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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2.20 (토)

    [시조가 있는 아침] (308) 명륜동 선비2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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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중앙일보

    유자효 시인


    명륜동 선비2길

    나태주(1945∼)

    뒤늦게 찾아가는 게으른 손님 위해

    서리 찬 가을하늘 감나무 잎 진 가지

    허공에 뜨거운 마음 까치밥이 하나 둘.

    - 새시대 시조(2007 겨울호)

    편안한 마음의 그림

    “자세히 보아야/예쁘다//오래 보아야/사랑스럽다//너도 그렇다”-풀꽃

    짧은 시 한 편으로 많은 독자의 마음을 사로잡은 나태주 시인이 18년 전에 발표한 시조 네 수 중 한 편이다. 소개한 시조 외에 ‘사위 최성우에게 난초를 보내며’ ‘나성에서 보내온 꽃을 받고’ ‘감을 받고’가 모두 일상의 일들을 잔잔하게 그리고 있다.

    길을 가다가 무심코 감나무 잎 진 가지에 남아 있는 한두 개 까치밥을 본다. 뒤늦게 찾아올 게으른 손님까지도 배려하는 나무의 마음이 뜨겁다. 인간 세상에도 이런 마음이 전해진다면, 이 겨울을 춥지 않게 넘길 수 있을 것이다.

    나태주 시조의 미덕은 우리 조상들이 그러했던 것처럼 마음의 그림을 편안하게 그려내고 있다는 점이다. 수중에 들어온 추란 한 분을 딸아이 편으로 사위에게 보내는 마음, 바다 건너 먼 나라에서 온 나비란을 받는 마음, 가을이면 어김없이 찾아오는 감 상자를 받는 고마움을 시조로 그렸다. 험한 말들이 오고 가는 무서운 세상에서 아름다워라, 시인의 착한 마음이여.

    유자효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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