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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0 (토)

'화마도 희망을 삼키지 못한다' 경륜마왕의 복귀, 이욱동 "특선급까지 달린다"[SS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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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서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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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서울|배우근기자] 머리에서 발끝까지 전신 화상을 입었다. 80㎏대 몸무게는 50㎏대로 확 줄었다. 살과 근육이 타들어간 탓이다. 손톱도 열기를 이기지 못하고 몽땅 빠졌다. 응급실에서 한 달 이상 누워있었고 “죽는다”는 소리가 귓가에 들렸다. 응급실에서 한 달 이상 버티기 힘들기 때문이다.

혹독한 시련이, 그리고 죽음의 고비가 찾아올지 전혀 예상하지 못했다. 경찰의 감사장을 받았고 자원봉사와 방범활동으로 구청장 표창장을 받았다. 민간해양구조대원으로도 위촉됐다. 봉사시간은 700시간에 달했다. 본업인 사이클 선수 뿐 아니라 사회활동도 꾸준히 한 것. 그런데 화재 사고라니. 너무 억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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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기로 경륜에 입문한 이욱동은, 한때 최고의 자리에 올랐다. 2008년 데뷔해 2009년 그랑프리에서 우승했다. 1년만에 특선급을 씹어먹으며 경륜 ‘마왕’으로 불렸다. 사이클 선수가 천직이었다. 한체대를 거쳐 국가대표팀에 승선했고 그랑프리 우승까지 탄탄대로였다.

그런데 예상치 못한 사고는 2021년 12월 23일 일어났다. 차량 화재였다. 연식이 오래된 차에 불이 나며 화마가 몸을 덮쳤고 중환자실로 실려갔다. 온 몸에 붕대를 칭칭 감았다. 고개만 겨우 돌릴 수 있었다.

이욱동은 의사를 향해 다시 사이클을 할 수 있냐고 물었다. 한강성심병원 화상외과 조용석 교수는 그에게 “할 수 있다”고 했다. 희망의 끈을 놓지 않길 바랐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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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욱동은 사고후 일주일 간격으로 몇달간 수술대에 계속 올랐다. 처절한 고통의 시간이었다. 그런데 진통제를 거부했다. 그는 의료진을 향해 “절대 안맞겠다. 나는 운동선수다. 정신력으로 이겨내겠다”라고 입을 열었다. 불길에 붙어버려 메스로 찢은 입술이었다.

몸의 고통으로 정신까지 쇠약해졌지만, 자신도 모르게 도핑 생각을 했다. 몰핀과 같은 진통제에 의지하면 몸의 회복이 더뎌질까 걱정했다. 항생제까지 거부했다. 힘든 상황에서도 빠른 복귀만 생각했다.

사실 많이 두려웠다. 바로 옆 침대에 오랜기간 재활중인 화상 환자가 있었다. 젊은 친구였는데 걷지 못했다. 이욱동은 “나도 저렇게 될까봐 무서웠다. 정신을 더 차렸다”고 회상했다. 그에게 트랙은 언제나 도전과 극복의 공간이었는데, 이번엔 병마가 이겨야 할 상대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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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지 않겠다고 이를 악물며 재활에 매달렸다. 그리고 1년 3개월이 지나, 화상외과 조용석 교수를 찾아가 “경기에 나간다. 소견서를 써 달라”고 부탁했다. 재등급 테스트에서 합격한 이후였다. 조 교수는 “일반인은 재활에만 3년이 걸리고 피부는 장기 재활이 필요한데, 경기를 나간다니 자랑스럽다”며 그의 등을 두드려줬다.

복귀한 이욱동은 지난주 가장 하위레벨인 선발급 경기에 출전했다. 광명 스피돔에서 열린 18일 첫경기에서 3착, 19일엔 1착을 기록했다. 마지막 20일 경기에선 바퀴가 충돌하며 6착에 그쳤다.

다리에 화상 자국이 가득했지만 힘차게 페달을 밟았다. 행여나 혐오스러워 보일까 걱정했는데, 스피돔을 찾은 고객들은 오히려 큰 박수로 그를 응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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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 복귀도 힘든 사고를 당했지만, 이욱동은 사이클 선수로 기적처럼 돌아왔다. 올해 목표는 우수급으로 올라선 후 특선급에 도전하는 것이다. 쉽지 않겠지만 차근차근 단계를 끌어올릴 계획이다. 포기하지 않고 끝까지 달려, 병마로 고통받는 분들에게 희망이 되려 한다.

이욱동의 새로운 질주는 이미 시작됐다.

한편 그는 감사 인사를 꼭 표현하고 싶다고 했다. 화상외과 조용석 교수님, 재활운동을 도와준 김경하 관장님, 최석환.육지영 코치님, 감지아머스킨 양재영 대표님, 의용소방대원분들, 물심양면으로 뒷받침 해준 한국경륜선수 노동조합장 및 조합원들, 신사팀 장경동.정성훈 선수, 경륜기획팀 운영본부 관계자분들. 그리고 누구보다 사랑하는 가족(배우자 혜연 아들 보형)에게 고맙다고 했다.

kenny@sportsseoul.com사진|국민체육진흥공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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