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남아공월드컵 당시 서울광장을 가득 메운 붉은악마.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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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으로부터 20년 전 열린 2002한일월드컵에서 전 세계 축구팬들은 두 번 놀랐다. 먼저 감탄한 대상은 바로 한국축구였다. 변방의 약체로만 여겨졌던 한국축구는 조별리그에서 폴란드와 포르투갈 등 유렵 강호들을 차례로 꺾으며 사상 처음으로 16강 진출이라는 성과를 냈다. 이어 토너먼트에서 쟁쟁한 우승후보 이탈리아와 스페인을 연파하면서 신드롬을 일으켰다.
기적 같은 4강 신화의 열기는 그라운드를 넘어 전국적으로 퍼져나갔다. 경기가 열리는 날에는 전국 곳곳이 들썩였고, 길거리에는 붉은색 티셔츠를 입은 남녀노소 축구팬들로 인산인해를 이뤘다. 또, ‘대~한민국!’이라는 함성은 밤낮을 가리지 않고 울려 퍼졌다. 이른바 ‘월드컵 거리응원’의 시작이었다.
이후 한국축구의 상징으로 자리 잡은 붉은 물결의 단체응원이 2022카타르월드컵과도 함께한다. 당초 이태원 참사 여파로 행사 여부가 불투명했지만, 축구국가대표팀 응원단인 ‘붉은악마’가 18일 성명을 통해 “내부적으로 고민이 많았지만, 광화문광장 사용허가 신청서를 17일 서울시청으로 제출했다. 한국축구가 다시 전진할 수 있도록 붉은악마가 끝까지 함께하겠다”며 월드컵 거리응원 추진을 공식화했다.
앞서 대한축구협회는 이태원 참사를 추모를 위해 이번 대회에선 월드컵 거리응원을 진행하지 않기로 했다. 이어 4일에는 광화문광장 사용허가 신청 취소 공문을 접수하면서 행사가 사실상 불발되는 듯했다.
그러나 대회 개막이 다가오면서 기류가 바뀌기 시작했다. 붉은악마 주도로 응원과 추모의 의미를 함께 담은 월드컵 거리응원이 논의됐다. 이어 붉은악마가 대한축구협회와 논의해 기존대로 광화문광장에서 축구팬들의 단체응원을 추진하기로 했다.
2006독일월드컵 당시 광화문광장에서 응원을 펼치고 있는 축구팬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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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붉은악마는 “처음에는 거리응원이 적절치 않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이후 수차례 회의를 통해 우리만의 방식으로 진정한 위로와 추모를 하는 것이 더 옳은 길이라고 생각을 바꾸게 됐다”면서 “우리의 상징과도 같은 광화문광장에서 어제의 슬픔을 오늘의 함성과 환희로 치유하는 순간을 만들고자 한다. 붉은악마가 끝까지 함께하겠다”고 밝혔다.
한국은 24일 오후 10시 우루과이와 H조 1차전을 치른다. 서울시청이 빨리 광화문광장 사용을 허가한다고 하더라도 남은 시간이 많지 않아 월드컵 거리응원을 준비하기에는 어렵다는 의견도 있다. 그러나 지난 20년간 쌓아온 노하우가 있는 만큼 진행에는 문제가 없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관건은 이태원 참사 이후 벌어지는 첫 번째 대규모 행사라는 점이다. 인파 관리 시험대라는 평가가 뒤따르는 가운데 붉은악마는 “관련 기관의 도움 아래 충분히 통행로를 확보하고, 이동 방향을 지정하는 등 안전하고 성공적인 거리응원이 되도록 조금의 방심 없이 준비하겠다”면서 안전한 행사 진행을 다짐했다.
고봉준 기자 ko.bongj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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