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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7 (토)

'폭풍 질주→끝내기' 4초의 시간...장성우, '오만 가지' 생각을 했다 [SS 스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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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서울

KT 장성우가 16일 수원KT위즈파크에서 열린 2022 KBO리그 키움전 승리 후 인터뷰에 응했다. 수원 | 김동영기자 raining99@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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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서울 | 수원=김동영기자] KT 장성우(32)가 발로 팀을 구했다. 사실 스피드와 인연은 없는 선수다. 그러나 정말 필요한 순간 ‘폭풍 질주’를 선보이며 팀의 끝내기 승리를 완성했다. 리터치부터 득점까지 대략 4초 정도 걸렸다. 이 짧은 시간에 ‘오만 가지’ 생각을 했다.

장성우는 16일 수원KT위즈파크에서 열린 2022 KBO리그 정규시즌 키움전에 8회초 교체로 출전해 1볼넷 1득점을 기록했다. 빼어난 기록은 아니지만, 천금 그 자체다. 장성우 덕분에 KT가 4연승을 달릴 수 있었다.

7회말 김준태가 안타로 나간 후 권동진이 대주자로 들어갔다. 포수 카드 1장 소멸. 이에 8회초 장성우가 마스크를 썼다. 이후 9회말 선두타자로 타석에 섰고, 양현과 풀카운트 승부를 벌인 끝에 볼넷으로 나갔다. 심우준의 희생번트로 2루에 갔고, 조용호의 우전 안타 때 3루까지 도달했다. 1사 1,3루 찬스. 배정대가 타석에 섰다.

배정대는 양현의 2구를 받아쳤고, 좌측 비교적 짧은 뜬공을 쳤다. 좌익수 김준완이 무난하게 잡아냈다. 이때 뒤에서 달려오면서 잡은 것이 아니라 뒤에서 천천히 내려오면서 잡아냈다. 주자가 장성우였고, 타구도 짧았기에 홈으로 달리지 않을 것이라는 계산을 한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장성우는 지체 없이 스타트를 끊었다. 김준완이 급하게 송구했으나 홈 다이렉트가 아니라 내야를 거쳐서 왔다. 그 한 타임에 장성우가 살았다. 장성우는 헤드 퍼스트 슬라이딩으로 몸을 날려 들어왔고, 그대로 세이프 됐다. 송구도 위쪽으로 향하면서 포수 이지영이 잡은 후 태그까지 오는데 살짝 시간이 필요했다.

결승타의 주인공이 된 배정대는 끝내기 상황에 대해 “조금 짧은 뜬공이라는 생각을 하기는 했다. (장)성우 형의 폭풍 질주가 없었다면 득점도 없었다. 충분히 빨랐다. 세이프가 됐으면 빠른 것 아닌가. 형의 주루가 없었으면 승리도 없다”며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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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T 장성우가 16일 수원KT위즈파크에서 열린 2022 KBO리그 키움전에서 9회말 배정대의 좌익수 희생플라이 때 홈에 헤드 퍼스트 슬라이딩으로 들어와 득점에 성공하고 있다. 이 득점으로 KT가 5-4 끝내기 승리를 거뒀다. 수원 | 강영조기자kanjo@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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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 후 만난 장성우는 “아마 미리 생각을 하고 있었다면 오히려 망설였을 것 같다. ‘어떤 타구가 왔을 때 홈으로 들어가야겠다’는 생각을 안 했다. 그냥 순간적으로 타구를 보고 ‘어? 가야겠다’ 하고 뛰었다. 내가 하고도 놀랐다. 뒤에 알포드니까, 내야 땅볼이 나와도 뛰는 척만 하고 베이스에 붙어 있을 생각이었다. 그냥 객사만 하지 말자는 마음이었다. 기분 좋다”며 웃었다.

이어 “경기가 끝난 후 리플레이를 봤는데 던질 생각이 없었던 것도 같다. 내가 느리니까 안 뛸 것이라 생각했나보다. 그냥 엎어졌는데 득점이 됐다. 헤드 퍼스트 슬라이딩을 정말 오랜만에 했다. 언제 마지막으로 했는지 기억도 나지 않는다”며 다시 미소를 보였다.

김준완의 포구 순간부터 장성우의 득점까지 4초 조금 안 걸렸다. 짧은 시간이었지만, 장성우는 여러 생각을 했다. 애초에 들어올 뜻이 없었던 것과 별개로 달린 후에는 살기 위해 온갖 노력을 기울였다. 헤드 퍼스트 슬라이딩이 그 결과물이다.

장성우는 “포수 입장에서 주자가 헤드 퍼스트로 들어오면 태그가 쉽지 않다. 요즘 슬라이딩을 잘하는 선수들이 많다. 팔을 뻗었다가 다시 빼기도 한다. 다리로 들어오면 태그할 곳이 차라리 더 많다. 헤드 퍼스트 쪽이 더 어렵다”고 짚었다.

아울러 “(이)지영이 형이 위쪽에서 잡는 것 같더라. 그래서 태그를 당하지 않으려고 머리부터 들어갔다. 이것 또한 애초에 아무 생각도 안 하고 있었기에 순간적으로 나온 것 같다. ‘이렇게 해야지’ 하는 생각을 미리 했다면 안 됐을 것이다. 그냥 반사적으로 나갔다”고 덧붙였다.

짧은 플라이에 ‘스타트를 끊겠다’는 순간적인 판단에 달리면서 ‘상대가 태그하기 어렵도록 머리부터 낮게 들어간다’는 결정까지. 이 모든 과정이 4초 이내에 이뤄졌다. 장성우의 발이 느린 것은 맞다. 주루는 신속하고 과감한 판단이 더 중요할 때가 많다. 딱 장성우가 보여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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