납부 마감 변경 논의할까…캐롯 vs 데이원, 명칭 논란도 정리할 듯
허재, '고양캐롯점퍼스' 창단식서 포부 밝혀 |
(서울=연합뉴스) 이의진 기자 = 고양 캐롯이 프로농구 가입비 격인 특별회비를 완납하지 못할 가능성이 현실화하면서 KBL의 속내도 복잡해졌다.
KBL은 제28기 3차 이사회를 24일 오전 개최한다고 23일 밝혔다. 공개한 안건은 외국 선수 제도 개선, '기타 보고사항 등'이다.
공교롭게도 24일은 추후 캐롯 프로농구단의 운영을 좌우할 '운명의 날'에서 딱 1주일 앞선 날이다.
안건이 구체적으로 공개되지는 않았지만, KBL 이사진이 기존 결정을 뒤집고 캐롯 구단의 특별회비 납부일을 변경할지에 이목이 쏠린다.
타 구단과 KBL도 이번 사태에 영향을 받는 '당사자'라 느끼는 터라 적어도 캐롯 측에 인수 현황 등 구단 정보를 알려달라 요구할 것으로 예상된다.
KBL은 당초 캐롯이 미납한 특별회비 잔여분인 10억원의 납기일을 이달 31일로 잡았다. 미납 시 플레이오프(PO) 진출을 불허하겠다며 강제 수단도 동원했다.
시즌 초반부터 선전하며 중상위권을 유지한 캐롯에 초유의 PO 박탈 제재는 충분한 지렛대가 될 터였다.
그러나 마감일이 8일 앞으로 다가왔는데도 납부 가능성이 여전히 안개에 싸여 막판 행사 일정과 PO를 기획해야 하는 KBL도 난감해졌다.
질의응답하는 정경호 단장 |
당장 납부일인 31일 오전에 PO 미디어데이가 개최될 예정이다.
KBL 관계자는 "PO 팀이 다 정해진 게 아니라 단정할 수 없지만 통상 미디어데이는 정규리그 시상식 다음 날"이라고 했다. 올 시즌 시상식은 30일 열린다.
김승기 감독 등 캐롯 측이 31일 참석해 포부를 밝히더라도 이날 통상 근무 시간인 오후 6시까지 가입비가 전달되지 않으면 PO 티켓을 7위 팀에 넘겨줘야 한다.
이런 촌극만 벌어지면 다행이다. 다음 달 2일부터 시작하는 PO 대진대로 전국 각지 경기장을 마련해야 할 KBL과 PO에 대비해야 하는 타팀에는 얽히고설킨 부분이 많다.
'실질적 피해'를 방지하려면 납기일을 당겨야 하지만, 기한을 줄이면 가뜩이나 재정난을 겪는 캐롯을 압박하는 꼴이 되는 게 문제다.
캐롯은 최근 재정 사정이 더 악화했다는 정황이 속속 드러나는 중이다.
KBL 가입금 격인 특별회비 1차분 5억원도 지난해 10월 초에 지연 납부한 캐롯은 1∼3월 연달아 선수 급여 지급도 밀렸다.
지난 21일에는 연 30억원 상당 규모로 계약했다고 알려진 네이밍스폰서로 캐롯손해보험과 후원을 끝내는 악재까지 맞았다.
김승기 고양 캐롯 감독 |
구단 운영사인 데이원스포츠 측은 지난해 말부터 새 모기업을 물색 중이라 언론을 통해 밝혔을 뿐, 이외에는 타 구단과 KBL에 명확한 설명이 없어 농구계의 불안감을 지우지 못했다.
'스포츠 총괄 대표'로 스스로를 소개한 허재 대표나 박노하 경영 부문 대표 등 구단 수뇌부도 최근에는 언론을 통하거나 공개 석상에서 구체적 설명을 내놓은 적이 없어 의구심을 키워왔다.
경기 전후 취재진과 주기적으로 접촉하게 되는 김승기 감독이 본업 외 '언론 대응'까지 맡아 여러 차례 "회사를 믿는다"고 밝혀 선수단에 닥친 어려움을 간접적으로 시사했던 게 전부다.
김 감독은 22일 서울 SK와 경기 전에도 취재진과 만나 "회사에서 'PO도 어떻게든 올라가도록 돈을 내겠다, 이상 없도록 해주겠다'고 알려왔다"며 "열심히 작업하고 있다고 하니 우린 믿고 따르면 된다. 밀린 급여를 다 주기로 약속했다"고 털어놨다.
당장 급한 문제는 명칭이다. 캐롯손보와 스폰서 계약 해지에 따라 구단은 '고양 데이원 점퍼스'라는 이름을 쓰겠다고 공표했다.
그러나 KBL 규정상 구단의 선언만으로는 이름을 바꿀 수는 없다. 이사회에서 최종 승인을 받아야 한다.
규정에 따르면 팀 명칭은 원칙적으로 유지해야 하지만 '정당한 사유'가 있다면 이사회 승인 아래 바꿀 수 있다.
KBL 관계자는 "데이원스포츠에서 23일 오후 팀 명칭 변경을 요청하는 공문을 받았다"고 밝혔다.
구단 측 요청을 정식 접수한 이상 '캐롯' 명칭을 둘러싼 논의도 이사회 안건으로 오를 것으로 보인다.
데이원 스포츠 '지켜봐 주세요' |
pual07@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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