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SG 랜더스와 롯데 자이언츠의 24일 인천 프로야구 경기는 선발투수들의 역투와 마운드 운용에 관한 벤치의 엇갈린 선택이 크게 작용했던 경기였다.

롯데의 선발투수 반즈는 선두 SSG 랜더스를 상대로 에이스다운 투구를 했다.

경기 3회, 4회 실점하고도 흔들리지 않고 8.1이닝을 소화(3자책) 했다. 그것이 에이스의 덕목이다. 경기가 어렵고, 접전의 박빙인 경기에도 긴 이닝을 책임져 팀이 역전의 발판을 마련할 수 있도록 하는 게 좋은 투수가 가져야 하는 마음가짐이기도 하다. 그런면에서 반즈는 '에이스답다'는 게 뭔지를 확실히 보여줬다.

롯데 에이스 찰리 반즈는 24일 8.1이닝 3실점 역투를 펼쳤다. 사진=김영구 기자

24일 반즈의 투구 가운데 가장 인상적이었던 장면은 직구와 체인지업의 팔스윙 스피드나 각도, 릴리스 포인트, 궤도나 디셉션 동작 등이 거의 같았던 것이었다. 그런 부분이 위력을 발휘해 SSG 타자들에게 큰 혼란을 줬고, 효과적으로 작용했던 것 같다. 또한 반즈는 좋은 제구력이 있기에 직구 스피드가 빠르지 않아도 계속해서 훌륭한 투구를 꾸준히 할 수 있다.

또 좌완투수가 왜 체인지업이 필요한지를 다시 한번 보여준 경기기도 했다. 반즈의 체인지업은 위닝샷이 될 수 있을 정도로 확고한 주 무기로 쓰일 것 같다. 조금 더 빠른 체인지업과 느린 체인지업의 속도 차이를 가진 두 가지 종류를 던져 더 위력적이었다. 그렇다고 슬라이더나 커브의 퀄리티가 떨어지는 것도 아니기에 반즈가 좋은 투구를 하고 있다.

특히 3연전 첫 경기에서 반즈가 긴 이닝을 소화하면서 팀에 큰 도움을 줬다. 그런 덕분에 롯데가 경기 후반까지 동점을 만들고 경기를 끌고 갈 수 있었다. 반면 롯데 벤치의 마운드 기용과 선택은 아쉽다. 에이스가 8.1이닝을 던졌고 동점인 상황 상대 주자가 있었기에 당연히 마무리 투수가 올라올 것으로 예상했다.

그 이닝을 막아야 연장으로 경기를 끌고 가서 공격 기회를 잡을 수 있었다. 개인적으로는 마무리가 먼저 상황을 진화하고 그다음 연장으로 이어진다면 셋업맨이나 필승조가 나오는 기용방식을 머릿속에 그려봤다. 그런데 롯데는 리드 때 평상시 하던 투수 운영을 가져갔다. 좋은 결과가 나오지 않아서 나오는 이야기겠지만 결국엔 이 선택이 패착이 됐고 매우 아쉽게 느껴진다.

만약 반즈가 7회나 8회까지만 던졌다면 구승민-김유영이 등판하는 게 당연했고, 아쉬운 면도 없었을 것이다. 하지만 9회 0.2이닝에서 팀의 불펜 최고 카드를 아꼈다는 건 롯데의 공격력을 고려했을 때도 여러모로 아쉽다. 그런 부분이 패인이었다. 롯데가 이겼다면 얻을 것이 많은 경기였고 심리적으로도 수월하게 원정 3연전을 치렀을 텐데 에이스를 내고 마무리를 쓰지 않고 졌기에 더 뼈아픈 패배였다.

SSG 오원석은 6.1이닝 1실점 역투로 승리의 발판을 놨다. 사진=김영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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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SG는 선발투수 오원석이 어찌보면 선발 미스 매치업에서, 훌륭한 투구를 보여줬다. 선발 투수만 봤을 때 많은 이가 롯데의 우세를 점쳤을 것이라 예상한다. 하지만 오원석이 직구와 슬라이더, 체인지업, 커브 등을 상당히 예리하게 활용하는 좋은 투구를 보여줬다.

지난해와 비교할 때 차이점이 있었다. 지난해 오원석은 상당히 크로스 되는 스트라이드 동작의 투구를 했는데 올해는 그런 부분이 많이 개선 돼 보였다. 그러다 보니 제구력도 좋아졌고 전체적으로 투구 위력도 더 있었다. 코칭스태프가 전체적인 스탠스를 잘 교정해주면서 안정적인 투구를 할 수 있게 된 것으로 보인다.

오원석은 지금도 제구가 완벽한 투수는 아니지만, 점차 개선하는 모습이 눈에 띈다. 좌완투수로서 좋은 변화구를 갖추고 있고 계속 성장 중인 투수라고 평가하고 싶다. 24일 오원석이 SSG가 롯데 에이스를 상대 해서 이길 수 있는 원동력이었다.

SSG의 구원투수 조요한은 지난 칼럼에서도 언급했듯이 결국 투수에게 구속보다 더 중요한 건 제구력이란 걸 보여줬다. 제대로 공을 던져 보지도 못하는 상황이 벌어졌는데, 그런 상황에서 투수교체를 한 SSG 벤치의 선택도 눈에 띄었다. 비록 동점은 됐지만, 이후에도 마무리 투수 서진용까지 조기에 투입한 SSG 벤치의 과감한 판단이 승리에 결정적으로 작용했다.

(전 한화 이글스 투수코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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