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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05 (화)

수원FC와 절대 같을 수 없는 벤투호...벤투가 이승우를 발탁하지 않은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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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풋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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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풋볼] 김대식 기자 = 파울루 벤투 감독이 이승우(수원FC)를 발탁하지 않은 선택을 과연 외면이라고 할 수 있을까.

대한축구협회는 EAFF-E1 챔피언십(동아시안컵)에 참가할 남자 국가대표팀 명단을 11일 발표했다. 손준호(산둥 타이산)의 복귀, 고영준(포항 스틸러스), 이상민, 강성진(이상 FC서울), 김주성(김천 상무), 이기혁(수원FC) 같은 새로운 얼굴도 포함된 26명이 벤투호에 이름을 올렸다.

팬들의 이목이 집중됐던 이승우의 대표팀 복귀는 무산됐다. 동아시안컵 명단 발표가 나오기 전 많은 이들의 의견은 이승우가 벤투 감독의 부름을 받을 수 있다는 쪽이었다. K리그 입성 후 빠르게 경기력을 끌어올린 이승우는 어느덧 리그 9골 2도움으로 자신의 가치를 완벽히 증명해내고 있다. 현재 이승우가 어떤 K리그 공격수와 비교해도 크게 밀리지 않을 정도로 활약상이 뛰어나기에 충분히 일리가 있는 주장이었다.

하지만 벤투 감독의 눈에 이승우는 부족함이 보였던 모양이다. 벤투 감독이 왜 이승우를 발탁하지 않았는지는 알 수 없지만 결국 이승우의 발목을 잡은 건 수비력과 체력으로 추측된다.

이승우 대신 발탁된 공격진의 면면을 보면 더욱 이해가 쉽다. 송민규(전북 현대), 엄원상(울산현대), 나상호(FC서울) 같은 선수들은 모두 수비 국면에서도 평균 이상의 수비력을 가지고 있는 선수들이다. 전방 압박을 필수적으로 요구하는 벤투 감독의 스타일에 맞출 수 있는 체력도 가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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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명 이승우가 프로 데뷔 후 가장 좋은 경기력을 보여주고 있지만 약점으로 지적받던 수비력과 체력은 완벽히 보완해내지 못했다. 지금까지 이승우의 단점이 크게 부각되지 않았던 건 수원FC의 배려 덕분이었다.

김도균 수원FC 감독은 체력적으로 100% 올라오지 않은 이승우를 매번 전반 20분 전후로 투입해서 관리해준다. 또한 이승우의 장점을 극대화할 수 있는 전술을 사용하고 있다. 수비할 때 이승우에게 수비적인 부담감을 덜어주고자 주로 측면이 아닌 최전방에 배치시킨다. 잘못된 시선을 실력으로 증명해내겠다는 선수의 노력도 있었지만 팀 차원의 헌신이 더해지면서 이승우가 다시 날아오를 수 있었다.

벤투호에서도 이승우를 위한 환경을 마련해줄 수 있다면 이승우가 더 날아오르겠지만 벤투호와 수원FC는 분명히 다르다. 팀이 가지고 있는 색채부터가 다르며 벤투호는 누구를 위한 전술적인 세팅을 거의 하지 않는 팀이다. 벤투 감독의 철학 아래에서 선수 한 명, 한 명이 부여받은 역할을 수행하는 시스템이다.

벤투호에서 이승우를 위한 전술을 세팅하는 건 현실적으로는 불가능에 가깝다. 이승우가 최근 경기력이 아무리 좋다고 한들, 벤투 감독 지휘봉을 잡은 뒤 이승우가 소속팀에서 좋은 경기력을 보여준 건 4개월 남짓이다. 그런 선수를 위해 맞춤 전술을 세팅한다는 건 지금까지 보여준 벤투호의 방향성과도 어긋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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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 벤투호도 가끔은 예외적으로 한 명의 선수를 위한 전술적 변화가 나올 때가 있는데, 그 대상은 오직 손흥민(토트넘)뿐이었다. 손흥민을 위한 전술 변화를 가져가는 벤투 감독의 선택을 비판할 수는 없다.

이는 감독과 선수단의 오랫동안 쌓아온 신뢰관계에서 나온 변화이기 때문이다. 손흥민은 벤투호 핵심 선수로서 충분히 동료들의 희생을 득점력으로 치환해줄 수 있는 능력을 이미 여러 차례 증명해냈다. 프리미어리그(EPL) 득점왕이라는 타이틀로도 설명이 가능하다.

간단히 말해서 이승우가 벤투호에서 주인공이 되기란 쉽지 않다는 이야기다. 그래도 아쉬운 점은 있다. 이승우가 교체 카드로서 가진 효용성은 충분히 있기 때문이다. 경기장 분위기를 바꾸고, 팀이 득점이 필요한 순간에 무언가를 해줄 수 있는 선수로 이승우만큼 좋은 경기력을 보여주는 선수는 없다고 해도 무방할 정도다.

김도균 감독도 "90분을 놓고 보면 무리일 수 있겠지만 30~40분 정도 시간이 주어지고, 대표팀이 공격에서 무언가를 만들어내야 하는 상황이라면 그 무언가를 할 수 있는 선수다. 그런 방안에서는 대표팀에서도 활용가치가 충분하다"며 이승우가 충분히 대표팀에서도 자신의 역할을 찾을 수 있다고 말한 바 있다.

이승우가 가진 독특한 스타성과 스타일로 인해 많은 팬들이 그의 벤투호 합류를 바랐다. 가장 벤투호 승선을 원했던 건 이승우 본인이었다. 2번 연속 월드컵 승선을 꿈꿨던 이승우지만 동아시안컵 발탁까지 불발된 이상, 앞으로도 벤투 감독의 선택을 받을 일은 없을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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