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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05 (화)

이번엔 도요타 참사…日전방 압박에 벤투호 수비 ‘와르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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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 종료 휘슬이 울린 직후 권경원(가운데)을 비롯한 한국 선수들이 허탈해하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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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요코하마 참사에 이어 한일전 역사에 또 하나의 치욕적인 패배가 아로새겨졌다. 이른바 도요타 참사다.

파울루 벤투(포르투갈) 감독이 이끄는 축구대표팀은 27일 일본 아이치현 도요타의 도요타 스타디움에서 열린 동아시아축구연맹(EAFF) E-1챔피언십 최종전에서 일본에 0-3으로 무너졌다. 앞서 중국과 홍콩에 각각 3-0으로 승리하며 2승을 거둔 한국은 종합전적 2승1패로 일본(2승1무)에 이어 준우승에 그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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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마치노 슈토가 슈팅한 볼이 한국 골망을 흔들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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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걸 다 잃은 한판이었다. 한국은 이 대회에서 2015년 이후 3연속 우승하며 대회 4연패에 도전했지만, 일본전 패배와 함께 2위로 내려앉았다. 지난해 3월 일본 요코하마에서 열린 A매치 평가전 0-3 완패의 그림자를 씻어내고자 했지만, 또 한 번의 0-3 패배를 추가하며 굴욕을 맛 봤다.

카타르월드컵 본선을 앞두고 자신감을 잃은 것 또한 뼈아픈 손실이다. 벤투호는 공격진의 경우 손흥민(토트넘), 황의조(보르도), 황희찬(울버햄프턴) 등 해외파 선수들이 주축을 이루지만, 수비형 미드필더 이하 수비진은 대부분 국내파 멤버 위주로 구성돼 있다. 일본을 상대로 3실점 완패를 기록한 건 심리적으로 심각한 타격이 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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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의 두 번째 골을 터뜨린 사사키 쇼(19번)가 득점 직후 환호하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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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월 A매치 평가전 내내 나타난 ‘전방 압박 대처 능력 부족’이 이달 동아시안컵까지 이어진 모양새다. 벤투 감독 부임 이후 한국은 후방 빌드업 위주의 전술을 고집하며 볼 점유율을 높이는데 몰두해왔는데, 상대가 전방으로 강하게 압박할 때 볼을 제대로 소유하지 못한 채 흔들리는 약점을 드러냈다. 월드컵 본선에서 만날 상대국들에게 ‘한국 축구 공략법’을 적나라하게 노출한 셈이다.

벤투 감독의 전술적 역량 관련 의문도 다시금 제기될 모양새다. 벤투호는 경기 중 득점 또는 실점으로 흐름이 바뀌어도 미리 정한 포메이션을 가급적 바꾸지 않는다. 선수 교체는 주어진 포메이션 안에서 타이어 갈아 끼우듯 같은 역할의 선수로 대체한다. 일본전에서는 후반 들어 스코어가 0-2로 벌어지자 수비수 박지수(김천)를 빼고 공격수 조영욱(서울)을 투입하는 승부수를 띄웠지만, 이후에도 경기 흐름은 바뀌지 않았다.

반면 일본 축구는 매서웠다. 톱니바퀴처럼 맞물리는 패스축구와 강력한 전방 압박으로 벤투호를 무력화시켰다. 후반 4분과 후반 18분, 후반 27분에 잇달아 득점포를 터뜨리며 스코어를 세 골 차로 벌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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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선수들이 후반 4분 선제 결승골을 터뜨린 뒤 한데 어우러져 환호하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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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축구는 근래 들어 일본에 각 연령대 대표팀이 줄줄이 완패를 당하며 굴욕을 경험하고 있다. A대표팀이 두 번 연속 한일전 0-3 패배를 당한 데이어 지난달에는 황선홍 감독이 이끄는 23세 이하 대표팀과 변성환 감독이 이끄는 16세 이하 대표팀이 줄줄이 일본에 0-3으로 졌다.

‘가위바위보도 지지 말라’는 한일전에서 무려 4차례 연속 0-3 패배를 허용한 셈인데, 대한축구협회 차원의 총체적인 개혁 노력이 필요한 부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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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대팀 전방 압박 대처에 문제점을 드러낸 벤투호는 월드컵 본선을 앞두고 해결책 마련이 시급하다. [사진 대한축구협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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벤투 감독 또한 뼈를 깎는 자기반성이 필요하다. 카타르월드컵 본선 출전권을 따낸 것으로 소임을 다한 걸로 착각해선 곤란하다. 본선 무대에서 경쟁력 있는 팀을 만들기 위해 외국인 지도자에게 지휘봉을 맡긴 것인데, 벤투호는 본선 무대를 4개월 앞둔 지금까지도 상대 전방 압박을 극복할 해결책을 찾지 못했다.

일찌감치 포메이션이나 선수기용을 통한 플랜B 또는 C를 마련해두지도 않아 대대적인 변화를 주기도 애매하다. 손흥민(토트넘), 황인범(서울), 김민재(나폴리) 등 각 포지션별로 특정 선수에 의존하는 경향이 심한 것도 문제다. 본선 무대에서 손흥민이나 김민재가 부상 또는 컨디션 난조에 시달릴 경우 공백을 누구로 어떻게 메울 수 있을까. 벤투 감독이 얼마 남지 않은 기간 동안 반드시 답을 내놓아야 할 질문이다.

송지훈 기자 song.jiho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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