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탄소년단. 사진｜스타투데이DB

그룹 방탄소년단(BTS)을 둘러싼 병역 이슈가 연일 뜨겁다. 역대급 글로벌 행보를 통해 국위선양 하고 있는 이들이 마땅히 병역특례 대상이 돼야 한다는 주장과, 그와 별개로 '병역은 의무'라는 주장이 첨예하게 대립하는 상황 속 신임 국방부 장관 후보자가 병역법 개정안 관련 "신중한 검토가 필요하다"는 입장을 내놓으면서 설왕설래가 이어지고 있다.

지난 20일 이종섭 국방부 장관 후보자는 국회 국방위원장인 민홍철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에 보낸 서면 답변 자료에서 '대체복무를 하는 예술·체육요원 범위에 BTS를 비롯한 대중문화예술인을 포함시켜야 한다는 국민적 요구에 대한 입장'에 대한 질문에 "병역의무 이행의 공정성, 병역자원 감소 등을 고려해야 한다"면서 "특히 병역특례가 축소되는 현 시점에서 특례 대상을 확대하는 것은 신중한 검토가 필요하다"고 답했다.

방탄소년단을 비롯해 큰 업적을 세운 대중문화예술인을 '예술요원'으로 편입해 대체복무를 허용하는 내용을 담은 병역법 개정안, 일명 'BTS 병역특례법'은 지난해 11월 국회 국방위원회 법안심사소위에 상정됐으나 여야 의원들의 찬반이 엇갈려 통과가 잠정 보류됐다.

하지만 안철수 대통령인수위원장이 대선 후보 시절 “BTS는 대체 복무의 자격이 충분하다”라고 말한 바 있어 개정안 통과 여부에 관심이 모아졌고, 특히 성일종 국민의힘 신임 정책위의장이 관련 논의를 4월 중 마무리하겠다고 밝혀 방탄소년단 병역특례 여부가 초미의 관심사로 떠올랐다.

성 의원은 지난 11일 YTN 라디오 '이슈앤 피플'과 전화 인터뷰 당시 "(방탄소년단이) 국가적인 위상, 국격을 높였음에도 불구하고 현재까지 병역 특례를 못 받고 있는 것은 법의 허점이라고 보여진다"면서 "문화적인 강국으로 대한민국을 세계인에 알리고 있는 대중 음악가들에게도 이런 병역의 혜택이 공평하게 돌아가야 되겠다고 해서 법안을 낸 것"이라고 설명했다.

성 의원은 또 "올림픽이나 아시안게임의 메달리스트, 이렇게 우리가 (병역 특례 대상자를) 정했다"면서 "문화예술에 대해서 그동안 국가가 인정하는 훈포장 등을 기준으로 저희가 한번 잡아볼까 (논의 중이다). 사실 의원들 간에는 이런 부분들이 많은 논의가 있었음을 말씀드린다"고 밝혔다.

이 인터뷰는 지난 9일(현지시간) 방탄소년단 소속사 하이브의 이진형 CCO가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진행된 'BTS 퍼미션 투 댄스 더 시티' 간담회에서 방탄소년단의 병역 문제 관련 발언 이후 나온 일종의 '회신' 격이라 관심을 모았다.

간담회에서 이 CCO는 방탄소년단의 관련 질문에 “아티스트 병역 관련 사안이 전 세계적 관심사가 되다 보니 사회적으로도 그렇고 국회에서도 어느 정도 (여론이) 정해진 것 같다"면서 "이번 국회에서 정리됐으면 좋겠다는 생각도 든다. 이번 국회 넘어가 하반기에 국회 재구성되면 기약 없는 논의가 계속될 텐데, 이런 불확실성이 어려움을 주는 건 사실이기 때문에 조속히 결론 나면 좋겠다"라고 말했다.

방탄소년단 소속사가 병역 문제와 관련해 입장을 낸 것은 처음이라 이후 이를 둘러싼 갑론을박이 뜨거웠다. 특히 멤버들이 "국방의 의무를 다하겠다"는 기조에는 변함이 없으나 관련 입장에 대한 발언을 회사에 위임한 상태인 만큼, 어떤 방향으로든 최대한 빠르게 결론이 나기를 바라는 속내가 회사를 통해 전해진 셈이었다.

하지만 신임 국방부 장관 후보자의 답변은 이미 수차례 나왔던 국방부 측의 원론적인 답변에서 나아간 부분이 없어 실제 방탄소년단의 병역특례 가능성을 어둡게 한다.

방탄소년단. 사진｜빅히트 뮤직

'BTS 병역특례법'에 대한 갑론을박은 법안 처리 시점이 가까워올수록 뜨겁게 달아오르고 있다. 다수 국민들이 방탄소년단이 총 17회의 빌보드 핫100 1위를 차지한 것을 비롯해 아메리칸 뮤직 어워드(AMAs) 대상, 한국 대중음악인 최초의 그래미 어워드 노미네이트 등 팝의 본고장 미국의 3대 대중음악 시상식에서 한국가수 최초의 성과를 써내려오면서 국위선양한 사실을 근거로, 문화예술인 병역특례가 존재하는 한 방탄소년단 역시 같은 혜택을 누려야 한다는 여론이 높다.

현행법상 예술요원이 될 수 있는 분야 자체가 클래식과 무용, 국악 등 순수예술로 한정돼 있는데 이를 두고 대중예술에 대한 차별이라는 해석도 상당하기 때문에 대중예술인도 순수예술인과 마찬가지로 예술요원이 될 수 있는 자격을 부여하는 'BTS 병역특례법'이라는 법적 근거가 필요하다는 주장이다.

실제로 한국갤럽이 지난 5~7일 만 18세 이상 1004명을 상대로 대중예술인의 병역특례와 관련해 실시한 조사에서 ‘특례에 포함해야 한다’는 응답이 59%, ‘포함해선 안 된다’는 응답이 33%로 나타났다. 또 리얼미터가 지난 14일 전국 만 18세 이상 500명을 상대로 BTS의 대체 복무 찬반 여부를 물은 결과 65.5%가 찬성, 30.2%가 반대한다는 입장을 내놨다.

현행 병역법상 대중예술인이 원천적으로 배제되면서 차별을 받고 있다는 점과, 방탄소년단이 그간 걸어온 행보가 특례 대상에 포함시켜도 충분하다는 의견이 모두 통계적으로 우세하게 나타난 것.

그럼에도 불구하고 헌법 제39조 1항('모든 국민은 법률이 정하는 바에 의하여 국방의 의무를 진다')이 존재하는 한, 굳이 법 개정까지 해가며 그들을 '면제시켜 줘야 하느냐'는 비판적인 여론도 상당하다. 방탄소년단이 해 온 국위선양에 대한 보상을 병역면제 아닌 훈·포장 등 다른 방법으로 해줄 수 있지 않느냐는 의견도 보인다.

기존 예술요원 선발 기준인 콩쿠르 대신, 세계에서 그 권위를 인정받는 음악 시상식을 대중예술인의 예술요원 선발 기준으로 둔다 하더라도 수상 기준이 글로벌 인기인지 혹은 음악성인지에 대한 평가와 판단 역시 모호하다. 단순히 방탄소년단의 면제 여부를 논의하는 게 아닌, 병역법 개정이라는 관점에서 볼 땐 더욱 그렇다. 지금은 개정안에 미온적인 국방부가 만약 개정안을 받아들이고, 대중예술인 병특 관련 구체적인 기준 설정에 대한 논의가 진행되더라도 성 의원이 언급했던 4월 중 마무리는 어려울 전망이다.

1992년 12월생인 방탄소년단 맏형 진은 원래대로라면 지난해 12월 입대해야 했다. 하지만 지난해 6월 대중문화예술 우수자에 대한 병역법이 개정되면서 입영연기를 신청했고, 이에 따라 올해 12월 31일까지 활동할 수 있게 됐다.

'BTS 병역특례법'이 통과되지 않을 시 멤버들은 각자 나이에 따라 순차적 입대가 불가피하고, 맏형 진과 1997년생인 막내 정국의 나이 차를 고려할 때 비슷한 시기 입대하지 않는 한 방탄소년단 7인 완전체 활동은 최장 5년간 만나보기 어려워진다.

[박세연 스타투데이 기자]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