성과를 냈지만, 북미 시장 정복에 대해서는 아쉬움이 있는 것도 사실입니다. 이를 계기로 더 다양한 장르의 K콘텐트가 주목받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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넷플릭스 ‘소년심판’의 한 장면. 배우 김혜수가 주인공을 맡았다. ⓒ넷플릭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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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1년 사이 주목하는 콘텐트가 많이 바뀐 것 같습니다.

먼저 개인적으로 주목하는 큰 흐름인 '콘텐트 직거래' 세상이 열리고 있기 때문이에요. 디지털 크리에이터가 SNS 플랫폼을 벗어나 팬과 직접 거래하는 '크리에이터 이코노미' 생태계를 말하죠. 북미 시장에선 이미 온전한 산업으로 정착했어요.

더 멀리 본다면, '포스트 OTT' 담론으로 이어져요*. 블록체인 기술이 지금 미디어 플랫폼에 더 녹아들 수 있다면, 현재의 서비스 사업자 역할이 줄고 디바이스와 시청자가 직접 거래하는 시장도 이론상으로 가능하다고 봅니다.

*책 『2022 콘텐츠가 전부다』 속 챕터1 '오징어 게임, 그 후에 오는 것' 참조





나아가 NFT도 제작-민팅(콘텐트를 NFT로 만드는 과정)-발행-판매를 혼자서 한다는 관점에서는 또 다른 형태의 콘텐트 직거래죠.

또 콘텐츠가 서로 융합하고 확장하는 '콘텐트 컨버전스(Contents Convergence)'의 흐름도 강해지고 있어요. 이 측면에서 '지식 예능'이 다양해지는 것도 흥미로워요. 정보와 뉴스, 오락이 섞여가고 있잖아요. '지식 크리에이터'라는 단어도 일상 언어가 되고 있고요. 돌이켜 보면 '백종원의 골목식당'도 지식 예능의 일종이었다고 봐요. 음식 정보와 창업 하우투(how to) 정보가 엔터테이닝과 잘 융합된 콘텐트였죠.

바로 얼마 전이죠, 미국 언론사 CNN이 3월 29일, CNN+라는 유료 OTT (월 5.99달러)를 론칭했어요. 단순히 TV 뉴스를 모바일로 확장하는 걸 넘어 여행, 역사, 음악, 요리 등 다양한 오리지널 콘텐트를 제공할 계획입니다. 특히, 이젠 '뉴스 앵커'가 아니라 '뉴스 크리에이터'라고 불러야 한다는 그들의 언급이 '콘텐트 컨버전스 시대'에 필요한 덕목들과 잘 맞아 떨어진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Q. 국내에선 비(非)콘텐트 기업인 스타트업(쿠팡플레이·토스피드·배민다움 등)의 콘텐트 제작이 눈에 띕니다.

이 분위기는 세계 경제 흐름의 변화로 보고 있습니다. 제조(Manufacturing & Vendor) 기업들이 끌어가다가 네트워크로 넘어갔고, 이후 주도권은 IT 플랫폼 기업이 확보했죠. 지금은 콘텐트 사업자들로 무게 중심이 이동하고 있습니다.

그런 측면에서 '저 회사는 왜 콘텐트 기업이 아닌데 콘텐트를 만들지?'가 아니라 '고객과 소통하며 '고객의 시간'을 붙잡는 기업이 콘텐트를 만들고 있구나'가 옳다고 생각해요.

이와 관련 저는 삼성전자의 움직임도 주목하고 있어요. 삼성전자 스마트TV에 'TV Plus'라는 서비스가 있는데요. 광고를 보는 대신 무료로 TV 채널을 볼 수 있게 한 서비스입니다. 이 시장이 급속히 커지고 있어요.

최근에는 미국 메이저 지역 방송인 싱클레어(Sinclair) 그룹의 테니스 채널 T2를 12개월간 독점 계약하기도 했습니다. 이제 제조사가 콘텐트를 독점하는 세상이 왔고, 머잖아 삼성전자만의 오리지널 채널이 등장할지도 모릅니다(웃음).

Q. 지금까지 커리어를 어떻게 쌓았나요.

의도한 건 아니지만, 20여년간 저는 미디어 판에서 그 시점에 '최전성기를 보낸 기업'에 있었어요. 2000년대 초중반 CJ CGV는 매주 신규 극장을 오픈할 정도로 급성장했고요. CJ엔터테인먼트에서 일할 때는 한국영화의 르네상스였습니다.

KT는 IPTV 가입자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갈 때 합류해 그룹 미디어전략실에 있었고요. 이후 시장의 흐름이 모바일 플랫폼으로 이동할 즈음 SK텔레콤으로 이직해 OTT 사업 전략을 세웠어요.

모두 좋은 경험이었지만 기억에 남는 경험 중 하나는 매년 5월에 갔었던 프랑스 '칸' 출장이에요. 우리에게 익숙한 레드카펫이 펼쳐지는 아름다운 건물 '팔레 데 페스티벌' 지하에는 전 세계 수백 개 배급사가 모입니다. 영화를 팔기 위해서요. 영화 한 편을 팔고 사기 위해 많은 노동과 시간을 들였습니다.

당시 국제영화제 담당자였던 제 경험을 돌이켜보면 한마디로 격세지감을 느낍니다. 영화 한 편의 해외 유통을 위해 프랑스까지 날아가 계약하던 시절을 지나, 이젠 넷플릭스에 콘텐트가 올라가면 190개국에 실시간으로 콘텐트가 제공되는 세상이 온 겁니다.

사실 과거에도 훌륭한 K콘텐트는 많았습니다. '대장금' '별에서 온 그대' 등 셀 수 없이 많죠. 그런 측면에서 2021년 청룡영화제 때 배우 윤여정 님의 스피치는 분명히 시사하는 바가 있어요. "우리 K콘텐트는 이미 준비돼 있었고, 이제야 알려진 것뿐이다”라고 하셨죠.

결국 '잘 만드는 것보다 잘 알리는 것이 중요하다'는 겁니다. 그 중심에 실리콘밸리의 IT 유통망인 ‘OTT’가 있는 거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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칸 국제영화제 레드카펫 현장 모습. ⓒ노가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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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기사는 ‘성장의 경험을 나누는 콘텐트 구독 서비스’ 폴인(fol:in)의 “콘텐츠 비즈니스 설계자들 2022” 3화 중 일부입니다.

■ 더 자세한 인사이트를 듣고 싶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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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탄소년단(BTS)·오징어게임·솔로지옥·소년심판. 그리고 최근의 파친코까지. 2022년 우리는 ‘K콘텐트의 시대’에 살고 있습니다. 빠르게 변하는 콘텐트 판에서, 우리는 어떻게 그 흐름을 잡아야 할까요? 다양한 기업에서 콘텐트 전략가로 일하며 매년 콘텐트 트렌드북을 펴낸 노가영 작가의 분석을 14일 오후 8시에 열리는 폴인세미나 ‘K콘텐츠 시대, 우리는 무엇을 알아야 할까’에서 확인할 수 있습니다. 세미나는 온라인 라이브로 진행되며, 폴인 홈페이지에서 신청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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