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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구계와 도핑방지위의 ‘약물 주사 공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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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증 완화 위해 쓰이는 GC 주사

국제 기준 따라 국내서도 금지하자 야구계 반발

결국 ‘부상자 명단 등재 시’ 조건부 허용하기로

한국프로야구선수협회(선수협)는 지난 3월 말 “프로야구 선수들의 치료 권리를 보장해달라”고 한국도핑방지위원회(KADA)에 요청하는 성명서를 냈다. KADA가 올해부터 경기 기간 중 글루코코르티코이드(GC) 국소 주사를 금지했기 때문이다. 선수들이 도핑방지기구에 직접 항의하고 나선 것은 이례적인 일이다.

GC는 선수뿐 아니라 일반인들의 염증 치료에도 널리 쓰이는 스테로이드 약물이다. KADA가 경기 기간 중 GC 주사를 금지시킨 것은 세계도핑방지기구(WADA)의 결정에 따른 것이었다. WADA가 작년 9월 이러한 내용을 담은 규정 개정을 예고했고, KADA도 이를 따른 것이다.

그러나 이 정책은 국내 프로스포츠계의 반발을 샀다. 통증을 완화시킬 뿐 경기력 향상과 관련 없는 약물치료까지 막는 것은 너무한 처사라는 것이다. 특히 정규시즌이 6개월 넘게 계속되며 매일같이 경기를 치러야 하는 프로야구에서 불만의 목소리가 컸다.

KADA 측은 “GC 주사를 남용하지 말고 치료 및 충분한 휴식을 통해 부상 부위를 완전히 회복해야 한다”며 “GC는 장기적으로 반복 사용하면 건강에 부정적 영향을 미친다”고 주장했다. 그러자 선수와 팀 닥터 등 구단 관계자들은 “GC 주사를 통해 경기에 일찍 복귀할 수 있고, 시즌이 매우 긴 야구 종목 특성상 경기 기간 내내 GC 주사를 금지하는 것은 치료받을 권리를 침해하는 것”이라고 맞섰다.

각국 프로야구마다 도핑 관련 규정이 다르게 적용되고 있는 것도 논란에 영향을 미쳤다. 미국 프로야구(MLB)는 WADA가 정한 금지목록을 그대로 따르지 않고 자체 규정을 적용한다. 일본 프로야구(NPB)는 WADA 금지목록을 따르되 일부 예외 조항을 둔 것으로 알려졌다.

SSG 최정은 지난 7월 “오른손 엄지가 너무 아프다. 주사 치료가 허용되지 않아 힘들다”고 했다. 앞서 LG 홍창기도 주사 치료를 받지 못해 개막전 출장이 무산된 것으로 알려졌다. 선수협은 성명을 통해 “국민들이 통증과 염증 시 받는 일상적인 치료가 단지 프로 선수라는 이유로 금지된다는 것은 의료 혜택을 차별 없이 받을 수 있는 권리가 침해되는 것”이라고 밝혔다.

조선일보

올 시즌부터 주사 치료가 금지된 것에 대해 불만을 토로했던 SSG 내야수 최정.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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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KADA는 GC 주사를 일부 허용하기로 시즌 도중 결정 내렸다. 규정에 있는 ‘경기 기간’에 예외를 추가한 방식이다. 원래 경기 기간의 예외조항은 ‘구단이 포스트시즌에 참가하지 않는 기간’이 유일했다. 포스트시즌에서 탈락한 팀 선수는 포스트시즌 때 경기 기간이 끝난 것으로 간주하기 위한 조항이었다.

KADA는 여기에 ‘부상자 명단에 등록된 기간’ ‘심각한 부상으로 시즌 아웃 공시된 기간’ ‘공식적으로 리그가 중단된 기간’ ‘올스타 기간’ 등을 새로 추가했다. 즉 부상자 명단에 등록돼 있거나 올스타 브레이크일 때는 ‘경기 기간’으로 간주하지 않으므로 GC 주사 치료를 받을 수 있게 된 것이다.

KADA는 지난달 27일부터 이러한 개정안을 시행하고 있다. 다만 문제의 소지는 아직 남아있다. WADA에 따르면 GC는 종류에 따라 배출 기간이 다른데, 최소 3일에서 최대 60일이 걸리기도 한다. 즉 부상자 명단에 있을 때 주사를 맞은 뒤 완전히 배출되지 않았을 때 경기에 복귀하면 도핑 테스트에서 적발될 위험이 있다.

KADA 관계자는 “예를 들면 부상자 명단을 하루 남기고 GC 국소주사를 맞은 뒤 다음 날에 경기에 출전했다가 도핑 검사 대상자로 선정되면 적발될 수 있다”고 했다. 이러한 경우 ‘사후 치료목적 사용면책’을 신청해 책임을 면할 수 있지만, 승인을 받아야 한다는 조건이 따라붙는다.

그렇지만 KADA 측은 “선수와 의료진이 배출 기간을 고려해 약물을 사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야구 종목 특성을 고려해 시즌 중에도 GC 주사를 사용할 수 있도록 일부 허용했지만, 큰 부상이면 주사가 아닌 재활 치료 등을 통해 완전히 회복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방침도 여전하다.

또 다른 문제는 국제대회다. KBO(한국야구위원회) 리그 선수들은 MLB 선수들과 다르게 올림픽, 아시안게임 등 국제대회에 출전한다. 이 경우에는 WADA가 정한 세계도핑방지규약이 적용된다. GC 약물이 검출되면 문제가 되는 것이다.

KADA는 이에 대해 “선수와 지도자를 위한 도핑방지 가이드를 이달 말 배포할 예정이며, 각 단체와 협의해 방지 교육을 실시해 사전에 예방하겠다”는 방침이다.

[김상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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