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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5 (목)

[인터뷰] 임지연 "김은숙 작가, 저에게 '악마의 심장' 있다고 하던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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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지연. 사진=넷플릭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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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세계 시청자들의 분노를 한 몸에 받고 있다. 지금 가장 뜨거운 연진이, 배우 임지연(32)이다.

넷플릭스 글로벌 1위에 빛나는 시리즈 '더 글로리' 열풍 한가운데 임지연이 있다. 올해 초 가장 사랑받은 밈 '연진아~'의 주인공이다. 이제는 임지연이라는 이름을 잃어버리고, 연진이로 더 자주 불리며 빌런의 대명사가 됐다.

2014년 영화 '인간중독'에서 청순한 미모와 함께 파격 노출로 단숨에 존재를 각인시킨 임지연은 영화 '간신', '럭키', '타짜: 원 아이드 잭', '유체이탈자', 드라마 '상류사회', '불어라 미풍아' 등에 출연하며 활발히 활동해왔다. 그러나 데뷔 초에는 연기력 논란이 그를 따라다녔다.

그랬던 임지연이 점차 진가를 드러내기 시작하던, '더 글로리'를 통해 자신의 '베스트'를 선보였다. 데뷔 초반 작품으로 그를 기억하던 시청자에겐 깜짝 놀랄 성장을 보여줬다. 첫 악역 연기였음에도, 전 세계 시청자의 마음을 움직이는 데 성공했다. '더 글로리'의 박진감 넘치는 서사보다 더욱 스펙터클한 반전을 담아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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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기가 실감나나.

많이 실감하고 있다. 작품이 잘 될 거란 생각은 처음부터 있었다. 엄청나게 화제가 되고, 사랑을 받을 수 있을 거란 확신은 있었지만, 이렇게 하나하나 다 사랑받고 많은 관심을 받을 거라곤 생각하지 못했다. 많이들 '연진아'라고 불러주셔서 너무 감사하다. 행복하다."

-글로벌 1위에 올랐다.

"글로벌뿐 아니라, 국내에서도 이렇게 사랑을 받아본 적이 처음이다.(웃음) 너무 감사하게 생각한다. 신기하다. 해외 팬분들이 SNS에 늘어나는 걸 보면 놀랍고 감사하다. 우리나라 콘텐트를 사랑해주신다는 것이 자랑스럽기도 하다. 앞으로도 글로벌로 나갈 수 있는 국내 작품이 많이 생겨날 것 같아서, 배우로서 굉장히 자랑스럽다. 다른 작품으로 해외 팬분들을 만나보고 싶다."

-원랜 청순한 이미지의 배우다.

"(김은숙) 작가님이 '넌 진짜 착하게 생겼는데, 천사 같은 얼굴에 악마의 뭔가가 있을 것 같다'고 이야기해줬다. 나의 악마의 심장을 봤을까. 하하. 글쎄 어떤 악마의 심장을 봤을까. 웃으면서 작가님에게 '다 할 수 있다'고 했는데, 거기서 봤나 보다. 연진에게 어떤 미화도 서사도 부여하지 않겠다고 해서 무조건 그 말에 동의했다. 연진은 결코 용서받지 못할 악역이 되고 싶었다. '끝까지 세상 사람들이 나를 미워했으면 좋겠다'는 말을 했다. 작가님, 감독님도 같은 생각이었다."

-박연진 캐릭터는 어떻게 준비했나.

"처음엔 다양한 방법으로 접근했다. '아무 감정 없는 사이코패스의 느낌으로 해볼까' 했다. '감정을 빼고 모노톤으로 연기해볼까'라는 접근도 해봤다. 아니면 완전 감정적인, 그런 식으로 접근해보기도 했다. 다양한 방법으로 최대한 아이디어를 많이 내려고 노력했다. 결국엔 진짜 나만 할 수 있는 연진을 만들어보고자 했다. 레퍼런스나 유명한 빌런을 참고하지 않고, 아예 보지 않았다. 그냥 내 목소리, 내가 가진 표정, 걸음걸이나 몸짓을 아예 다 '내것화' 시키고자 했다. 처음에는 힘들었는데 후반에는 자연스럽게 연기할 수 있었다. 너무 중요한 역할이고, 연진이가 제대로 해야 동은이에 대한 공감이 생길 수 있다고 생각했다. 동은이 복수의 이유이기 때문에, 캐릭터를 잡는데 시간을 많이 할애했다."

-실제 학창시절이 의심받기도 했다.

"'너 진짜 일진이었지' 이런 반응이 있었다.(웃음) 중고등학교 친구들에게 연락을 많이 받았다. 학창시절엔 순수하고 평범했다. 사실 큰 기억이 없었다. 학창시절엔, 어렸을 때부터 배우를 꿈꿨고, 연기하는 친구들이 주변에 많았다. 학창시절은 굉장히 순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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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욕설 연기를 정말 잘하더라.

"사실 욕이 그렇게 찰지게 잘 나올 거라고 생각하지 못했다. 캐릭터가 하나같이 욕도 많고, 자극적인 말들이 많았기 때문에, 연진이의 욕이 그렇게 많았는지 몰랐다. 감독님이 찰지게 잘 살려주셨다. 이왕 하는 거 맛깔나게 표현하는 게 좋을 것 같았다. 연진에게 욕이 빠질 수 없는 부분이기도 했다. 속 시원했다."

-연기하며 캐릭터에 빠져 살면 힘들었을 텐데.

"온종일 촬영하며 종일 그 성질머리로 지낸다.(웃음) 기상 캐스터 신이 몰린 날은 좀 온화해진다. 2부 감옥 신 같은 걸 찍고 집에 오면 세상이 다 짜증 나는 느낌이다. 미간 주름이 이미 많이 생겨있다. '왜 이렇게 다 짜증 나고, 성질이 안 좋아졌지'라는 생각을 했다. 워낙 예민한 부분이 많고, 소리도 많이 질러서 예민해졌다. 현장에서 스태프들한테 '저 다음에는 진짜 착한 거 할 거예요'라는 말을 많이 했다."

-첫 악역이었는데.

"재밌었다. 연진이 아니었어도, 동은이었어도 혜정이었어도 사라였어도 이 작품을 했을 것 같다. 정말 재미있었다. 보통 작품 선택 과정에서 대본을 받고 그런 감동을 하기 쉽지 않은데, 정말 잘 짜인 재밌는 소설을 보는 느낌이었다. 어떤 캐릭터였더라도 참여를 했을 것 같다. 무엇보다 연진이란 역할이 너무 매력적으로 다가왔고, 항상 악역을 제대로 도전해보고 싶다고 해왔는데, 기회가 없었다. 너무 큰 기회를 젊은 나이에 만나서 '이건 무조건 내 거다'라는 생각을 하게 됐다."

-어린 연진을 연기한 신예은과 싱크로율이 높아 화제다.

"처음 나왔을 때 아역 배우들의 연기를 봤는데, 너무 훌륭해서 놀랐다. 내가 봐도 비슷하더라. 싱크로율이 잘 맞았다. 엄청난 칭찬을 받고 있기 때문에 감사하게 생각한다. 싱크로율에 대한 생각과 부담이 있었는데, 첫 대본 리딩에서 신예은과 내가 톤이 비슷하더라. 그 전엔 '신예은이 하는 톤을 조금 연결해서 활용해 봐야겠다'고 생각했는데, 너무 저와 비슷해서 '그냥 해도 되겠는데'라는 생각이 들었다. 신예은도 '그냥 하면 될 것 같은데요'라고 이야기해줬다. 케미가 좋았다."

-여러 대사도 화제를 모았는데.

"연진의 대사들은 그 포인트를 생각했던 것들이다. '알아들었으면 끄덕여' 이런 거. 수미에게 하는 대사들이나, '~거지' 라임이 있다. 그런 것들은 다 생각해서 한 거다. 담배 피우면서 혼자 욕하며 차 앞에서 연기하는 신은 이 정도로 화제 될 거라 생각하지 못했다. 의외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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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흡연 연기가 힘들지 않았나.

"연진이가 담배피는 장면에서 '흡연하는 분들에겐 흡연 생각이 나게끔 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연진이가 담배 피우는 거 보고 스태프들이 '담배 피우고 싶다'고 이야기할 정도였다. 이왕 하는 거 맛있게 피고 싶었다. 디테일하게 연기했다. 연진스럽게담배를 피우는 동작들, 화가 났을 때 담배를 피우는 것과 혼자 통화하면서 우아하게 피는 것, 남편 앞에서 피는 것들도 있고, 그런 차이를 디테일하게 생각했다."

-학교 폭력 소재의 작품인데, 학폭에 관해 스스로 던진 질문이 있나.

"조금 조심스럽기도 하다. '더 글로리'를 보면서 그런 사회적 문제를 생각해보게 됐다. 절대 있어서는 안 될 일이다. 일어나선 안 될 일이라고 생각한다. 가해자 분들이 있다면 진심으로 용서하고 사과를 구하는 일을 생각해 보셨으면 한다."

-'연진아'가 유행될 거라 예상했나.

"그렇게까지 '연진아'가 많이 나올 줄 몰랐다. 정말 많이 '연진아, 연진아'라고 하더라. 동은이뿐 아니라 다른 배역들도 '연진아'라고 많이 부르더라. 내가 안 나오는 신에서도 내가 나온 것 같아 감사하다. 하하. 분량이 늘어난 것 같다. 임지연보다 연진이가 더 유명해져서, 집에서도 엄마가 '연진아'라고 부르고 있다."

-복수의 결과는 어떻게 생각하나.

"연진에겐 최고의 벌이라고 생각한다. 감옥 안에서 저지른 죄를 그대로 벌 받으면서도, 복합적인 감정으로 살아나갈 거다. 연진의 마지막 감정은 최고의 벌이라고 생각한다. 연진이가 재준처럼 죽음을 맞이하는 것보다 더 최고의 벌을 받은 것 아닐까. 감옥 장면을 찍었을 때, 마음이 아주 힘들었다. 나도 모르게 연진을좋아하고 있었나 보다. 그간 연진의 악행과 또 다른 느낌이었다. 무너지면서 많이 울었다. 거의 대본 나온 순간부터 몇달을 준비한 장면이다. 감독님이 도와주셨고 살려주셨다. 뿌듯하기도 했다."

-베드신도 있었는데.

"괜찮았다. 연진한테는 당연히 필요한 장면이다. 나도 이제 서른 네살의 배우다. 필요하다면 얼마든지.(웃음)"

-동은 역 송혜교와의 호흡은 어땠나.

"너무 감사하다. 첫 촬영날 '(송혜교) 언니와 많이 친해져야지'라는 마음이 급했다. '언니랑 친해지려면 어떻게 해야 해요'라고 물어보기도 했다. 오히려 반대로 편하게 대해줬다. '너 하고 싶은 거 다 해'라는 느낌이 이미 깔려있었다. 금방 친해졌다. 기 센 여자들의 싸움 신을 찍을 때도 현장에서도 먹는 이야기를 하고, 강아지 이야기하고, 수다를 많이 떨었다. 언니와 연기하는 데에 크게 불편함이 없다. 제일 편했던 게 사실 동은이었다."

-연기 칭찬이 쏟아지고 있다.

"항상 모든 작품을 열심히 했던 것 같다. 항상 노력했고, 성장하려고 발버둥 쳤다. 조금 느리더라도 나만의 길을 가고, 다양하게 도전하면, '언젠간 알아주시겠지'란 느낌보다 그렇게 성장해가는 모습이 좋아서 지금까지 왔다. 학교 다닐 때부터 타고난 배우가 아니라고 생각했다. 주변에 정말 끼가 다분한 친구들이 많았다. 가진 게 많지 않으니까 노력해야 한다는 생각이 있었다. 그러다 생각지도 못하게 어린 나이에 좋은 상업 장편 영화에 캐스팅이 됐다. 파격적인 신들이 많아서 주목을 받으면서 정말 감사하게 일찍 데뷔했다. 그땐 사회초년생이었고, 현장 경험이 전혀 없었고, 연기를 잘하지도 않았다. 그렇게 데뷔를 하다 보니까, 힘든 부분도 많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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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지연이 생각하는 '더 글로리'의 악인 순위는.

"혜정이 진짜 나쁜 것 같다. 여기저기 나쁜 짓을 많이 했다. 연진은 성인이 됐을 땐 가진 걸 지키고자 했는데, 혜정은 어릴 때나 어른이 됐을 때나 변함이 없다. 명오는불쌍하다.(웃음)"

-임지연의 '영광'은 무엇인가.

"'인간중독'으로 데뷔했을 때, 시사회 날 엄마가 오셔서 예쁜 꽃다발을 주며 '너무 예뻤어'라고 이야기해준 순간이 기억난다. 쉽지 않은 영화를 엄마가 보러 와서 '우리 지연이 너무 예뻤어'라고 말해준 순간을 잊지 못하겠다. 가장 큰 영광의 순간이었다. 앞으로 느리더라도 내가 잘하는 집요함과 끈기로 열심히 노력하겠다. 더 좋은 작품에서 또 다른 모습으로 열정 가득한 배우가, 연기 잘하는 배우가 되는 것이 목표다."

-연진에게 마지막 할 말이 있다면.

"연진아, 용서는 없어. 평생 죗값 치르고 네가 한 일에 대해 후회하고, 반성하길 바랄게."

박정선 엔터뉴스팀 기자 park.jungsun@jtbc.co.kr (콘텐트비즈니스본부)

박정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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